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설린조세서원” 제1주년 기념사--

   조세와 납세자의 저항권

           명    근

       강남대 석좌교수, 조세법학


우리나라가 외국학자들의 머리를 직접 빌리지 아니하고 우리의 학계와 실무계가 독자적 의견으로 세제를 가꾸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초부터이다. 이 때 재무부에 자문기관으로 만들어진 것이 현재의 “세제발전심의회”이다.

20여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의 조세학문도 여러 가지 시각에서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우리의 세제를 경제적으로 분석하여 대안을 제시하는 조세정책학, 조세문제를 국가와 국민간의 법률관계로 보는 시각에서 납세자의 법적 지위를 향상시킨 조세법학, 그리고 신고납세주의에 의해 납세액을 납세자 스스로가 산정하는 세무회계학의 발전이 그것이다. 오늘 여기에 오신 전문가들이 바로 이러한 발전을 이끌어 온 주역들이고, 현재 석․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그러한 발전과제를 계승하게 될 미래의 주역들이다.


그러나 우리의 조세연구에는 아직도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 그것은 조세가 우리의 문명사(文明史)를 발전시킨 근본철학이 무엇인가 하는 탐구가 아직 시작도 되지 아니했고, 조세를 둘러싸고 정부와 국민간의 타협 없는 마찰에서 납세자가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堡壘)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과제는 특히 조세를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학계가 수행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즉, 이는 모든 법적 수단을 활용해도 해결되지 아니하는 기본인권의 침해에 대해 국민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하는 문제인바 그것은 바로 자연법적 기본인권인 국민의 저항권(抵抗權), 그에 내포된 조세저항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조세는 실천적 과제이다. 그러므로 사회는 조세설계를 하는 조세정책의 대가(大家), 조세관계를 힘의 사실관계에서 규범상의 권리의무관계로 이론을 승화(昇華)시키는 조세법학의 대가, 그리고 회계이론과 실정세법을 치밀한 논리로 접합시키는 세무회계의 대가를 우선적으로 필요로 한다. 이들이 조세제도 설정ㆍ운영의 주역임에도 틀림없다. 여기 모인 우리들은 대부분 위의 분야 중 어느 한 가지를 담당하는 주역들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조세제도가 국민의 기본인권을 근원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경우 규범적 테두리 안에서 법적으로 저항하는 제도로서는 사전청문, 행정심판, 사법구제 등의 제도가 있고, 가장 높은 차원의 법적항쟁수단으로 헌법재판제도가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제도는 모두 현행 실정법의 규범적 한계를 뛰어 넘지 못한다. 그러므로 조세제도가 국민의 경제생활을 근원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상황 하에서는 이러한 제도로는 그 근원적 침해를 구제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최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조세저항권을 내포하는 국민의 저항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규명과 국민의 자연법적 기본인권의 최후적 보루인 저항권의 본질 내지 그 유무를 정치철학의 시각에서 규명해야 한다. 동시에 근대 시민국가를 탄생시킨 여러 가지 혁명의 정치철학을 더듬으면서 조세의 본질을 규명하는 깊은 연구도 거쳐야 한다. 즉, 홉스ㆍ루소ㆍ록크 등의 사회계약론을 재음미하고, 그러한 사상 내지 철학(이들 정치 사상가는 모두 조세를 중요한 과제로 다루고 있다)이 시민혁명에 끼친 영향과 시민혁명을 통해 구현되는 과정을 알아보면서, 현대 헌법에 미친 영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록크의 사회계약론은 국민의 저항권을 긍정하고, 프랑스혁명의 인권선언이나 미국의 버지니아인권선언과 미국의 독립선언은 이를 승계하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는 지금도 국민의 저항권을 실정헌법으로 수용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라나 일부 법실증학파(法實證學派)는 이를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헌법도 국민의 저항권에 대하여는 침묵하고 있다.


어떻든 이러한 연구가 깊게 수행될 때 조세에 관련된 국민의 기본인권이 무엇인지를 우리는 철학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본다. 철학이 없는 조세제도의 설계와 운영은 음주운전과 같다. 음주운전의 사고가 바로 국민의 조세저항을 유발하는 빌미의 제공인 것이다. Adams도 조세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즉,“성난 납세자는 억압적인 조세제도를 설정하는 정부에 대해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납세자는 본능적으로 저항적이다. 제1의 국면에서의 저항적 경고는 만연된 탈세와 조세회피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제2국면에서는 소동을 일으킨다. 제3의 국면에서는 폭력화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불을 다루듯이 조세를 다루어야 한다.”

따라서 국민의 자연적 기본인권으로서 조세저항권을 연구하는 것은 국민의 마음  속에 담긴 조세불만을 정부가 미리 읽어서 조세저항의 제3국면인 폭력화에 의한 사회적 파탄을 사전에 방지하는 지혜를 얻음과 동시에 국민의 인권보장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본다.

이러한 거대과제를 다루는 데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본인의 체력이 많이 소진했기 때문에 이 과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후학과 더불어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자들이 이곳 내 연구실에 “조세서원”현판식을 가진지가 벌써 1년이 흘렀다. 오늘 여기에 모인 조세의 주역들 중에서 반드시 연구자가 나와 조세에 관한 학문을 철학적으로 한 차원 높이는데 동참해 주기를 간절하게 기대한다. 또한 10여년 후에는 그러한 연구업적이 여러분의 연구결과로 꽃을 피우리라 확신한다.(끝)

                      2007.04.28.  최  명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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