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현대 중국의 정당성은 암묵적인 사회 계약에 기반한다. '정치적 자유를 논하지 않는 대신, 경제적 번영과 안정적인 삶을 보장한다.' 지난 40여 년간의 개혁개방은 이 약속이 유효함을 증명하는 거대한 성공 서사였다. 그러나 지금, 이 견고했던 계약의 가장 약한 고리가 드러나고 있다. 바로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률이라는 아킬레스건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 지표를 넘어, 중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한 세대의 좌절이자,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잠재적 뇌관이다.
통계가 보여주는, 그리고 감추는 현실
공식적인 수치만으로도 문제는 심각하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023년 6월, ‘21.3%’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도시 청년 5명 중 1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악화되자 당국은 약 6개월간 돌연 통계 발표를 중단했고, 올해부터 '재학생을 제외한다'는 새로운 기준으로 수치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 기준으로도 실업률은 14%대를 오르내리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식 통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장단단(張丹丹) 베이징대 교수의 연구팀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자발적 실업 상태의 청년, 즉 부모에게 의존해 생활하는 '캥거루족' 등을 포함할 경우, ‘실질적인 청년 실업률은 무려 46.5%’에 달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중국 청년 두 명 중 한 명은 사실상 온전한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매년 1,100만 명 이상의 대졸자가 쏟아져 나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는 거대한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구조적 미스매치와 정책적 충격의 합작품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이는 복합적인 원인이 얽힌 결과다.
첫째, 고질적인 '구조적 미스매치'다. 중국의 대학교들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술 인력보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졸업생을 과도하게 배출해왔다. 반면, 제조업 현장에서는 숙련된 기술공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대학 졸업장만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고학력 저숙련' 인력의 과잉 공급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쿵이지의 긴 두루마기(孔乙己的长衫)'라는 밈(meme)은 이러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육체노동을 하기엔 너무 많이 배웠고, 배운 것을 써먹을 지식인 일자리는 없는 청년들의 딜레마다.
둘째, 정부의 정책적 충격이 결정타를 날렸다. 시진핑 정부는 2021년부터 사교육 산업을 초토화한 '쌍감(双减)' 정책, 알리바바와 텐센트로 대표되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고강도 규제, 그리고 부동산 시장의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을 동시에 추진했다. 이 세 분야는 모두 지난 10여 년간 대졸 청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일자리를 공급하던 핵심 산업이었다. 하나의 정책도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동시에 가하면서, 청년 고용 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탕핑'과 '바이란', 소극적 저항을 넘어
이러한 현실 앞에서 중국 청년 세대가 보인 반응은 '탕핑(躺平, 드러눕기)'과 '바이란(摆烂, 될 대로 되라)'으로 대표된다. 치열한 경쟁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최소한의 생존만 유지하며 분투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나태가 아니라, 기성세대가 설계한 성공 공식에 대한 소극적 저항이자 합리적 선택이다. "노력해도 안 되는데 굳이 애쓸 필요가 있는가?"라는 자조 섞인 질문이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실업 청년들이 사회 불만 세력으로 전환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청년들에게 창업을 독려하고, 농촌으로 내려가 일자리를 찾으라는 '신상산하향(新上山下乡)' 운동을 장려하며, 국유기업과 공무원 채용을 늘리는 등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문제의 폭발을 지연시키는 임시방편에 가깝다.
출구를 찾아서: 세대의 고민과 국가의 과제
'탕핑'을 넘어선 세대의 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현재 청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배달, 차량 호출 등 긱 이코노미(gig economy)에 뛰어들거나, 취업난을 피해 대학원으로 진학해 시간을 벌거나, 심지어 매달 부모에게 용돈을 받으며 '전업자녀(全职儿女)'로 사는 것을 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에 있다. 정부 주도의 투자가 아닌, 민간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혁신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풀고, 민간 기업가들의 불안을 해소하여 투자를 유도하며, 미래 산업에 대한 예측과 함께 교육 시스템을 개혁하는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하다.
중국 청년 실업 문제는 이제 막 곪아 터지기 시작한 상처다. 이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한 세대의 좌절을 방치한 사회는 결코 지속가능한 번영을 이룰 수 없다. '중국의 꿈(中国梦)'이 신기루가 되지 않기 위해, 시진핑 정부는 이제 가장 아픈 현실을 직시하고 대수술에 나서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