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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갈망과 구원의 서사, 괴테의 ‘파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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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끝에서 만난 절망, 그리고 악마의 유혹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아니, 인간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처절하게 방황하는가.
18세기 독일 문학의 거성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20대부터 80대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바쳐 집필한 '파우스트'는 이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거대한 응답이다.
‘파우스트’란 르네상스기에 실재한 마법사(1480~1538)의 이름이다. 이를 핵심으로 16~17세기에 그 전설을 전하는 ‘민중소설’이 유포되어 이를 상연하는 극단이나 인형극이 탄생하였다. 괴테는 소년시절부터 이 이야기에 친숙하였고, 이를 소재로 이용하여 만일 인간이 외적인 속박을 받지 않고 마음껏 자기의 의욕을 실현할 수 있다면 결국 어떠한 결과에 도달하는가를 묘사하고, 비록 이 세상의 죄는 범할지라도 내연적(內燃的)인 자기 확충의 충동에 따라서 행동하는 자는 그의 심정과 행동의 순수성으로 해서 신에게 용납된다는 반기독교적인 확신을 표시하며, 구원의 계기에 유화적인 여성의 사랑을 삽입시키고 있다.
1부에서는 게르만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하여 파우스트 박사가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아 여러 가지 일들을 겪는 과정들이 들어 있고 2부에서는 서구문명 전통의 그리스적인 요소들을 이용하여 인간의 구원의 문제를 폭넓게 탐구하였다.
당대 모든 학문을 섭렵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식의 한계와 생의 허무에 부딪힌 한 노학자의 절규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한 울림을 준다. 신과 악마가 한 인간의 영혼을 두고 벌이는 내기, 그 치열한 영적 전쟁의 서막이 오른다.
본문 1 : 지상의 방황, 메피스토펠레스와의 위험한 동행[줄거리 1: 비극 제1부 - 고립된 서재에서 거리의 불꽃으로]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한 노학자 파우스트는 서재의 먼지 쌓인 책들 속에서 진리를 찾지 못하고 독배를 마셔 자살하려 한다. 이때 부활절 아침의 종소리가 그를 지상으로 불러내고, 그 앞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개(푸들)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에게 제안한다. 지상의 삶에서 파우스트가 만족하여 어느 한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외치는 순간, 그의 영혼을 가져가겠다는 계약이다.
회춘의 약을 마시고 젊어진 파우스트는 순수한 처녀 마르가레테(그레첸)를 만나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악마의 조력이 개입된 이 사랑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파우스트와의 만남을 위해 그레첸의 어머니가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하고, 오빠 발렌틴 역시 파우스트의 칼에 목숨을 잃는다.
절망한 그레첸은 영아 살해의 죄를 짓고 감옥에 갇힌다. 파우스트는 그녀를 구하려 하지만, 그레첸은 신의 심판을 받겠다며 탈출을 거부하고 처형당한다. 이때 하늘에서는 "그녀는 구원받았다"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제1부는 막을 내린다.
본문 2 : 세계의 무대, 권력과 예술 그리고 인류애[줄거리 2: 비극 제2부 - 미(美)의 탐구와 건설적인 노동]
제2부에서 파우스트의 방황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와 역사,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그는 황제의 궁정에서 종이 화폐를 발행해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도 하고, 고대 그리스의 절세미녀 헬레나를 소환해 이상적인 미를 추구한다. 헬레나와의 사이에서 아들 에우포리온을 얻으며 행복을 맛보지만, 아들의 죽음과 함께 헬레나도 사라지며 탐미적인 추구 역시 허무로 끝난다.
노년에 이른 파우스트는 이제 권력이나 미가 아닌 '실천적 봉사'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는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불모의 해안 지대를 개간하여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낙원을 건설하려 한다.
비록 장님이 된 상태에서 인부들이 자신의 무덤을 파는 삽질 소리를 땅을 개간하는 소리로 착각하는 아이러니 속에 있지만, 그는 인류를 위한 이 위대한 과업의 비전을 보며 마침내 외친다.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그 순간 파우스트는 쓰러져 숨을 거둔다.
본문 3 : 패배한 악마와 승리한 인간, 구원의 논리[명장면과 핵심 대사]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다." : 신이 메피스토펠레스에게 파우스트를 내어주며 하는 말로, 방황이 곧 살아있음의 증거이자 성장의 과정임을 시사한다.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 파우스트가 최후에 내뱉은 이 말은 쾌락에 굴복한 항복 선언이 아니라, 인류를 위한 헌신이라는 가치 있는 순간에 대한 찬사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린다." : 극의 마지막 합창 내용으로, 자비와 사랑(그레첸의 기도)이 결국 인간을 구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괴테의 60년 집필기]
괴테는 23세에 '파우스트' 초고를 쓰기 시작해 83세로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831년에야 제2부를 완성했다. 그는 완성된 원고를 봉인하며 자신의 사후에나 공개하도록 했다. 이는 한 작가의 단순한 창작 활동을 넘어, 한 인간의 영혼이 성숙해가는 전 과정을 기록한 일종의 '정신적 자서전'이라 할 수 있다.
[방황하는 모든 파우스트들에게]
파우스트는 결코 완벽한 성인이 아니다. 그는 욕망에 충실했고,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하지만 괴테는 파우스트의 손을 들어준다. 그 이유는 그가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높은 곳을 향해 자신을 던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 쉽게 정답을 찾으려 하고, 실패 없는 삶을 강요받는다. 그러나 '파우스트'는 말한다. 방황은 오류가 아니라 인간이 신성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지금 당신이 겪는 혼란과 고통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우리 안의 메피스토펠레스가 "이제 그만 멈추라"고 속삭일 때, 우리는 어떤 '아름다운 순간'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괴테가 남긴 이 묵직한 질문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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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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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브라질 ‘전략적 동반자’로… 67년 만에 경제·안보 로드맵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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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1959년 수교 이후 67년 만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양 정상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과의 무역협정(TA) 조속 체결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핵심광물 공급망과 우주·항공 산업 등 첨단 미래 산업 전반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한-브라질 4개년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21년 만의 국빈 방한… 청와대 복귀 후 첫 정상 외교
전날인 22일 저녁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룰라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이전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국빈이다.
룰라 대통령의 한국 방문은 2005년 이후 21년 만이다.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이 대통령 부부는 룰라 대통령 부부를 직접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브라질 국기를 상징하는 금색 넥타이를 착용했으며, 김혜경 여사는 브라질 국기 색상인 청색, 녹색, 노란색이 조화된 한복을 입고 국빈을 예우했다.
양 정상은 의장대 사열을 마친 뒤 본관으로 이동해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을 이어갔다.
경제 영토 확장… 메르코수르 무역협정 및 10대 분야 MOU
양 정상은 경제 협력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한국과 메르코수르(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등 4개국 경제 공동체) 간 무역협정이 긴요하다는 점에 합의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중단된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요청했고, 룰라 대통령 또한 이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했다.
이날 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다음의 10개 분야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핵심광물 공급망 : 니켈, 희토류 등 브라질 내 풍부한 자원 협력
우주·항공 : 차세대 민항기 공동개발 및 알칸타라 우주센터 활용 협력
미래 산업 : 중소기업, 보건 규제, 농업 기술, 통상·생산 통합 등
특히 이 대통령은 "브라질 수송기 제조에 우리 부품기업이 참여하는 공급망 협력이 진행 중"이라며 "우주 협력의 자산을 바탕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발사체 성공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 정책 지지 및 '포용적 성장' 가치 공유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한반도 평화 정책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대화 재개와 평화 공존에 대한 의지를 설명했으며, 룰라 대통령은 이를 지지하는 한편 민주주의 가치 수호를 위한 협력을 당부했다. 룰라 대통령은 오는 4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민주주의 수호 회의'에 이 대통령을 공식 초청하기도 했다.
또한, 룰라 대통령의 ‘빈곤 퇴치와 포용적 성장’ 철학과 이 대통령의 ‘기본사회 및 AI 기반 경제 성장’ 구상이 일맥상통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정책 연구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개인적 유대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소년공 출신인 자신의 과거와 구두닦이·쇠깎는 노동자 출신인 룰라 대통령의 인생사가 닮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나의 영원한 동지"라고 환영했다. 룰라 대통령 역시 이에 화답하며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노동자 출신도 대통령이 될 수 있음을 강조, 양국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자국 우선주의와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과의 협력을 제도화했다는 점에 의미를 둔다.
국립외교원 관계자는 "메르코수르는 인구 2억 9,000만 명의 거대 시장으로, 이번 무역협정 공감대는 한국 기업의 남미 시장 진출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의 격상은 단순 경제 교류를 넘어 우주·항공 등 국가 전략 산업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계기"라고 분석했다.
양 정상은 이날 저녁 상춘재에서 '치맥(치킨과 맥주) 회동'을 포함한 국빈 만찬을 갖고 인적·문화적 교류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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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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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이방인』관습의 심판대에 선 벌거벗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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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모두 타인으로 살고 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도입부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문장은 독자를 당혹감으로 몰아넣는다.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륜적 비극 앞에서도 무미건조한 주인공 뫼르소의 태도는 현대 사회의 질서와 윤리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알베르 카뮈는 1942년 발표한 소설 『이방인』을 통해, 세상의 관습과 도덕이라는 견고한 성벽 안으로 편입되기를 거부한 한 남자의 파멸을 그렸다.
우리는 흔히 사회적 합의라는 틀 안에서 감정을 연기하며 살아간다. 슬픈 곳에서는 울어야 하고, 기쁜 곳에서는 웃어야 하며, 법정에서는 뉘우치는 기색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카뮈가 창조한 뫼르소는 이 연극적 삶을 거부한다. 그는 자신의 감정에 거짓을 보태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이방인'으로 낙인찍힌다.
이 소설은 단순히 한 살인자의 기록이 아니라,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실존을 증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처절한 보고서다.
2. 태양과 칼날, 그리고 명분 없는 죽음
1) 무심한 일상과 우연한 비극
알제리의 선박 중개소 직원인 뫼르소는 요양원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는다. 그는 장례식에 참석하지만, 눈물을 흘리거나 비통해하는 대신 밀크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담담하게 하룻밤을 보낸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다음 날, 그는 마리라는 여인과 해수욕을 즐기고 코미디 영화를 보며 밤을 보낸다.
뫼르소는 이웃인 레몽과 친구가 된다. 레몽은 변심한 정부(情婦)를 괴롭히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뫼르소는 특별한 도덕적 판단 없이 그의 편지를 대신 써주며 사건에 휘말린다. 어느 일요일, 뫼르소와 마리, 레몽은 해변으로 놀러 갔다가 레몽의 정부 일행(아랍인들)과 마주친다. 칼을 휘두르는 아랍인들과의 대치 상황에서 레몽은 상처를 입는다.
사건이 일단락된 후, 뫼르소는 홀로 해변을 걷다 다시 그 아랍인과 마주한다. 뜨겁게 내리쬐는 지중해의 태양, 모래사장에 반사되는 강렬한 빛, 그리고 상대방이 뽑아 든 칼날의 번뜩임. 뫼르소는 그 압도적인 태양의 빛에 눈이 멀 듯한 감각 속에서 권총 방아쇠를 당긴다. 한 발, 그리고 쓰러진 육체에 다시 네 발. 살인의 명백한 동기도, 증오도 없었다. 그는 단지 "태양 때문에" 총을 쏘았을 뿐이다.
2) 법정이라는 이름의 연극
구속된 뫼르소에게 쏟아지는 질문은 살인의 동기가 아닌, 그의 '인간성'에 집중된다. 검사와 판사는 그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점, 장례 직후 여자와 데이트를 했다는 점을 들어 그를 '영혼이 없는 괴물'로 몰아세운다. 법정은 살인이라는 구체적인 범죄 사실보다 뫼르소가 사회적 관습(효도, 슬픔의 표현)을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분노한다.
변호사는 그를 위해 거짓 후회를 연기하라고 조언하지만, 뫼르소는 끝내 자신의 진실을 굽히지 않는다. 그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으며,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유감"을 느낄지언정 사회가 강요하는 "후회"의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 결국 법정은 그를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존재로 규정하고 사형을 선고한다.
3) 명장면과 핵심 대사: 진실의 무게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삶과 죽음조차 객관적 사실로만 받아들이는 뫼르소의 허무주의적 시각을 상징한다.
"나의 육체적인 욕구가 감정을 방해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슬픔보다 졸음과 피로를 먼저 느꼈던 자신을 설명하는 대목으로, 관념보다 실존(육체)이 앞섬을 보여준다.
"하늘이 갈라지면서 불을 쏟아붓는 것 같았다."
살인 직전의 심리 묘사다. 카뮈는 범행의 원인을 내면의 악의가 아닌, 거부할 수 없는 외부의 압도적 환경(태양)으로 설정함으로써 '부조리'를 극대화한다.
"나는 그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지만,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나는 대답했다."
마리의 청혼에 대한 답이다. 사회적 수사나 가식적인 약속을 거부하는 그의 철저한 정직성을 보여준다.
"마치 내가 커다란 분노로 나의 고통을 씻어버리고 희망을 탕진해 버리기라도 한 듯, 신호들과 별들이 가득 찬 이 밤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다."
사형 집행 전, 종교적 구원을 강요하는 사제를 내쫓고 난 뒤 뫼르소가 느낀 해방감이다. 죽음 앞에서 비로소 삶의 가치를 긍정하는 역설적 순간이다.
3. 집필 에피소드: 가난과 질병이 빚어낸 철학
알베르 카뮈는 알제리의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했고, 어머니는 청각 장애를 가진 문맹이었다. 이러한 결핍은 카뮈로 하여금 일찍이 삶의 가혹함과 부조리를 깨닫게 했다.
특히 그는 촉망받는 축구 선수였으나 결핵으로 인해 꿈을 포기해야 했다. 죽음이 언제든 삶을 가로챌 수 있다는 공포는 그를 철학적 사유로 이끌었다.
『이방인』은 그가 20대 후반에 쓴 소설로, 당시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사르트르는 이 소설을 두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훌륭한 소설"이라 극찬했으며, 카뮈는 이 작품과 철학 에세이 『시지프 신화』를 통해 실존주의의 기수로 우뚝 섰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방인』의 배경이 된 알제리의 뜨거운 태양과 해변의 묘사는 카뮈가 실제로 가장 사랑했던 풍경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을 발생시킴으로써, 자연의 무심함과 인간의 운명을 대비시켰다.
4. 작가의 메시지: 부조리에 저항하는 유일한 방법
카뮈가 『이방인』을 통해 전하고자 한 핵심은 '부조리(Absurde)'다. 부조리란 인간이 세상에 대해 의미와 질서를 찾으려 하지만, 세상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는 절망적인 불일치 상태를 말한다.
뫼르소는 살인자이지만, 동시에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성자이기도 하다. 그는 법정에서 적당히 눈물을 흘리고 종교를 받아들였다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생존을 위해 감정을 연기하기보다, 진실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한다.
카뮈는 이를 통해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임을 역설한다.
세상은 뫼르소를 도덕적 잣대로 심판하지만, 정작 살인의 본질보다 장례식에서의 태도를 문제 삼는 법정 자체가 더 부조리하다.
카뮈는 독자에게 묻는다. 과연 누가 누구를 심판할 자격이 있는가? 우리가 믿고 있는 도덕과 관습은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 세워져 있는가?
5. 우리의 내면에도 이방인이 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이방인'이다. 조직의 논리에 맞추기 위해, 혹은 타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고, 느끼지도 않는 감정을 전시한다. 뫼르소의 비극은 그가 우리보다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처럼 '연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이방인』은 우리에게 차가운 위로를 건넨다. 삶에는 원래 거창한 의미가 없으며,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온다는 것.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감각과 진실에 충실한 것이야말로 부조리한 운명에 대항하는 유일한 승리라는 점을 말이다.
오늘 저녁, 당신의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당신 자신인가, 아니면 세상이 요구하는 배역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인가. 뫼르소가 남긴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이라는 표현을 곱씹으며, 억압된 자아를 깨워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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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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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폐막, 2030 프랑스 알프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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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동계 스포츠 선수들의 열정과 투혼이 서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현지시간 22일 저녁(한국시간 23일 오전), 이탈리아 베로나의 고대 로마 원형 경기장 '베로나 아레나(Arena di Verona)'에서 열린 폐회식은 92개국 2,900여 명의 선수단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인 작별'과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이번 대회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네 곳의 클러스터에서 분산 개최되어 운영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국가 중 하나는 중국이다. 중국 대표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총 15개)를 획득하며 종합 12위에 올랐다. 이는 2010년 밴쿠버 대회(금 5, 은 2, 동 4)를 뛰어넘어, 중국의 동계 올림픽 '해외 개최 대회' 사상 최고 성적을 새로 쓴 것이다.
특히 중국은 전통적 강점인 빙상을 넘어 설상 종목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증명했다.
설상의 비상: '천재 소녀' 구아이링(谷愛凌)이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쑤이밍(蘇翊鳴)은 자신의 22번째 생일에 스노보드 남자 슬로프스타일에서 중국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빙상의 역사: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닝중옌(寧忠岩)이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하며, 지난 100년간 서구권이 독점해온 이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의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반면, 대한민국은 설상 종목인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최가온 금메달) 등에서 희망을 봤으나, 전통적인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에서의 부진이 겹치며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로 종합 13위를 기록했다.
폐회식은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오페라 문화와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예술적 무대로 꾸며졌다. 주세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선율과 함께 시작된 공연은 고대 경기장의 역사성을 극대화하며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조반니 말라고 조직위원장은 폐회 연설에서 "밀라노의 세련미와 코르티나의 순수함이 어우러진 이번 대회는 우정의 승리였다"며 4곳의 클러스터와 6곳의 선수촌을 오가며 헌신한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어 올림픽기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거쳐 차기 개최지인 프랑스 알프스(French Alps 2030) 측에 전달됐다.
차기 개최지인 프랑스 알프스는 이번 폐회식에서 선보인 홍보 영상을 통해 '기존 시설 활용 95%'라는 파격적인 지속 가능성 모델을 제시했다. 1924년 샤모니 이후 106년 만에 동계 올림픽 발상지로 돌아가는 이번 대회는 니스 권역의 빙상 경기와 알프스 북부의 설상 경기를 잇는 광범위한 클러스터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날 폐회식 현장에서 만난 중국 체육과학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회는 아시아 국가들의 설상 종목 약진이 두드러졌다"며 "4년 뒤 프랑스 알프스에서는 한중일 3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밀라노와 코르티나를 17일간 밝히던 성화가 꺼지며 대회는 공식 종료됐다. 이제 세계의 시선은 4년 뒤, 하얀 눈의 파노라마가 펼쳐질 프랑스 알프스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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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