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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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엔쯔(面子)



우리의 사회구조가 종적 구성이라면, 중국은 종횡의 습관이 혼재하고 있다. 즉 평등주의원칙과 관료적 습성이 함께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비공식석상의 경우 운전기사는 손님이 있을 때라도 거리낌 없이 모시는 상관과 함께 식사를한다. 그것을 가장 부자연스럽게 느끼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의 비즈니스맨들이겠지만 중국에서의 평등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동등하게 적용된다.
격심한 문하대혁명을 치르면서 상하의 분별이 쉽지 않게 되었다. 문혁을 전후한 한동안의 계급의식을 갖는 어떤 행동도 스스로 삼가는 현상이 생겨났다.
중국은 사회주의 40년 동안 유교의 풍토를 버렸다.
비즈니스에서 미엔쯔는 상대에 대한 존경을 의미한다. 언어 본래의 낮춤이 아니고 동등한 위치에서 상대를 고무시키는 테크닉이 고도로 발달한 것이 오늘의 중국사회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서로가 낯을 붉히는 행동을 가급적 삼가고 좋은 말로만 일관하는 상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상대의 미엔쯔만을 생각하다가 상담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된다.
중국에서 급하게 전화 한 대를 가설해야 할 때 무작정 담당자에게 돈을 집어준다고 전화가 금방 나오는 것이 아니다. 돈도 주고 그에 따른 명분도 주어야 한다. 수출액이 큰 회사니까 반드시 전화가 한 대 있어야 한다는 등의 말은 부탁하는 측에서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런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자본주의 선진국 출신들이 이러한 행위를 부정부패로만 이야기하는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필요한 측에서는 돈과 명분을, 상대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유무형의 보답을 주는 교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1) 체면(미엔즈/面子)에 죽고사는 중국인
중국 사람들만큼 체면을 중시하는 민족도 없을 것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것을 �아이미엔즈(愛面子)�라고 하며 일반생활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비즈니스 협상 중에서도 내 체면 좀 세워달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회사 내에서도 부하 직원을 책망할 경우에는 필히 개인적으로 불러서 나무라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와는 반대로 중국인과 상담을 할 경우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 주면 상당히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중국인들은 자기 자신의 체면을 중요시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체면도 그만큼 세워 주려고 애를 쓴다. 특히 상대방이 어려운 사안을 해결해야 하는 직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쪽에서 그 사람의 체면을 세워 주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적어도 이번 상담에서 많은 이익을 얻었다고 느끼게 하면 앞으로 비즈니스 하기가 좋다. 중국어사전에도 이 체면을 뜻하는 �미엔즈�의  또 다른 뜻으로 �정의, 정분, 의리�라는 뜻도 있다. 이러한 체면을 중시하는 습관은 소개를 받고 찾아간 곳에서도 유용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누구의 소개를 받았다고 하면 나하고 직접 관계가 없어도 단지 아는 사람이 소개하여 주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일처리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즉 자신의 아는 사람의 체면을 생각해 쉽게 처리해 주는 것이다. 중국인은 집에서 가족끼리 식사할 경우에는 술을 마시는 경우가 거의 없으나 누구를 초대하거나 외부 식당에서 식사할 경우는 체면을 위해 술을 꼭 대접한다. 집에서 간단히 식사하자 해 놓고도 나오는 음식을 보면 식탁에 접시를 올려 놓을 수 없을 정도의 음식이 나오는데 이것도 다 미엔즈 때문이다.
중국에서 한 사람의 명예와 권위를 재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체면이다. 체면을 세워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체면을 깍는 것이 더 문제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중국인의 체면을 깍는 일이 생기거나 깍았다고 하면 더 이상 그와의 관계가 예전처럼 되지 않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즉 신의를 잃어버린 것으로 보면 확실하다. 게다가 그가 속한 회사, 기관 심지어 비슷한 계통이나 주변과도 비즈니스나 인간관계를 유지해 나갈 희망이 사라진 것으로 보면 된다.
체면을 세워 주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상대방을 칭찬하고 명예를 놓여 주고 주위에 많이 칭찬한다면 그게 바로 그 사람의 체면을 놓여 주는 것이다.

2) 체면중시 문화(�중화사상�의 문화마찰)
중화사상이라는 자기중심, 폐쇄적인 세계관이 자리잡고 있다. 즉 사람들의 의견에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밀고 나가려고 하며, 상대를 저울에 올리는 것은 괜찮지만 자신이 저울질 당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싫어하고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이것이 비즈니스의 장에서는 주변의 의견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만으로 �문제가 없다�든가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밀어붙이는 것과 이어진다. 반대로 �불가능하다�방법이 없다�는 말도 단도직입적으로 한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스스로 어떤 결론을 내려버리는 체념적인 성향도 강하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거나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려는 경향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결정권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대단히 단정적으로 말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상당수의 외국인들이 이러한 발언이나 태도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사례가 많다.

<오늘일보=김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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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주고 그에 따른 명분도 주어야 일사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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