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초기 성폭력 정황 묵과 등 수사 과정에서의 과실 명시
-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승소'... "수사기관 책임 엄중히 물은 판결"
법원이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 수사 책임을 인정하고, 국가가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강력 범죄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미흡한 대응이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점을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법원 "수사기관의 과실로 피해자 고통 가중"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손승우 판사는 13일, 피해자 김 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김 씨에게 1,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건 초기 수사기관이 가해자의 성폭력 범죄 정황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복에 대한 유전자(DNA) 감정 등 기초적인 증거 확보를 지연하거나 소홀히 한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과실로 인해 피해자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까지 불필요한 고통을 겪었으며, 적시에 적절한 사법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판단했다.
성폭력 혐의 뒤늦게 추가... 초기 대응 부실이 쟁점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지난 2022년 5월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다.
초기 수사 당시 경찰과 검찰은 가해자에게 살인미수 혐의만을 적용해 기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의 끈질긴 요구로 진행된 의복 재감정 결과, 가해자의 DNA가 검출되는 등 성폭력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공소장이 강간살인미수로 변경되었고, 가해자는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피해자 김 씨는 국가가 초동 수사 단계에서 성범죄 가능성을 묵과해 증거 확보가 늦어졌다며 지난 2월 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무죄 추정 및 국가 책임의 범위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이 범죄를 인지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상당성(타당성)'을 위반했다고 본 사례다.
법원은 수사관 개인의 고의적인 악의가 없었더라도,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이 늦어졌다면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관련 법령 및 판례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의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범죄심리학과 이교수는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에 강력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성범죄가 의심되는 강력 사건에서 초동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2차 가해를 입히는지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향후 유사 사건에서 수사 매뉴얼의 엄격한 준수와 증거 보존 절차의 전문성이 더욱 요구된다."고 밝혔다.
피해자 김 씨는 판결 직후 "금액보다 국가의 잘못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로 인한 피해자 구제 절차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