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틱톡서 죄수복 입고 농담하는 가짜 영상 수백만 조회수
- 유가족 2차 가해 우려에도 규제 사각지대… 전문가 "범죄 오락화 경계해야"
최근 유튜브와 틱톡 등 동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강력 범죄자의 얼굴과 음성을 합성한 인공지능(AI) 영상이 무분별하게 유포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조주빈·이은해 등 사회적 공분을 샀던 흉악범들이 교도소 일상을 공유하거나 농담을 던지는 모습의 가짜 영상이 '밈(Meme)'으로 소비되며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와 범죄 미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치즈돈가스 맛있어"… 일상 나누는 흉악범들
최근 동영상 플랫폼에는 '박사방' 주범 조주빈이 죄수복을 입고 등장하는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 속 조주빈은 "교도소에서 뭘 먹었느냐"는 질문에 "오늘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치즈돈가스가 나왔다. 이러니 살을 뺄 수가 없다"며 너스레를 떤다.
'계곡 살인 사건'의 범인 이은해 역시 AI 영상의 소재가 됐다. 해당 영상에서 이은해는 "된장국에 돼지 갈비찜이 나왔는데 식재료가 중국산이라 맛없다"고 불평한다. 이들 영상은 실제 현장 기록이 아닌,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범죄자의 공개된 신상 정보를 학습시켜 제작된 가짜 콘텐츠다.
해당 영상들은 범죄자가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거나 시청자와 대화하는 듯한 구도를 취하고 있어,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실제 상황인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회수 260만 회 기록… 진화하는 '범죄 콘텐츠'
이러한 콘텐츠는 자극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일부 영상은 조회수 260만 회를 넘어섰으며, 댓글 창에는 범죄 행위와 무관한 희화화된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이은해의 사진에 "계곡 갈래?"라는 문구를 합성하는 식의 조롱성 게시물이 존재했으나, 최근에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그 형태가 더욱 입체적이고 정교해졌다. 틱톡 라이트 등에서는 이은해나 정유정이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영상이 공유되고 있으며, 올해 초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 직후에는 여성 흉악범 5명을 한데 모은 'AI 화보'까지 등장했다.
이는 단순한 비판이나 풍자를 넘어 범죄 자체를 하나의 오락 소재로 소비하는 현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가족 2차 가해 및 법적 대응의 한계
범죄자를 소재로 한 AI 영상의 확산은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살인 사건의 전말과 고통스러운 기억이 '유머'라는 이름으로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은해의 계곡 살인 사건은 지난 2019년 6월 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내연남 조현수와 공모해 남편을 살해한 비극적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상에서는 여전히 가벼운 유희 거리로 다뤄지고 있다.
현행법상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가 아닌, 단순 흥미 위주의 가짜 영상 제작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조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흉악범에 대한 사회적 지탄과는 별개로, 범죄를 희화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윤리적 퇴행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범죄자를 AI로 형상화해 친근하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소비하는 행태는 범죄의 심각성을 무디게 하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유가족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이며, 플랫폼 차원의 강력한 필터링과 기술 윤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 계곡 살인 사건 개요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는 2019년 6월 30일 가평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남편 A씨를 4m 높이 바위에서 뛰어내리게 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가 인정되어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