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亞 기술 독립 필요" 역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심화 속, 한국의 메모리·AI 기술 확보 노려
중국 관영매체가 한국을 향해 인공지능(AI) 공동전선을 제안하며 "협력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20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GT)는 사설 격인 'GT 목소리'(GT Voice)에서 "중국과 한국은 모두 AI를 국가의 전략적 우선순위로 격상하고 상당한 국제 경쟁력을 구축했다"면서 공동 연구소 설립, 기술 공유, 규제 체계 조율 등을 구체적인 협력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어 중국은 애플리케이션 생태계·기술인프라·시스템 구현 등 분야에서 우위를 보이고, 한국은 기술 기반이 탄탄하며 실무 전문성이 높아 협력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양국이 기술 장벽을 극복하고 제조·서비스 부문 전반에 걸쳐 AI를 적용해 관련 시장을 함께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중국과의 기술 격차 축소,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공동화 우려에 직면한 한국 산업계 상황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글로벌타임스는 철강·이차전지·자동차 등 한국 10대 수출 주력업종 중 절반이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으며, 5년 뒤 10대 업종 모두가 뒤처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한국경제인협회의 최근 조사내용을 언급하며 "중국과의 산업 경쟁에 대한 논의가 한국 내에서 심화하고 있으며, 이는 정부와 재계 전반의 불안감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이 3천500억 달러(약 515조원) 대미 투자로 미국과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이러한 약속은 국내 산업의 잠재적 투자 유출과 산업 공동화 위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진단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삼성전자·현대차·SK·LG 등 주요 그룹이 반도체와 AI 등 신성장 분야에 향후 5년간 5천500억 달러(약 810조원) 규모 투자를 발표한 데 대해서도 "상호 밀접하게 연결된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국내 투자나 단일 동맹 강화만으로는 포괄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면서 "핵심 기술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동시에 신흥 산업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 고성능 AI 칩 및 제조 장비에 대한 대(對)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핵심 기술력과 공급망을 끌어들여 서방의 기술 포위망을 돌파하려는 전략적 구상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공개적인 제안으로 한국은 경제적 이익과 한미동맹 간의 외교적 균형점이라는 더욱 복잡한 딜레마에 놓이게 되었다.
중국의 공개적인 'AI 공동전선' 제안에 대해 한국 정부와 업계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에게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자 주요 생산 거점이며,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과는 안보 및 기술 분야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핵심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양국 간의 기술 협력은 언제나 환영하지만, 이는 시장 원칙과 국제 규범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노선에서 이탈하지 않으면서도, 중국 시장과의 경제적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수 없는 한국의 처지를 반영한 '전략적 모호성'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이번 제안은 한국이 직면한 '기술 진영화' 압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며, 향후 한국의 대외 기술 정책 결정에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