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중국 사업철수, 正道를 걷는 기업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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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부풀리기로 ‘혐한류’ 확산… 中에 훈훈한 한국기업 알려야
 
 
엠케이차이나컨설팅 상무 박경하


 
지난 2월, 한중 양국의 최대 명절인 설[春節, 춘지에]을 전후하여 우울한 소식들이 넘쳐났다. 임금, 세금, 채무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한국인들이 집단적으로 도망을 쳤고, 2000년 이후 칭다오 지역에서 무단 철수한 기업이206개사에 이르며 이 중 42.2%가 지난해에 '야반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극에 달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소식들이 선량한 다른 한국기업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므로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반론도 많음을 알아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중국문제를 다루고 있는 필자는 수많은 기업인들로부터 정상적인 사업철수 방안을 상담해 왔고 개별기업들의 경영애로와 중국 현지문제점에 대해 원인분석을 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느라 전전긍긍 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철수와 관련해서 신문과 방송이 다루는 이슈는 한결같이 우리 기업들의 부정적인 면을 앞세우는 경향이 너무 강해서 해법마련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야반도주'라는 선정적인 표현이 등장하고, 무단철수로 중국인들의 가슴에 멍을 들이고 결국에는 사회문제의 주범이 되어 '혐한류(嫌韓流)'가 확산되고 있다는 식의 보도는 우리 기업, 우리정부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중국 언론에게 역 인용되어 부정적 요소를 증폭시키는 결과마저 초래하고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정상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여 불가피하게 '도주'하거나 범법행위를 저지른 일부 초소형 기업들의 상황을 마치 전체 한국기업들의 보편적 현상인양 보도되는 사실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사업철수는 기업인에게 수치스런 일이다. 그래서 정상적인 철수를 진행하는 그들은 소란을 떨지 않으므로 잘 알려지지 않는다. 우리들은 아름다운 퇴출을 발굴하여 중국 정부와 현지인들에게 훈훈한 한국기업들의 면면을 알게 해 줘야 한다.
 

청산절차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아…
 
필자는 지난 해 초부터 지금까지 심양, 청도, 천진지역에서 3건의 철수를 진행해 오고 있다. 2건은 일반청산이고 1건은 파산청산이다. 수많은 해프닝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1년이 지난 지금까지 3건 모두 완결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나 청산이 실패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일반청산은 마무리 단계에 왔고, 파산청산은 파산신청서가 이미 수리되어 관리인이 나와 있다. 작년 7월, 외자기업에게도 적용되는 신 기업파산법이 발효된 이후해당 지방에서는 아마도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법원과 지방정부에서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는 이 한국기업을 고마워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청산절차는 한국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산이 부채를 초과한 상태라면 기업체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일반청산을 진행한다. 기업의 자산으로 부채를 모두 상환할 수 없는 상태라면 관할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고 법원 관리인의 손을 거쳐 이른바 ‘법정관리' 기간을 거치다가 채권채무 정리과정을 거쳐 파산선고를 받고 청산의 수순을 밟는다.
중국에서 외자기업이 청산을 진행하다 보면 느린 행정, 복잡한 절차, 법보다는 현실적인 문제로 등장하는 노동문제 등으로 기업 스스로 느끼는 피로감은 대단히 커진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비단 중국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업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해당 기업은 그 국적이 어디이든 청산에 대한 번잡한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우리 기업들이 유독 중국에서고통을 받는 것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급변하는 정책의 변화와 일선 행정공무원들의 경험부족 때문에 의논하려고 해도 도움 받을 곳이 없어 외롭게 고민하고 판단해야 하는 감성적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 정신바짝 차리자! 정리는 최소 1년 전부터
 
여기에 우리가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정부가 할 일, 해당기업이 할 일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 하는지 총력을 기울일 때가 온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해 왔고, 이로 인해 엄청난 금액의 국부(國富)가 중국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한번 나간 자본을 유지관리하고 회수하는 일에 신경을 얼마나 썼는지 반성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중소기업 지원책은 해외투자지원, 수출지원, 시장개척 등 진출일변도로 시행되었으나 이젠 진출지원, 현지경영 지원, 사업철수 지원 등 3원화로 변경 추진되어야만 한다. 해외 사업에서의 내성(耐이 약한 중소기업들에게 전문가 풀에 의한 경영관리 지원)은 결과적으로 우리 국부의 유지, 회수와 직결되는 것이므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울러 우리 기업들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전략 없이 부하뇌동 식으로 중국으로 건너간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실패를 했다. 사전에 미리 중국진출에 대한 기초 상식을 공부하고, 영업, 생산 측면보다는 재무계획을 중심으로 사업의 중장기 플랜을 철저히 수립한 후에 진출을 결정해야 한다.
사업을 정리하려는 기업은 적어도 1년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머뭇거리다가 철수시기를 놓치면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냉정히 인식하고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객관적인 시각에서 퇴출(Exit)을 선택해야 한다. 절대로 고의적인 불법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무지로 인하여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관련기관을 설득하여 긍정적인 모습이 인식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사업철수를 바라보는 언론과 한중 양국 정부의 시각은 다양할 수 있지만,눈부신 중국의 경제성장의 어두운 한 면을 지나치게 사회문제화 하거나전체적인 차이나 리스크로 다루는 것은 아직도 열심히 노력하여 연착륙을시도하고 있는 수많은 한국기업들에게 불안감과 무력감을 안겨 줄 뿐이다. 이제 중국에서 성공한 중소기업들의 훈훈한 사례를 소개하여 그들을 배워 세계 제1위의 소비시장을 개척하려는 건전한 중소기업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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