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아르헨티나 결승전 전반 직후, 미식축구 전유물 깬 글로벌 콘서트 개최
- 방탄소년단(BTS), 파리 투어 직후 휴식 없이 합류해 '다이너마이트' 무대 장악
19일(현지시간) 스페인과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뉴욕뉴저지스타디움에서 96년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하프타임 쇼가 개최됐다.
그동안 미식축구 슈퍼볼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대규모 중간 공연이 축구 최고 권위의 무대에 도입된 첫 사례로, 팝스타 마돈나와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무대에 올라 약 8만 명의 관중을 동원한 경기장을 거대한 문화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마돈나와 레전드 축구 스타의 깜짝 합동 무대
초여름의 다소 습하고 뜨거운 열기가 가라앉지 않은 뉴욕뉴저지스타디움의 전반전 직후,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사라지자 그라운드는 즉각 글로벌 콘서트장으로 변모했다. 역사적인 첫 월드컵 하프타임 쇼의 포문을 연 것은 '팝의 여제' 마돈나였다.
그의 2000년 히트곡 '뮤직'이 울려 퍼지며 롤러스케이트장을 배경으로 한 사전 녹화 영상이 경기장 대형 스크린을 채웠다.
이어 마돈나가 사막용 사륜차(버기카)에 탑승해 "음악이 사람들을 하나로 모은다"는 후렴구를 부르며 실제 그라운드로 진입했다. 현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버기카의 운전대를 잡은 인물들이었다. 브라질의 전설적인 축구 스타 호나우두와 호나우지뉴가 운전석과 조수석에 동승해 등장하자, 양 팀 응원단이 자리한 관중석에서는 득점 순간에 버금가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클래식과 대중문화, 세대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축구와 음악의 결합을 알리는 1막이 끝나자, 그라운드의 분위기는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로 반전됐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봉을 잡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이끌었다. 이들이 연주한 곡은 전 세계 축구장에서 가장 널리 불리는 응원가 중 하나인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세븐 네이션 아미'였다.
엄숙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연주에 대중성을 더한 것은 시각적 연출이었다. 미국의 장수 어린이 TV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 등장하는 대형 인형 캐릭터들이 무대 위에 올라 함께 기타와 드럼 등 악기를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현장에 있던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에 따르면, "전 연령층과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기획하고자 한 조직위원회의 의도가 반영된 연출"이라고 밝혔다.
파리 투어 직후 뉴욕 무대 장악한 방탄소년단(BTS)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팬덤 '아미'가 기다려온 방탄소년단(BTS)의 무대였다. 오케스트라 연주 직후 검은색과 붉은색, 흰색이 교차로 어우러진 무대 의상을 입고 등장한 일곱 명의 멤버들은 글로벌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를 열창하며 하프타임 쇼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당초 가요계 일각에서는 이들의 컨디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BTS는 불과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아리랑' 월드투어 일정을 소화한 뒤, 휴식 시간 없이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피곤한 기색 없이 완벽한 군무와 라이브로 무대를 장악하며 현지 관중들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다.
금번 월드컵 결승전에 하프타임 쇼가 도입된 배경에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겨냥한 FIFA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인 존 스미스 뉴욕대(NYU) 교수는 "미식축구(NFL) 슈퍼볼 하프타임 쇼가 창출하는 천문학적인 광고 수익과 시청률 견인 효과를 FIFA가 본격적으로 벤치마킹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축구라는 순수 스포츠에 대중문화를 결합함으로써 북미 시장 내 축구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새로운 스폰서십을 유치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축구 연맹 관계자는 "선수들이 전반전 직후 전술을 수정하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중요한 시간에 그라운드에서 대규모 공연이 벌어지는 것은 잔디 훼손 및 경기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하프타임 쇼의 정례화를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스포츠 본연의 환경 보존 사이의 정교한 균형 감각이 요구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