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게임'의 영광 뒤, 정작 주인은 따로 있었다
[오늘일보=김준연 발행인]전 세계가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에 열광하고 BTS와 블랙핑크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K-콘텐츠는 의심할 여지 없이 문화적 현상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핵심 수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은 K-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결정적인 '고속도로' 역할을 해주었다.
그러나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우리가 애써 외면해 온 질문이 있다. "이 잔치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오징어 게임’이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을 때, 그 천문학적인 후속 수익과 파생 사업의 권리는 대부분 넷플릭스가 가져갔다. 우리는 뛰어난 요리사처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멋진 요리(콘텐츠)를 만들어냈지만, 그 요리가 나오는 식당(플랫폼)과 요리법(IP, 지식재산권)의 소유권은 넘겨준 셈이다.
이러한 '플랫폼 종속' 모델은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제작비와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는 달콤한 과실을 주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콘텐츠 산업의 허리를 약화시키는 족쇄가 될 수 있다. IP가 없으면 시즌2, 캐릭터 사업, 게임, 굿즈 등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언제까지 남의 밭에서 농사를 지어주는 소작농에 머물러야 하는가?
이제 K-콘텐츠는 다음 단계로의 진화를 모색해야 한다. 훌륭한 '콘텐츠 제작소'를 넘어, IP를 직접 소유하고 그 가치를 키워나가는 진정한 'IP 강국'으로 도약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과제가 시급하다.
첫째, 창작자 중심의 IP 소유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웹툰과 웹소설 업계가 보여주듯, 원천 IP를 가진 플랫폼과 작가가 중심이 되어 IP 가치를 키워나가는 모델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영상 제작 단계에서도 제작사와 창작자가 IP 권리를 확보하고, 플랫폼과는 '방영권'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둘째,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와 연대가 필요하다. 글로벌 플랫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국내 OTT와 콘텐츠 기업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공동으로 오리지널 IP에 투자하고, 해외 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K-콘텐츠 연합군'을 형성하여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
셋째, 정부는 IP 확보를 위한 금융 및 정책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IP를 담보로 한 제작비 펀딩을 활성화하고, 불공정한 IP 계약을 막기 위한 표준계약서 개선 등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한다. 당장의 제작 편수 늘리기보다, 세계적인 IP 몇 개를 키워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디즈니는 미키마우스라는 IP 하나로 100년 가까이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그럴 잠재력을 가진 웹툰, 캐릭터,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이제는 우리 손으로 직접 IP를 키워, 그 결실을 온전히 우리가 거두는 새로운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갈 때다. K-콘텐츠의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