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8-26(화)
 

 

 

2025년 중국 경제는 여전히 세계를 향해 '5% 내외 성장'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두 자릿수 성장이 당연했던 과거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이 1~2%대 성장에 허덕이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여전히 매력적인 수치다. 그러나 화려한 숫자 뒤에 가려진 중국 경제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건강한 성장통이 아닌 깊은 내상을 앓는 중병 환자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부동산 거품 붕괴, 산더미 같은 부채, 그리고 인구 감소와 디플레이션이라는 삼중고(三重苦)는 중국 경제가 일시적 둔화를 넘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닮은 구조적 장기 침체의 문턱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성장의 관성을 멈춰 세운 '세 개의 산'

과거 40년간 중국의 질주를 이끌었던 성장 엔진은 이제 세 개의 거대한 산에 가로막혀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첫 번째 산은 '부동산 쇼크'다. 중국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건설업이 아니다. 관련 산업을 포함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하고, 도시 가계 자산의 ‘70%’가 묶여있는 경제의 대들보다. 그러나 헝다 사태 이후 시작된 위기는 끝없이 이어지며 대들보 자체를 흔들고 있다. 자산 가치가 하락하자 중국인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빚을 갚는 데 집중하는 '대차대조표 불황'이 시작됐다. 소비 심리는 얼어붙었고, 한때 성장의 상징이었던 크레인은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단지 위에서 멈춰 섰다.

 

두 번째 산은 '부채의 만리장성'이다. 중국의 총부채는 GDP 대비 ‘300%’에 육박한다. 특히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는 시한폭탄과 같다. 지방정부융자기구(LGFV)를 통해 조달한 비공식 부채는 ‘최소 9조 달러(약 1경 2,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성장을 견인했던 지방정부들은 이제 이자 갚기에도 급급해, 경제를 부양할 재정적 여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세 번째 산은 '인구 감소와 디플레이션'이라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2022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줄어드는 생산가능인구와 축소되는 소비 시장은 구조적으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여기에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압력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물가 하락은 소비를 지연시키고 기업의 이윤을 감소시키며, 실질적인 부채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이는 과거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져들었던 경로와 섬뜩할 정도로 유사하다.

 

 

꺼져가는 성장 엔진과 정책의 딜레마

이러한 구조적 문제 속에서 과거 중국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 투자, 소비라는 세 바퀴마저 삐걱대고 있다.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으로 대표되는 서방의 견제는 수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투자의 절반이 증발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신형 인프라' 투자는 아직 그 규모가 미미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소비의 실종이다. 정부가 '이구환신' 등 각종 소비 진작책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넘어, 턱없이 부족한 사회안전망 때문이다. 막대한 교육비, 의료비, 그리고 노후 대비 부담은 중국인들을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축률로 내몰고 있다. 소비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은 시장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시진핑 지도부는 서방처럼 국민에게 직접 돈을 푸는 대규모 부양책을 '게으름을 키우는 복지 함정'이라며 꺼린다. 대신 국가 안보와 첨단 기술 자립을 위한 국가 주도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보다는 장기적인 체질 개선을 우선하겠다는 의지이지만, 당장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시장과 민심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민간 기업가들은 위축되고, 외국인 투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관리되는 침체'라는 새로운 현실


 

결론적으로, 중국 경제가 하루아침에 붕괴할 가능성은 낮다. 공산당의 강력한 통제력은 금융 시스템의 급격한 파산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암울한 시나리오는 중국이 극적인 붕괴 대신, 저성장과 높은 청년 실업률, 그리고 사회적 불만이 일상화되는 '관리되는 침체(Managed Stagnation)'에 진입하는 것이다.

 

'5% 성장'이라는 목표는 국가 주도의 투자와 통계 관리를 통해 숫자로서는 달성될지 모른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과 민간 기업이 체감하는 경제는 훨씬 더 차가울 것이다. 과거 수십 년간 세계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던 중국은, 이제 전 세계에 디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지정학적 불안정을 야기하는 진원지가 될 수 있다. 한때 끝없이 부풀어 오르던 '중국의 꿈'은 지금 구조적 한계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가장 혹독한 시험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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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성장'의 그늘, 중국 경제는 구조적 장기 침체에 진입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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