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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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 AP=연합뉴스

 

중국 경제를 시장 주도로 바꾸려 애쓴 리커창 전 중국 총리가 심장마비로 급사했다. 

중국중앙TV(CCTV)는 27일 오전 8시 보도에서 "최근 상하이에서 쉬고 있던 리커창 동지에게 26일 갑자기 심장병이 발생했고, 응급조치도 소용없이 27일 0시 10분 상하이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중국은 27일 오후 6시 30분에야 낸 공식 부고에서 "중국공산당의 우수한 당원이자 노련하고 충성스러운 공산주의 전사, 걸출한 프롤레탈리아 계급 혁명가, 정치가, 
당과 국가의 탁월한 지도자인 리커창 동지가 서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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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제20차 당대회 때 리커창, 시진핑, 후진타오(좌로부터). EPA 연합뉴스

 

리커창은 시진핑의 평생의 라이벌이었다. 혁명 원로 시중쉰의 아들로서 태자당인 시진핑과 달리 자수성가한 엘리트 출신이다. 베이징대 법학과 졸업 이후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권력의 정점에 섰다.

그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지도부로 활동한 뒤 후진타오 시대인 2008년부터 국무원 부총리를 지냈다. 이후  같은 공청단인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지원을 받으며 주석 후보로 부상했지만 상하이방과 태자당이 밀어 준 시진핑에 밀려 2인자인 총리가 되었다.

총리 시절 중국의 경제를 국가 주도에서 자유 시장 경쟁 체제로 바꾸려 개혁을 시도했지만 시진핑의 공동부유와 국영 기업의 덩치를 불리고 당이 기업 경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밀려 2인자로서의 한계에 부딪혀 뜻을 펼치지 못했다.

시진핑은 2012년 17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 중앙군사위 주석 등에 올랐지만, 이전의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와 마찬가지로 집단지도체제의 서열 1위로 자리매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시진핑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호랑이 사냥'을 명분 삼아 정적 수천 명을 제거했고,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2022년 10월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의 암묵적인 룰을 깨고 '3연임'에 성공했다. 사실상 시진핑 1인체제라는 절대권력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집단지도체제를 바탕으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원을 진두지휘하는 '2인자' 총리를 꿈꾼 리커창은 2023년 전인대에서 공식 퇴진할 때까지 실권 없는 2인자로 밀렸다.

2007년 '커창 지수' 일화가 있다. 당시 랴오닝성 당서기 시절 국내총생산 등 지표는 조작이 가능해 믿지 않고 "철도 물동량, 전력 소비량, 은행 신규 대출 3가지 지표를 참고한다"고 말해 이후 외부에서 중국 경제를 예측하는 잣대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리 전 총리의 2020년 5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폐막 기자회견 발언에서도 당시 중국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며 "6억명의 월수입은 1천위안(약 17만원)"이라며 "이 돈으로는 도시에서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시 주석이 강조한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읽히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양쯔강과 황허는 거꾸로 흐를 수 없다"(長江黃河不會倒流),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 天在看) 등 리커창의 생전 발언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것은 물론 최고 권력을 견제하는 듯한 쓴소리를 잇달아 내며 소신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중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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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후이성 허페이 리커창 전 총리 생가의 추모 행렬중국 안후이성 허페이 리커창 전 총리 생가의 추모 행렬

 

 
리 전 총리가 어린 시절 살았던 안후이성 허페이시와 추저우시 일대엔 28일 새벽까지 중국인들의 추모 행렬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웨이보에는 수많은 사람이 고인이 살았던 집 앞에 국화를 놓으며 그를 추모하는 영상이 게시됐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와 같이 많은 중국인이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 별세 소식에 애도의 뜻을 표명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추모 분위기 확산을 우려한 듯 수위 조절에 나선 분위기다.

인민일보, 신화통신, 환구시보 등 주요 관영매체들은 전날 오전 8시께 리 전 총리가 상하이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소식을 전한 중국중앙TV(CCTV) 발표를 인용해 하루 종일 단신성 보도만 했을 뿐이다.

이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국무원, 전국정치협상회의가 공동으로 부고를 발표하자 다시 부고 소식만 전하고 있다.

은퇴 후에도 최고 수준의 건강 관리를 받는 중국 최고 지도부는 대체로 장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96세로 사망했고, 리펑 전 총리는 2019년 90세로 눈을 감았다. '혁명원로' 쑹핑 전 정치국 상무위원은 올해 106세로 현재 최고령 당 지도자다.

이런 상황에서 68세의 리커창 총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 자체로 충격인 데다, 그가 한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라이벌이었고 민심의 지지를 얻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예상하지 못한 죽음에 리커창 추모 열기가 자칫 '반시진핑 시위'로 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고 중국은 바짝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를 두고 1976년 저우언라이 총리 사망 후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비판이 쏟아진 4·5운동이 본격화했고, 1989년 4월 후야오방 총서기 사망으로 같은 해 6월 톈안먼 시위가 벌어진 걸 의식한 중국 당국 조처라는 평가가 나왔다. 바꿔 말하면 '반(反)시진핑' 시위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리커창 전 중국 총리 별세에 조전을 발송했다고 30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리 전 총리 별세와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 명의 조전을 리창 총리 앞으로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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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68세 리커창 심장마비 급사, 시진핑에 밀려난 불운한 2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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