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시지가 74억 신고 납세자에 '감정가 115억' 기준 22억 추가 과세 적법 판단
- "과세관청의 사후 감정평가는 조세법률주의 및 과세 형평성 부합"
- 상증세법 시행령 개정 이후 첫 대법원 확정 판결… 자산가들 '공시지가 꼼수' 제동

일명 '꼬마빌딩' 등 소규모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상속세를 매길 때, 과세관청이 사후 감정평가를 의뢰해 산출한 가액도 적법한 시가(市價)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납세자가 시가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신고했더라도, 과세관청이 객관적인 감정을 통해 실제 가치를 확인했다면 이를 과세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정당하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로 공시지가의 맹점을 이용해 세금을 회피해 온 부동산 자산가들의 '부의 대물림'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공시지가 74억 vs 사후 감정가 115억… 법적 공방의 전말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근 납세자 A씨가 마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9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모친 사망 후 서울 서대문구 일대의 토지와 건물을 상속받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상 재산의 가액은 상속개시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원칙이나, 거래가 뜸한 꼬마빌딩은 시가 산정이 어려워 개별공시지가 등 '보충적 평가방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다.
이에 A씨는 2019년 10월 해당 토지의 가액을 개별공시지가에 따라 74억여원으로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속세 27억여원을 자진 신고 및 납부했다.
그러나 과세관청의 판단은 달랐다. 세무 당국은 이듬해인 2020년 6월 감정평가법인 2곳에 해당 부동산의 감정을 의뢰했다.
A씨 역시 이에 반발해 별도의 감정평가법인 2곳에 감정을 맡겼다. 양측이 동원한 총 4곳의 감정평가법인이 매긴 감정가액은 110억∼121억원으로, A씨가 당초 신고한 가액보다 최소 36억원 이상 높았다.
결국 마포세무서 등 과세관청은 감정가액 4개의 평균치인 115억여원을 실제 시가로 간주하고, A씨에게 상속세 22억여원을 추가 부과했다.
"사후 감정은 위법" 주장에 대법원 "과세 형평성 부합" 일축
추가 징수 통보를 받은 A씨는 즉각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납세자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신고를 마쳤음에도, 과세관청이 사후에 임의로 감정평가를 의뢰해 세금을 올려받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고 조세 형평에 반한다"는 것이 A씨 측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1심부터 대법원까지 사법부의 판단은 일관됐다. 재판부는 "과세관청이 상속세 결정을 위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감정을 실시한 뒤, 그 감정가액에 따라 부과처분을 하는 것은 현행법상 허용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납세자가 보충적 평가방법(공시지가 등)에 따라 세금을 신고·납부했더라도, 과세관청이 상증세법 시행령에 근거해 객관적 교환가치를 확인해 가액을 산정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부합한다"며 "오히려 실질 가치에 맞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진정한 과세 형평성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법원은 감정평가법인의 세부 감정가액 산정 방식에 일부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 추가 부과된 22억여원 중 1억여원의 처분은 취소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사후 감정평가를 통한 과세의 적법성'을 온전히 인정함으로써 사실상 과세관청의 완승으로 사건을 매듭지었다.
'꼬마빌딩' 절세 공식의 종언
그동안 도심 내 중소형 상업용 건물, 이른바 '꼬마빌딩'은 아파트와 달리 규격화되어 있지 않아 동일 조건의 거래 사례(시가)를 찾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실거래가가 아닌 시세의 60~70% 수준에 불과한 기준시가나 공시지가로 상속·증여세를 신고하는 것이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절세(혹은 조세 회피) 수단으로 통용되었다.
이에 과세 당국은 2019년 2월 상증세법 시행령을 개정, 과세관청이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사후적으로 감정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시가로 인정해 과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확정 판결은 2019년 시행령 개정 이후 과세 당국이 주도해 온 '꼬마빌딩 핀셋 감정평가'의 적법성을 최고 법원이 명시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로서 향후 국세청이 자산가들의 비주거용 부동산 상속 및 증여 건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사후 감정에 나설 수 있는 강력한 판례적 무기를 얻게 됐다.
사실상 꼬마빌딩을 통한 편법적 부의 대물림 통로는 막힌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