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앞두고 서울 도심서 기념대회 개최
- 이주노동자 노동권·주거권 개선 및 구조적 차별 철폐 등 실질적 대책 요구
2026년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3월 21일)'을 일주일 앞둔 15일, 국내 이주민 인권 단체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서울 도심에 모여 이주민에 대한 차별 중단과 보편적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한국 사회 내에 고착화된 이주민 대상 혐오와 제도적 사각지대를 지적하며 정부의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찬 바람 속 울려 퍼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난민인권네트워크와 이주민노동인권센터 등 4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2026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를 개최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이날 현장에는 이주 노동자와 인권 활동가 등 경찰 비공식 추산 200여 명이 집결했다.
참가자들은 '인종차별 철폐', '이주노동자 기본권 보장'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보신각 앞 광장을 메웠다. 대회는 각국 이주민 대표들의 발언과 성명서 낭독, 퍼포먼스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현장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주민 인권 실태를 알리는 유인물 배포도 병행됐다.
열악한 주거 환경과 노동 착취 실태 고발
이날 발언대에 선 이주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겪는 차별적 대우를 가감 없이 증언했다.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 A씨는 "여전히 많은 동료가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 등 열악한 숙소에서 생활하며 최저임금 미달의 급여를 받고 있다"며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상황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인권 단체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이주 노동자의 70% 이상이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이용하고 있으며, 임금 체불 및 장시간 노동에 노출된 비중은 내국인 대비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들은 이러한 현상이 개인의 일탈이 아닌, 현행 고용허가제 등 법적·제도적 결함에서 기인한 '구조적 차별'이라고 규정했다.
정부의 제도적 개선 의지 촉구
기념대회 주최 측은 정부를 향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입법 조치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인도적 체류 권리 인정 ▲인종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요구 사항으로 내걸었다.
이주민노동인권센터 관계자는 "이주민은 한국 사회의 일원을 구성하는 핵심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권리 행사에 있어서는 여전히 '투명 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며 "UN 등 국제사회가 권고하는 수준에 걸맞은 인권 가이드라인을 국내법에 즉각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민 정책, '통제'에서 '공존'으로 패러다임 전환 필요"
법조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이주민 정책이 여전히 관리와 통제에 매몰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는 "단순히 노동력을 수입하는 차원을 넘어, 이들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며 살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은 1960년 3월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다 희생된 시민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날인만큼, 한국 정부도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차별 철폐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