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를 되돌리려 했던 남자, 피츠제럴드가 그려낸 시대의 비극
- 개츠비는 왜 '위대함'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는가: 맹목적 사랑과 상실의 연대기

미국 문학의 자존심이자,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불멸의 고전,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20세기 미국 문학의 정수를 담은 '위대한 개츠비'는 재즈 시대의 물질주의와 아메리칸 드림의 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한 남자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과 인간의 실존적 고독을 처절하게 그려낸 시대의 초상화.
"그는 우리 중 누구보다 더 강렬하게 미래를 꿈꿨고, 우리 중 누구보다도 더 과거에 사로잡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추억이나 미해결된 감정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 하면서도, 종종 과거에 얽매여 새로운 기회를 완전히 포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과거에 대한 집착이 미래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을 가로막지 않도록, 우리는 과거를 소중한 학습의 경험으로 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어야 한다.
개츠비의 이야기는 과거에 대한 미련을 놓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꿈꾸는 우리 모두에게 교훈을 준다.
이 소설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1920년대 미국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전례 없는 경제적 호황을 누리며 물질주의의 정점에 올라섰다. 도덕적 가치보다는 부의 축적이 우선시되었고, 금주법이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밀주 체인과 파티가 성행하던 기묘한 시대였다.
피츠제럴드는 이 시기를 '재즈 시대'라 명명했다.
낡은 전통은 무너지고, 젊은 세대는 전후의 허무주의를 잊기 위해 화려한 불꽃놀이와 독한 술, 그리고 빠른 음악에 탐닉했다.
하지만 그 화려함 이면에는 계급 간의 견고한 벽과 천민자본주의의 독소가 스며들어 있었다. 개츠비의 대저택에서 매일 밤 열리는 파티는 바로 이 시대를 상징하는 거대한 은유였다.
2. 과거를 되찾으려는 처절한 몸부림닉 캐러웨이의 등장과 서부인의 시선
이야기는 중서부 출신의 젊은이 닉 캐러웨이가 증권업을 배우기 위해 뉴욕 근교의 '웨스트 에그'로 이사 오면서 시작된다.
닉의 이웃집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갑부 제이 개츠비가 살고 있었다. 개츠비는 매주 토요일 밤마다 화려한 파티를 열어 수많은 인파를 불러모으지만, 정작 본인은 그 소란 속에서 초연한 태도를 유지한다.
닉은 건너편 '이스트 에그'에 사는 먼 친척 데이지 뷰캐넌과 그녀의 남편 톰 뷰캐넌을 방문한다. 톰은 오만한 상류층의 전형으로, 자동차 수리공의 아내인 머틀 윌슨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 닉은 이들의 무책임하고 부패한 삶을 지켜보며 현대 사회의 환멸을 느낀다.
3. 5년의 기다림, 그리고 초록색 불빛
닉은 개츠비로부터 정식 초대를 받게 되고, 점차 그와 가까워지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개츠비가 웨스트 에그에 저택을 짓고 매일 밤 파티를 연 유일한 이유는 강 건너편 데이지의 집 부두 끝에서 반짝이는 '초록색 불빛'을 보기 위함이었다.
5년 전, 가난한 장교였던 개츠비는 상류층 아가씨였던 데이지와 사랑에 빠졌으나, 신분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그녀를 떠나보냈다.
데이지는 전쟁에 나간 개츠비를 기다리지 못하고 부유한 톰과 결혼했다. 개츠비는 그녀를 되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부를 쌓았다. 그가 연 파티들은 언젠가 데이지가 우연히라도 그곳을 찾아오길 바라는 간절한 '덫'이었던 셈이다.
닉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5년 만에 재회하게 되고, 개츠비는 마침내 자신의 꿈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고 믿는다.
4. 붕괴되는 환상과 비극적 종말
하지만 개츠비의 꿈은 현실의 벽 앞에서 균열을 일으킨다. 그는 데이지에게 "톰을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고 말하라고 강요하며 과거를 완전히 복구하려 하지만, 현실적인 안주를 원하는 데이지는 혼란에 빠진다.
비극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온다. 데이지가 운전하던 개츠비의 차가 톰의 내연녀인 머틀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머틀의 남편 윌슨은 톰의 이간질에 속아 개츠비를 가해자로 오해하게 된다. 결국 윌슨은 수영장에서 데이지의 연락을 기다리던 개츠비를 총으로 쏘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다.
개츠비의 장례식에는 그토록 화려했던 파티 손님들 중 누구도 나타나지 않는다. 심지어 사고의 진범인 데이지조차 남편 톰과 함께 자취를 감춘다. 유일하게 곁을 지킨 닉은 이들의 비정함에 치를 떨며 뉴욕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5. 인문학적 분석: 왜 개츠비는 '위대(Great)'한가?
밀주 업자로 부를 축적하고 유부녀를 탐한 그가 왜 '위대'하냐고 독자들은 묻는다. 여기서 '위대함'은 도덕적 완결성이 아니라, 그의 '희망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에 기인한다.
맹목적 순수성 : 모두가 돈과 쾌락만을 쫓을 때, 개츠비는 오직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인생 전체를 던졌다. 그 목적이 비록 허상(데이지)일지라도, 무언가를 그토록 열렬히 믿고 투신하는 에너지는 부패한 주변 인물들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과거와의 투쟁 : "과거를 반복할 수 없다고요? 아뇨, 그럴 수 있습니다!"라고 외치는 개츠비의 모습은 시간의 흐름이라는 인간의 숙명에 도전하는 프로메테우스적 면모를 보인다.
아메리칸 드림의 비극 : 개츠비는 신분 상승을 통해 꿈을 이루려 했지만, 결국 '올드 머니(세습 부자)'들의 견고한 카스트 제도를 넘지 못했다. 그의 죽음은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구원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아메리칸 드림의 파산을 상징한다. '재의 계곡'은 화려한 뉴욕 이면에 버려진 꿈들의 무덤과도 같다.
6. 맺음말: 우리 모두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문학사상 가장 아름다운 문장 중 하나로 꼽힌다.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나면서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초록색 불빛'을 쫓으며 살아간다. 그것이 사랑이든, 명예든, 혹은 잡히지 않는 이상이든 말이다. 비록 세상이 우리를 밀어내고 우리가 쫓던 불빛이 신기루였음이 밝혀질지라도, 그 불빛을 향해 손을 뻗었던 그 '의지'만큼은 개츠비처럼 위대할지 모른다.
오늘 밤, 당신이 응시하고 있는 초록색 불빛은 무엇입니까?
그 불빛이 당신을 구원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파멸로 이끌고 있습니까?
개츠비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가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