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8-26(화)
 
  • 22대 국회에 던져진 마지막 기회, 숫자를 넘어 신뢰를 재건할 때

 

 

[오늘일보=김준연 발행인]2025년 8월, 22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연금개혁안이 다시금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라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되며 손에 잡힐 듯했던 개혁은, 또다시 정치적 셈법과 세대 간의 불신이라는 벽에 부딪혀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다.

 

'더 내고 늦게 받는' 고통 분담. 연금개혁을 이야기할 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이 말은 이제 모든 국민이 받아들여야 할 냉정한 현실이 되었다. 저출생·고령화의 거대한 파도 앞에서 기금 고갈은 정해진 미래이며, 이대로라면 1990년생이 연금을 받을 나이가 될 즈음엔 적립된 기금이 바닥을 드러낸다. 미래 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연금개혁을 단순히 가입자가 감내해야 할 '손해'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는 숫자를 조정하는 기술적 과제를 넘어, 국가의 미래를 위한 '세대 간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사회적 계약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국민연금을 '내봤자 돌려받지 못할 돈'이라며 깊은 불신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불안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개혁안도 성공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국가의 지급 보장 명문화'이다. 국가가 어떤 상황에서도 연금 지급을 책임진다는 명확한 법적 약속이야말로, 청년들이 기꺼이 개혁의 고통을 분담하게 할 가장 확실한 담보다. 이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연금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부터 재건하는 첫걸음이다.

 

동시에, 우리는 걷어들인 돈을 어떻게 불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1,000조 원이 넘는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 수익률을 1%만 높여도 기금 고갈 시점을 수년 늦출 수 있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기금 운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은 보험료율을 1% 올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개혁의 한 축이다.

 

21대 국회는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공은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여야는 눈앞의 유불리를 떠나 국가의 백년대계를 설계한다는 역사적 책임감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특정 세대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조금씩 양보하고 책임지며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연금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숙제다. 이번만큼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주저하다 또다시 다음 세대에 폭탄을 떠넘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숫자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넘어,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재건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약속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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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더 내고 늦게 받는' 고통 분담을 넘어선 세대 간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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