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미 해군 함정 수리 사업 전격 수주 및 본격 가동
- 선박 건조 넘어 ‘관리’ 패러다임 전환… 한미 ‘해군 동맹’의 새로운 이정표
대한민국 조선업이 ‘K-방산’의 날개를 달고 글로벌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시장에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과거 일본이나 미 본토에서 주로 이루어지던 미 해군 군함의 수리 물량이 한국으로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수십조 원 규모의 새로운 ‘황금 어장’이 열리고 있다.
■ 1. 미 군함이 한국 도크로 들어오는 이유
최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위한 자격(MSRA)을 획득하고, 실제 군수지원함 및 보급함의 수리 사업을 잇따라 수주했다. 미국이 자국 군함의 수리를 한국에 맡기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 내 인프라 부족 : 미 본토 조선소의 노후화와 인력난으로 수리 대기 기간이 길어지자, 아시아-태평양 전력 공백을 우려한 미국이 ‘세계 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한국 조선소로 눈을 돌린 것이다.
압도적 기술력과 납기 : 한국 조선소는 미군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스펙을 완벽히 충족하면서도, 정확한 납기를 보장하는 세계 유일의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다.
■ 2. 연간 20조 원 규모의 ‘신대륙’ MRO
함정 MRO 사업은 단순히 배를 고치는 일을 넘어선다.
높은 수익성 : 신규 건조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으며, 함정의 수명(약 30~40년) 내내 지속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안정적 먹거리'다.
부품 공급망 장악 : 수리에 필요한 엔진, 레이더, 부품 등을 국산화하여 공급할 수 있어 중소 기자재 업체들까지 동반 성장하는 낙수효과가 크다.
글로벌 시장 확장 :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 중동 국가들도 자국 함정의 관리를 한국에 맡기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 3. 한미 ‘해군 동맹’의 강화… 지정학적 승리
이번 MRO 사업 본격화는 단순한 경제적 이득을 넘어선다. 미 군함이 한국에서 정기적으로 정비를 받는다는 것은 한미 군사 동맹이 ‘해상 물류 및 정비 체계’까지 통합되는 단계를 의미한다.
대중(對中) 견제 교두보 : 미 해군은 한국을 전진 정비 기지로 활용함으로써 태평양 내 작전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조선업의 전략 자산화 : 한국의 조선소가 단순 제조 공장을 넘어 동맹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전략적 허브'로 격상된 것이다.
K-조선이 MRO 시장의 황태자로 군림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미 군함의 보안 규정에 맞춘 보안 시스템 강화와 특수 선박 정비에 특화된 고숙련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정부 역시 자금 지원 및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조선업계의 MRO 진출을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만드는 것보다 고치는 것이 더 남는 장사"라는 말이 조선업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MRO 수주는 한국 조선업이 저가 수주 경쟁에서 완전히 벗어나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제 K-조선은 바다 위의 거대한 성(城)을 짓고, 지키는 파수꾼으로 거듭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