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원유 수급 안정성 '적신호'... 한미동맹과 국익 사이 정교한 균형 외교 절실
- 정부, 에너지 비축량 점검 및 공급망 다변화 등 총력 대응 체계 구축과 시나리오별 대비책 마련 서둘러야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이 고조되면서 중동발 '퍼펙트 스톰'이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다. 오늘일보는 3월 15일,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상태와 이로 인한 국내 경제 및 외교적 파급에 대해 정부는 국가안보회의(NSC)를 상시 가동하며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플랜 B'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에 대한 이란 측의 드론 공격과 이에 따른 미국의 보복 공습이 이어지며 양국 관계는 전면전 직전의 교착 상태에 빠졌다. 특히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해군이 훈련을 강행하며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국제 유가는 요동치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 타격전단을 추가 배치하고 화력 증강에 나섰다. 이란 외무부는 "주권 침해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응징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러한 군사적 대치 상황은 단순히 지역적 분쟁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심각한 교란을 야기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원유 도입량의 72.4%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국가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국내 원유 비축량이 약 9,600만 배럴 수준으로, 외부 공급이 완전히 차단될 경우 약 100일가량 버틸 수 있는 분량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안보 비상, 고유가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국제 유가(WTI 기준)는 최근 일주일 사이 배럴당 110달러 선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직결되어,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 심리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국내 소비자 물가는 약 0.1~0.2%p 추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해운 및 물류 비용의 급증도 큰 변수다. 중동 인근을 지나는 선박들의 보험료는 평시 대비 최대 5배 이상 폭등했으며, 일부 해운사는 우회 항로를 검토 중이다. 이로 인해 수출입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무역 수지 적자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과 에너지 할당관세 적용 등 단기적 처방을 검토 중이나, 장기전 돌입 시 재정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공급선을 미주 및 아프리카 등으로 신속히 다변화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미동맹과 중동 외교 사이의 '전략적 선택'
외교적 측면에서 한국은 더욱 복잡한 방정식 앞에 놓여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중동 내 항행의 자유를 위한 공동 대응 및 군사적 기여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한국의 주요 건설 시장이자 잠재적 에너지 협력 파트너로서, 노골적인 대미(對美) 편향은 중동 전체와의 관계 악화를 불러올 위험이 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공고히 유지하면서도, 우리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란과의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적인 외교적 접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 사회는 한국의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한 군사적 지원보다는 인도적 지원이나 해상 안전을 위한 비전투적 기여 등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적 균형 외교'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위기는 단발성 충돌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는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동 산유국들과의 'G to G(정부 간)' 협의체를 가동해 에너지 수급 안정을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민관 합동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