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별리그 탈락 확정 직후 멕시코 베이스캠프서 입장문 낭독
- 취재진 질의응답 없이 “모든 책임은 나에게… 축구 팬들께 죄송”
- 선임 2년 만의 불명예 퇴진, 아시안컵 임기 못 채우고 지휘봉 내려놓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홍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다음 날인 29일(한국시간) 오전, 대표팀의 베이스캠프였던 멕시코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직 사퇴를 공식 선언했다.
질의응답 없는 5분간의 독백, 현장 분위기 얼어붙어
사퇴 발표가 진행된 멕시코 사포판 현장은 침통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섭씨 28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 훈련장 취재진 앞에 선 홍명보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들었다.
홍 감독은 입장문을 통해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국민과 축구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는 전적으로 감독인 나의 역량 부족 때문이며, 오늘부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 모인 취재진은 사퇴 조율 과정과 향후 행보에 대한 질문을 시도했으나, 홍 감독은 준비된 입장문만 약 5분간 낭독한 뒤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곧바로 현장을 이탈했다.
임기 7개월 남겨두고 중도 하차… 2024년 선임 이후 잔혹사 마침표
지난 2024년 7월 8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 감독의 본래 임기는 오는 2027년 1월 예정된 아시안컵까지였다. 그러나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본선 32강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임기를 약 7개월 남겨두고 불명예스럽게 중도 하차하게 됐다.
홍 감독 체제의 대표팀은 선임 과정에서부터 불거진 공정성 논란과 경기력 부진 우려 속에서 출범했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하며 반전을 노렸으나, 공수 양면에서 전술적 한계를 드러내며 결국 조별리그 무대에서 조기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는 “홍 감독이 조별리그 탈락 확정 이후 협회 수뇌부에 사퇴 의사를 먼저 전달해 왔다”라며 “감독 본인의 사퇴 의지가 워낙 확고해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 규정에 따르면 감독의 자진사퇴 시 잔여 임기에 대한 위약금은 지급되지 않는 것이 관례다. 홍 감독의 잔여 임기는 약 7개월이다.
KFA는 조속히 전력강화위원회를 재편하고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당장 내년 초로 다가온 아시안컵을 대비해 임시 감독 체제 혹은 정식 감독 선임을 두고 내부 격론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홍명보 감독의 사퇴가 단순히 성적 부진에 따른 결과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축구 행정의 전반적인 시스템 붕괴를 증명한 사례라고 지적한다. 2024년 선임 당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 훼손 문제가 결국 대표팀의 내부 결속력과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선임 과정에서부터 팬들과 언론의 신뢰를 잃은 감독이 월드컵이라는 중압감 큰 무대에서 온전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감독 한 명의 사퇴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감독 선임 시스템을 투명하게 혁신하고 기술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