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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플랫폼 매출 161조 원…검색 네이버·메신저 카카오·AI 챗GPT '독주'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3일 발표한 '2025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디지털플랫폼 서비스 매출이 16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서비스 다각화와 이용자 묶어두기(락인) 효과로 시장 규모가 지속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이용자들은 검색 서비스에서 네이버, 메신저에서 카카오톡, 생성형 인공지능(AI) 부문에서는 미국 오픈AI의 챗GPT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플랫폼 시장 규모 161조 원대 진입…첫 결합상품 조사 실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제34조의2에 따라 지난 2021년부터 매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 조사에서는 정부 정책 수립의 객관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주요 디지털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행태 조사와 플랫폼 서비스 결합판매(번들링) 조사를 처음으로 추가해 진행했다. 조사 결과 2024년 디지털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의 총매출은 161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 중 상위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나 시장 집중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시사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광고, 수수료, 정기 구독료 등을 주요 수익 모델로 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국내 디지털플랫폼 시장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고도화된 시장 규제 및 진흥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 자료"라며 "플랫폼 간 결합판매가 이용자 선택권과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했다"고 밝혔다. 네이버·카카오 수성 속 생성형 AI는 '챗GPT' 선두 서비스 유형별 이용자 행태 조사에서는 국내외 대형 IT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극명하게 갈렸다. 인터넷 검색 부문에서는 네이버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강세를 이어갔고, 모바일 메신저 부문 역시 카카오톡이 이용률 최상위를 기록하며 국민 메신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반면 신산업 분야로 주목받는 생성형 AI 서비스 부문에서는 외산 플랫폼의 독주가 확인됐다. 국내 이용자들이 가장 널리 사용하는 생성형 AI는 미국 오픈AI사의 챗GPT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포털 및 IT 기업들이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추격에 나서고 있으나, 초기 시장 주도권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기운 것으로 분석된다. 플랫폼 결합판매 조사에서는 음원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OTT), 모바일 쇼핑 멤버십 등을 묶어 파는 형태가 이용자들의 플랫폼 이탈을 막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독과점 부작용 방지책과 국내 AI 경쟁력 강화 지원 병행돼야"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변호사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의 지위가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특정 기업의 독과점 지위가 굳어지고 있다"며 "결합상품을 통한 끼워팔기 등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 당국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검색과 메신저 등 전통적 플랫폼은 국내 기업이 수성했으나, 미래 먹거리인 생성형 AI 시장을 챗GPT 등 해외 서비스가 선점한 것은 국가 데이터 주권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AI 분야에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인프라 지원과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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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플랫폼 매출 161조 원…검색 네이버·메신저 카카오·AI 챗GPT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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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수출 877억 달러 강돌파… 반도체 초호황 월간 사상 최대치 경신
- 대한민국 수출이 반도체 초호황(슈퍼사이클) 국면에 안착하며 지난 5월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올해 5월 전체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한 877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 3월 이후 3개월 연속 8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서며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회복세를 강하게 견인하고 있다. 반도체가 이끈 '수출 잭팟'… AI 칩 수요 폭발이 원인 이번 수출 증가세의 1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팽창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서버 증설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출하량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전체 수출 파이를 키우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3개월 연속 800억 달러 돌파… 장기 호황 신호탄 수출액 800억 달러 돌파는 일시적인 반등이 아닌 장기적인 호조 국면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한국 수출액은 지난 3월 처음으로 8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4월과 5월 연달아 초과 달성하며 3개월 연속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날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산업부 관계자는 고무된 현장 분위기 속에서도 차분한 어조로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견고한 수출 상승 동력이 실물 지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무역수지 흑자 행진 청신호… 경제 성장률 상향 기대감 기록적인 수출 증가율은 무역수지 개선 및 거시경제 지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년 동월 대비 53.2%라는 이례적인 증가폭은 침체되었던 제조업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관련 협력업체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 부처 안팎에서는 하반기에도 반도체 업황의 호조가 예상됨에 따라,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경제 연구소들은 이번 수출 호조의 배경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 빅테크의 투자 확대'가 맞물려 한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점을 꼽는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반도체 초호황은 과거 PC나 스마트폰 보급기 당시를 뛰어넘는 강력한 수요에 기반하고 있어 단기간에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착시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며 "미·중 패권 경쟁 심화나 주요국의 기습적인 환율 변동성 등 대외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하는 만큼, 자동차, 바이오, 방산 등 비(非)반도체 주력 품목의 수출 경쟁력 확보 및 시장 다변화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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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수출 877억 달러 강돌파… 반도체 초호황 월간 사상 최대치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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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사전투표 '역대 최고' 23.51% 마감… 투심 요동친다
- 제9회 6·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역대 지방선거 사상 최고치인 23.51%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최종 마감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전국 3천5백여 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사전투표에 전체 유권자 4,464만 9,908명 중 1,049만 8,411명이 참여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이는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의 최종 사전투표율(20.62%)을 2.89%포인트 웃도는 수치로, 선거 당일 본투표를 향한 여야의 득표전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역대 지선 최고치 경신… 호남·세종 이끌고 수도권 각축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시·도별 사전투표율에 따르면, 전남이 30%대를 돌파하며 전국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전북과 광주 등 호남권이 전체 투표율 상승을 견인했다. 세종특별자치시 역시 평균을 상회하는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반면 격전지로 분류되는 서울(22.8%)과 경기(21.9%) 등 수도권 지역은 전국 평균을 밑돌거나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으나, 유권자 수가 집중된 특성상 실제 투표용지 함에 쌓인 표수는 역대 최다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난 지선에 비해 사전투표 제도의 정착도가 높아졌고, 주말을 앞두고 투표를 마쳐두려는 유권자의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며 "현장 관리 과정에서 큰 사건·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마감됐다"고 밝혔다. 여야 '아전인수'식 해석… "지지층 결집" vs "정권 심판" 역대급 사전투표율을 두고 여야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으며 지지층 단속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민생을 살릴 진짜 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보수·중도층 유권자의 결집이 시작된 증거"라며 "본투표까지 이 기세를 이어가 안정적인 지역 행정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브리핑에서 "정부의 실정을 경고하고자 하는 거대한 정권 심판의 민심이 사전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 것"이라며 "높은 투표율은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강력한 의지"라고 맞받았다. 과거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 이슈에 묻히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번 6·3 지방선거는 임기 중반 정국 주도권과 직결돼 있어 유권자의 관여도가 매우 높아진 상태다. 높은 사전투표율은 여야 핵심 지지층이 투표장으로 총집결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결국 남은 본투표 기간에 어느 진영이 중도 무당층을 추가로 견인하느냐에 따라 최종 승패가 갈릴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특정 정당의 일방적인 우세를 점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사전투표가 분산 투표 효과를 낼 뿐, 최종 투표율 자체가 60%대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기존 지지층 내에서의 비율 조정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지도부는 사전투표 종료 직후부터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몰려 있는 수도권 및 충청권 격전지를 중심으로 막판 총력 유세 공세를 예고했다. 6월 3일 치러지는 본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지정된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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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사전투표 '역대 최고' 23.51% 마감… 투심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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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대 후반 '핵추진잠수함' 실전 배치, 정부
- 정부가 오는 2030년대 중반까지 대한민국 최초의 핵추진잠수함(이하 핵잠)을 진수하고, 2030년대 후반 해군 실전 배치를 완료한다는 공식 목표를 수립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관한 경남 진해 해군기지 내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확정·보고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한국 정부가 핵잠 개발 및 운용 방침을 국내외에 최초로 공식 천명한 문서로, 향후 대한민국 해군의 작전 반경과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5대 원칙' 기반의 독자 개발 노선 확정 국방부가 이날 발표한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독자적인 기술 확보와 한미 안보 동맹의 틀 안에서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5가지 핵심 운용 원칙을 제시했다. 정부는 전력화 시기를 2030년대 중반 진수, 2030년대 후반 실전 배치로 명시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개념설계와 원자로 개발 연구에 착수하기로 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안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독자적인 수중 장기 작전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기본계획에 명시된 5대 원칙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조치 준수, 비핵화 조약의 틀 내 개발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내 조선업계, 원력력연구원 등 산·학·연 역량을 총결집한 국책 과제로 이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미, '농축도 20% 미만' 원전 연료 사용 합의 이번 개발 계획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는 미국과의 막후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최근 군사적 목적의 핵연료 사용을 제한한 한미 원자력협정 조항에 대해 '예외적 조치'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무기급이 아닌 농축도 20% 미만(형식상 19.75% 내외)의 저농축 우라늄을 프랑스식 바라쿠다급 핵잠과 유사한 형태로 도입하여 원자로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측은 한국의 핵무기 비확산 의지를 신뢰하며, 북중러의 수중 전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의 수중 억제력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주변 3국 일제히 반발… "동북아 군비 경쟁 가속화" 한국 정부의 공식 발표에 대해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은 강한 경계심을 표출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을 통해 "남조선당국의 핵잠수함 개발 시도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완전한 파기이며 동북아의 안보 균형을 무너뜨리는 도발 행위"라고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정례 브리핑에서 "지역 안보의 전략적 균형을 해치고 핵확산 방지 체제(NPT)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에 우려를 표한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 외교부 또한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에 역행하는 군사력 증강"이라며 한미 양국의 밀실 합의 가능성에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전략적 자율성 확보… 6대양 해군으로의 위상 변화 이번 핵잠 개발 착수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8번째로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보유하거나 보유를 시도하는 국가 반열에 오르게 됐다. 기존 디젤-배터리 추진 방식의 잠수함이 가진 잠항 시간 한계(수일~수주)를 극복하고, 수개월 동안 부상 없이 작전이 가능한 '종심 타격 및 억제 전력'을 보유하게 된다는 의미다.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이 지정학적 요충지인 남중국해와 동해 상에서 독자적인 조기 경보 및 대잠 작전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미·일 동맹에 종속되지 않는 전략적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대 후반 실전 배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미 합의의 명문화와 IAEA 안전조치 확보라는 외교적 과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이 핵심이다. 독자 원자로 설계의 안전성 검증과 더불어 주변국의 군사적 반발을 외교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전략적 소통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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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세계 홀렸다…화장품 무역흑자 사상 첫 '100억 달러' 돌파
- 전 세계적인 'K뷰티' 열풍에 힘입어 국내 화장품 무역수지가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약 15조 원)의 벽을 넘어섰다. 국가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10% 이상을 책임지며, 대한민국 수출을 이끄는 핵심 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파죽지세 K뷰티, 13.5% 고공성장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발표한 '지난해 국내 화장품 생산·수출·수입 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화장품 무역수지 흑자는 전년 대비 13.5% 증가한 101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한화로 환산 시 약 15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입증된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화장품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장기 통계로 더욱 명확히 확인된다. 지난 2012년 9,000만 달러로 사상 첫 무역흑자를 기록했던 화장품 산업은 이후 매년 몸집을 불려왔다. 2022년 66억 달러, 2023년 71억 달러, 2024년 89억 달러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고, 마침내 지난해 101억 달러를 기록하며 첫 흑자 달성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국가 전체 무역흑자의 12.9% 견인 화장품 산업이 국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커졌다. 지난해 대한민국 전체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총 780억 달러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화장품 단일 품목이 만들어낸 무역수지 흑자가 전체의 12.9%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단일 소비재 품목이 국가 전체 무역흑자의 1할 이상을 책임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는 전통적인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등과 함께 화장품이 대한민국 수출 경제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2017년 이후 최대치를 달성했는데, 화장품이 이 가운데 10% 이상을 차지하며 국내 대표 흑자 산업으로 부상했다"고 공식 평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성과의 배경으로 ▲다변화된 글로벌 수출 판로 개척 ▲중소·인디 브랜드의 약진 ▲뛰어난 제품력 대비 합리적인 가격(가성비) ▲K콘텐츠(드라마, K팝 등) 확산에 따른 간접 홍보 효과 등을 꼽는다. 특히 과거 특정 국가에 편중되었던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시장을 다각화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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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세계 홀렸다…화장품 무역흑자 사상 첫 '100억 달러'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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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 안동서 '에너지 안보' 맞손…원유·석유·LNG 스와프 추진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 경북 안동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위기에 대응해 원유와 석유제품, 액화천연가스(LNG)를 비상시 상호 융통하는 '에너지 스와프'를 추진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후 대구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으로 이동해 회담을 가졌으며, 양국 정상은 경제·안보 분야의 긴밀한 공조를 골자로 한 공동 언론 발표를 진행했다. 안동서 성사된 '셔틀외교'…고향 방문으로 화답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의 만남은 지난해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 올해 1월 일본 나라현 회담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회담은 지난 1월 이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성격으로, 양국 정사이자 상대국의 고향을 교차 방문하는 셔틀외교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상회담이 열린 안동 시내의 한 호텔 입구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직접 영접했다. 이 대통령은 전통 의장대와 군악대를 배치해 국빈급 예우를 갖추었으며, 다카이치 총리가 자주 착용하는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양 정사는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을 포함해 총 105분간 대화를 이어갔다. '원유·석유제품·LNG' 비상시 상호 대여 체계 구축 이번 회담의 핵심 성과는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 속에서 양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로 한 점이다. 양국 정상은 회담 직후 열린 공동 언론 발표에서 비상시 원유와 나프타 등 석유제품, LNG를 서로 빌려주고 되받는 '에너지 스와프(교환)' 거래를 시작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석유 정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원유 비축량을 확보하고 있어 양국의 강점을 결합한 상호 보완적 공조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LNG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구매력을 가진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제라(JERA) 간의 기존 협력을 바탕으로, 비상시 운반선 교환 등 실질적인 융통 방안을 확대하기로 했다. 민관 소통 창구 전격 신설…산업·통상 정책 대화 가동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양국은 통상 당국 간 고위급 채널을 강화한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은 '산업·통상 정책 대화'를 신설해 정례적인 소통을 이어가기로 협의했다. 이를 통해 원유 및 석유제품의 스와프와 관련된 민관 대화를 촉진하고, 핵심 광물 공급망 위기 타개책을 함께 모색할 방시이다. 이 대통령은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지금 국제정세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우방국 간의 협력과 소통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에너지 공급망 강화와 상호 융통을 포함한 일·한 양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로 뜻을 같이한 데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한·일 에너지 스와프 합의가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는 실효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한국은 정제 설비와 나프타 등 석유제품 생산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일본은 법적·제도적으로 안정적인 원유 비축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며 "두 국가 모두 국방 및 통상 노선에서 중동 의존도가 높은 만큼, 비상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자원 융통 체계를 가동함으로써 물류 공백과 가격 폭등 충격을 완화하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 간 선언을 넘어 실제 자원 스와프가 발동될 때 적용할 세부적인 교환 비율, 시기, 물량 산정 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제산업성 간의 후속 '산업·통상 정책 대화'에서 정밀하게 조율되어야만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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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 안동서 '에너지 안보' 맞손…원유·석유·LNG 스와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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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내고향여자축구단 인천공항 입국…8년 만의 스포츠 방한
-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출전을 위해 17일 오후 2시 2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북한 스포츠 선수단이 한국 땅을 밟은 것은 지난 2018년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8년 만이며, 여자 축구 종목으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환호와 침묵 교차한 입국장 현장 감색 정장 차림의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단 39명(선수 27명, 스태프 12명)은 이날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A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항 입국장 앞에는 인천이북실향민도움회, 인천함북도민회 등 실향민 단체와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 100여 명이 모여 한반도기와 환영 현수막을 들고 대기했다. 선수단이 입국장에 들어서자 실향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환영합니다"라고 외치며 환호성을 보냈다. 그러나 선수단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정면만을 주시하며 굳은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취재진의 방남 소감 및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묻는 질문에는 전원 답변하지 않았다. 입국장에서 출구를 지나 전용 버스에 탑승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분 남짓이었으며, 선수단은 곧바로 숙소가 있는 경기도 수원시의 한 호텔로 이동했다. 7,000석 매진, 수원FC 위민과 4강 대결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오는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위민과 2025-2026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는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4억 7,000만 원), 준우승 상금 50만 달러가 걸린 아시아 최고 권위의 여자 클럽 대회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경기의 입장권 7,000석은 이미 전량 매진된 상태다. 선수단은 방남 기간인 17일부터 24일까지 국내에 머물며 공식 훈련과 잔여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멜버른 시티 FC(호주)와 도쿄 베르디(일본)가 준결승전을 치르며, 각 경기 승자는 오는 23일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통일부와 공항 당국에 따르면 이번 북한 선수단은 과거 남북 왕래 시 사용하던 남북교류협력법상의 '방문증명서' 대신 국가 간 이동에 쓰이는 '여권'을 제시하고 입국 절차를 밟았다. 이는 북한이 최근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 관계' 기조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두 국가 체제 공식화 속 스포츠 교류의 성격 변화 정치권과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여권 입국'을 두고 남북 관계의 구조적 변화가 실무 행정에서도 확인된 사례라고 분석한다. 과거 스포츠 교류가 '민족 내부의 특수 관계'라는 전제하에 방문증명서 형태로 진행되었다면, 이제는 완전히 독립된 국가 대 국가의 국제대회 참가 성격으로 전환되었다는 평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교류협력법 절차와 국제 스포츠 규정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선수단이 안전하게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록 정치·군사적 긴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으나, 공식 국제기구(AFC)가 주관하는 무대를 통한 최소한의 체육 교류는 향후 갈등 관리 측면에서 기능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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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내고향여자축구단 인천공항 입국…8년 만의 스포츠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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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회장 귀국길 대국민 사과… "노조와 우리는 한 몸, 비바람 내가 맞겠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며 최근 사내 노동조합 갈등 등 내부 문제와 관련해 전격적인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회장이 공식적으로 고개를 숙인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7년 만이다. 이 회장은 귀국 현장에서 내부 결속을 강조하는 동시에, 일련의 사태로 우려를 끼친 국내외 시장과 국민을 향해 재발 방지와 사태 해결을 공언했다. "모든 책임은 내 탓"… 내부 결속 및 정면 돌파 천명 이날 오후 항공기에서 내린 이 회장은 입국장에 마련된 취재진의 마이크 앞에 섰다. 굳은 표정으로 발언을 시작한 이 회장은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운을 뗐다. 이어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에 나설 것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 회장은 사내 리스크의 책임이 총수인 자신에게 있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봅시다"라고 임직원들을 향해 독려와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전 세계 고객과 국민 향해 두 차례 고개 숙여 조직 내부를 향한 메시지에 이어 이 회장은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향한 공식 사과 조치를 취했다. 이 회장은 "저희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민을 향한 사죄와 감사의 뜻도 잇따랐다. 이 회장은 "항상 저희 삼성을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또 채찍질해 주시는 우리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끝으로 저희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주고 계시는 정부와 관계자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드린다"며 사태 중재를 위해 나선 유관 기관에 사의를 표했다. 재계와 노동계는 이번 이 회장의 전격적인 현장 발언을 두고 삼성 내부의 노사 갈등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방증이자, 총수가 직접 정면 돌파를 선택한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실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내부 리스크 장기화가 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고경영진이 아닌 총수가 직접 '모든 책임은 내 탓'이라며 노조를 '한 가족'으로 명시한 것은 파격적인 행보"라며 "글로벌 고객사들의 신뢰 저하를 막기 위해 리더십의 건재함과 해결 의지를 시장에 긴급히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노동법 전문 법조계 관계자는 "7년 전 사과가 '무노조 경영 폐지'라는 선언적 의미였다면, 이번 사과는 실질적인 갈등 타결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시에 가깝다"며 "총수의 발언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향후 진행될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전향적인 임금 및 복지 제도 개선 조치 등 구체적인 실천 합의가 도출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삼성 노사 관계 및 대국민 사과 주요 일지] 2019년 12월: 이재용 부회장(당시), 준법감시위원회 권고 수용 및 '무노조 경영' 폐지 선언 2024년~2025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중심의 임단협 결렬 및 사상 첫 연쇄 파업 발생 2026년 5월 16일: 이재용 회장, 해외 출장 귀국길 SGBAC에서 7년 만의 대국민 사과 및 화합 메시지 전격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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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회장 귀국길 대국민 사과… "노조와 우리는 한 몸, 비바람 내가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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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후보 등록 마감…513명 무투표 당선 '역대 최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후보자 등록을 마감한 결과, 전국 307개 선거구에서 총 513명의 후보가 무투표 당선됐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의 기존 최다 기록인 508명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단독 출마 및 선출 정수 미달 등으로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 이는 기초단체장 3명, 지방의원 510명이다. 기초단체장 3명 전원 민주당 소속…경기 시흥 첫 무공천 선거 단위별 무투표 당선 현황에 따르면 기초단체장 후보 중에서는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 임병택 경기 시흥시장 후보 등 총 3명이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 지었다. 해당 당선자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특히 인구 51만 명 규모의 수도권 선거구인 경기 시흥시에서 무투표 당선이 결정된 점이 특징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후보 등록 마감일인 15일까지 시흥시장 후보를 등록하지 못했다. 시흥시장 선거에서 보수 정당 계열이 후보를 내지 못한 것은 1995년 지방선거 도입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광주 서구와 남구는 전통적으로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지방의원 510명 무투표 확정…전체 경쟁률 1.8대 1로 역대 최저 수준 지방의원 선거에서도 무투표 당선자가 대거 발생했다. 시·도 의회 의원(광역의원)은 서울 은평 제2선거구, 관악 제1선거구 등에서 총 108명이 투표 없이 당선됐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83명, 국민의힘 소속이 25명이다. 구·시·군 의회 의원(기초의원)은 서울 종로 나·라 선거구 등에서 305명이 확정됐으며, 기초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서울 성북·도봉 등을 포함해 97명이 투표 없이 당선됐다. 이로써 무투표로 본선 심사를 통과한 지방의원은 총 510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접수한 최종 후보 등록자는 총 7,829명이다. 전체 평균 경쟁률은 1.8대 1을 기록하여, 역대 최저치였던 2022년 지방선거와 동일한 수치를 보였다. 선거 유형별 경쟁률은 교육감 선거 3.6대 1, 광역단체장 3.4대 1, 기초단체장 2.6대 1, 광역의원 2.1대 1, 기초의원 1.7대 1 순으로 나타났다. 정당의 지역 쏠림과 구인난 결합…제도적 보완 필요성 대두 정치학계는 역대 최다를 기록한 무투표 당선 사태의 배경으로 거대 양당의 지역 독점 체제와 특정 정당의 인물난을 지목한다. 영·호남 등 텃밭 지역의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도권 요충지에서조차 제1야당이 후보를 발굴하지 못하면서 유권자의 참정권이 제약받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치 전문가는 "경쟁 정당이 후보를 내지 못해 투표 없이 당선인이 결정되는 선거구가 늘어나는 것은 지방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원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의 공천 책임을 강화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거나, 무투표 선거구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신임 투표(찬반 투표) 제도를 도입해 주민들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공직선거법 제275조(무투표 당선) 규정 공직선거법 제275조에 의거, 후보자 등록 마감 시각에 후보자 수가 해당 선거구에서 선출할 의원 정수를 넘지 아니하거나 선거일 투표 개시 전까지 후보자가 사퇴·사망 또는 등록 무효가 되어 정수 이하가 된 때에는 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한다. 무투표 선거구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의 선거운동은 즉시 중지되며, 유권자는 선거일에 해당 선거구의 투표지를 교부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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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후보 등록 마감…513명 무투표 당선 '역대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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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분기 성장률 1.694% ‘세계 1위’… 역성장 딛고 깜짝 반등
- 올해 1분기 대한민국 경제가 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기 회복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해 말 역성장의 충격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던 한국 경제는 단 한 분기 만에 주요 22개국 중 성장률 1위 자리를 탈환하며 가파른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 22개국 중 독보적 1위… 1%대 성장은 단 3개국뿐 1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1.694%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까지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주요 22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은 그간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 온 신흥 경제 대국들을 모두 제쳤다. 인도네시아(1.367%)와 중국(1.3%)이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으나 한국과의 격차는 뚜렷했다. 이번 조사 대상국 중 1분기 경제가 1% 이상 성장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이들 3개국이 유일하다. 최하위권서 최상단으로… 38위의 반란 이번 반등은 지난해 말의 부진을 완전히 씻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161%에 그치며 한은 통계에 포함된 주요 41개국 중 38위까지 추락한 바 있다. 불과 3개월 만에 세계 최하위권 수준에서 최상위권으로 순위가 급상승한 것이다. 유럽 및 북미권 국가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핀란드가 0.861%로 4위에 올랐으며 헝가리(0.805%), 스페인(0.614%) 등이 뒤를 이었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은 0.494%에 머물렀고 독일(0.334%), 캐나다(0.4%) 등 주요 선진국 대부분이 0%대 저성장 늪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역성장 도미노 속 홀로 '지속 성장' 반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진 국가들도 속출했다. 프랑스는 -0.005%를 기록해 역성장세로 돌아섰으며 스웨덴(-0.21%), 리투아니아(-0.444%), 멕시코(-0.8%) 등도 경제 규모가 축소됐다. 특히 아일랜드는 -2.01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조사 대상국 중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질 쳤다. 현장의 경제 지표들은 수출 회복세가 이번 성장률 견인의 핵심 동력임을 가리키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품목의 수출 호조가 생산 현장의 활기를 되살린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더불어 올해 초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 이번 수치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학계에서는 이번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경계론을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수출 중심의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밝혔으나, 민간 소비 등 내수 부문은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세계 1위 성장률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기보다 지표상의 성장이 실제 민생 경제로 확산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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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분기 성장률 1.694% ‘세계 1위’… 역성장 딛고 깜짝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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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기념일에 '탱크데이' 논란 스타벅스... AI 활용한 역사 왜곡 가짜뉴스까지 기승
-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은 가운데, 스타벅스 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 논란에 이어 인공지능(AI)을 악용한 5·18 왜곡·조롱 게시물이 온라인상에 무차별 유포되어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22일 관련 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전날인 21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광주 지역 언론사의 제호를 무단 도용한 AI 기반 가짜 신문 기사 이미지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추모 기류 속 '탱크데이' 강행 논란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5월 18일 민주화운동기념일을 전후해 대용량 음료를 판촉하는 '탱크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이를 두고 온·오프라인상에서는 1980년 당시 계엄군의 탱크 진압을 연상시킨다는 시민들의 항의와 불매 운동 여론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코리아 측은 "해당 행사는 대용량 상품(탱크 사이즈) 출시를 기념해 수개월 전부터 기획된 정기 프로모션일 뿐, 특정 역사적 사건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통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지역사회의 역사적 특수성과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못한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AI 기술 악용한 지역 언론 제호 도용 가짜뉴스 확산 스타벅스 논란이 불거진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이를 악용한 가짜 뉴스가 대거 등장했다. 유포된 이미지들은 광주·전남 지역 주요 일간지의 로고와 판형을 그대로 모방했으며, AI 이미지 및 텍스트 생성 기술을 통해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게시물들은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모욕하거나 당시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가짜 기사 내용을 담고 있어 2차 가해 우려를 낳고 있다. 제호를 도용당한 광주 지역 언론사 관계자는 "당사 제호가 무단 도용된 가짜 기사가 유포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브랜드 신뢰도 훼손과 오보 양산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5·18역사왜곡처벌법)' 제8조에 따르면, 신문, 방송, 잡지 또는 인터넷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AI 기술을 활용해 실제 언론사 기사 형태로 위조했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죄도 함께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 기술의 대중화가 역사 왜곡과 가짜뉴스 확산의 정교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한 "AI를 활용한 이미지 및 텍스트 생성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일반 수용자가 언론사의 진짜 보도와 가짜 뉴스를 직관적으로 구별하기가 불가능해지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강화와 함께, 플랫폼 기업들이 가짜뉴스를 선제적으로 필터링할 수 있는 기술적 방어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왜곡 게시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삭제·차단 조치를 심의 중이다. 경찰 역시 악의적인 가짜뉴스 작성 및 최초 유포자를 추적하기 위한 내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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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기념일에 '탱크데이' 논란 스타벅스... AI 활용한 역사 왜곡 가짜뉴스까지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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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삼성전자 '쟁의금지 가처분' 대부분 인용…노조 파업 급제동
- 수원지방법원이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하면서, 전면 총파업을 예고했던 노동조합의 행보에 법적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반도체 생산 라인의 핵심인 웨이퍼 변질 방지와 시설 손상 방지를 위한 인력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명령했으며, 이를 위반할 시 노조가 사측에 하루 1억 원씩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법원 "보안 및 제품 변질 방지 작업 방해 금지" 수원지법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는 18일 삼성전자가 지난달 16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등 2개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채무자(노조)들은 쟁의행위 기간 중 안전보호시설이 평상시(평일 또는 주말·휴일)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로써 유지·운영되는 것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사법부는 삼성전자가 보안 작업으로 주장한 '작업시설 손상 방지 작업'과 '웨이퍼(반도체 원판) 변질 방지 작업' 등을 명시하며, 해당 공정이 쟁의 전과 동일한 규모로 수행되어야 함을 분명히 했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일시적인 가동 중단(다운타임)이 발생할 경우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측의 우려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설 점거 금지 및 '하루 1억 원' 강제금 부과 법원은 가처분 인용과 함께 노조의 집단행동 방식에도 구체적인 제약을 걸었다. 재판부는 초기업노조와 최승호 위원장에 대해 사내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행위, 시설에 잠금장치를 설치하는 행위, 출근하는 근로자의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 등을 일절 금지했다. 아울러 법원은 이번 명령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강제 이행 장치를 마련했다. 삼성전자 소속 2개 노조가 이번 금지 결정을 위반할 경우, 위반 행위 1일당 1억 원씩을 사측에 지급해야 한다는 간접강제 명령을 내렸다. 이번 법원의 판결에 대해 삼성전자 사측과 노동조합 측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중단 없이 가동되어야 하는 국가 핵심 기술 자산"이라며 "이번 법원의 현명한 판단으로 최악의 생산 차질과 라인 다운 사태는 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사측은 가처분 인용에 따라 현장 인력 재배치 및 공정 정상화에 착수할 방침이다. 반면 노동조합 측은 사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안전보호 인력 투입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하라는 것은 사실상 합법적인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처사"라며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을 이유로 노동자의 쟁의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판결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쳐 향후 대응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맞섰다. 국가 핵심 산업의 쟁의권 한계 규정한 선례 학계 및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제조업 및 첨단 기술 산업계의 쟁의행위 범위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노동법 전문가인 익명의 대학 교수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중 하나인 쟁의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다른 자산이나 공공의 이익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경우 그 한계가 설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반도체 공정처럼 한 번 멈추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장치 산업의 경우, 법원이 '제품 변질 방지'와 '안전보호'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향후 다른 대기업 노사 관계 및 파업 전개 과정에서도 이번 '하루 1억 원'의 간접강제금 및 인력 유지 명령 선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관련 법조항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 (작업시설의 손상 보호 등) 제1항 : 쟁의행위는 형태로든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의 정상적인 수행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방법으로 행하여질 수 없다. 제2항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른 '안전보호시설'의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쟁의행위는 금지된다. "생산 차질 방어" vs "파업권 무력화" 양측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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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삼성전자 '쟁의금지 가처분' 대부분 인용…노조 파업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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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보트로 태안 밀입국 시도 중국인, '톈안먼' 인권운동가 둥광핑으로 확인
- 고무보트를 타고 대한민국 영해에 진입해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해경에 체포된 중국인 밀입국 피의자가 과거 중국 당국에 구금됐던 인권운동가 둥광핑(68)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그가 과거 태국과 베트남에서 두 차례 강제 송환을 겪은 뒤 캐나다 망명을 최종 목적으로 한국행을 택했다고 전했다. 톈안먼 추모부터 세 번의 탈출 시도까지 NYT 보도에 따르면, 과거 중국에서 경찰과 군인으로 복무했던 둥광핑은 1999년 톈안먼 사태 관련 서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직에서 파면됐다. 이후 2014년 톈안먼 추모 행사에 참여한 혐의로 중국 당국에 구금됐으며, 이듬해 석방 직후 가족과 함께 태국으로 탈출했다. 당시 유엔 인권위원회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태국 정부는 그에게 밀입국 혐의를 적용해 중국으로 강제 송환했다. 중국으로 넘겨진 그는 국가권력 전복 선동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2019년 석방된 둥광핑은 같은 해 12월 대만 쪽으로 헤엄쳐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이어 2020년 베트남으로 밀입국해 2년 넘게 은적 생활을 이어갔으나, 2022년 8월 베트남 당국에 체포되어 또다시 중국으로 송환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제트스키 밀입국' 선례 모방… 최종 기착지는 캐나다 둥광핑의 이번 한국행은 앞서 발생한 다른 중국 인권운동가의 밀입국 사례를 치밀하게 참고한 결과로 파악된다. 둥광핑의 조력자인 중국계 캐나다인 성쉐는 그가 3년 전 제트스키를 타고 한국으로 밀입국한 인권운동가 취안핑의 사례를 모방했다고 밝혔다. 취안핑은 2023년 제트스키를 이용해 인천 앞바다로 진입하다 해경에 체포되어 수개월간 수감됐으나, 이듬해인 2024년 미국으로 건너가 망명을 신청한 바 있다. 현재 둥광핑은 그의 딸이 거주 중인 캐나다로의 망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둥광핑과 그의 가족은 과거 태국 도피 당시 캐나다 정부로부터 난민 자격을 이미 획득한 기록이 있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이민·난민·시민권국(IRCC)은 NYT 측에 "개인정보 보호로 인해 개별 사례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캐나다는 난민을 보호하고 연민과 존중, 존엄성을 바탕으로 이들의 재정착을 지원하는 자랑스러운 전통이 있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韓 정부, 불법입국 처벌과 '농 르풀망' 원칙 사이 딜레마 둥광핑의 밀입국 사건은 대한민국 사법부와 외교 당국에 복잡한 과제를 안겼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정당한 비자 없이 영해를 침범한 밀입국자는 엄격한 사법 처리 대상이며, 형기 종료 후 본국으로 추방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피의자가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정치적 박해를 받을 위험이 확실시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국제 인권법상 확립된 '농 르풀망(Non-refoulement, 강제송환 금지)' 원칙에 따라, 한국 정부는 고문이나 박해의 우려가 있는 국가로 난민을 강제 송환해서는 안 될 국제적 의무가 있다. 둥광핑은 이미 두 차례 강제 송환 후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 본국 송환 시 심각한 인권 침해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관련 전문가들은 "사법 당국이 밀입국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국내법에 따라 사법 처리를 진행하되, 형기 종료 후 중국으로의 강제 송환 대신 제3국(캐나다)행을 묵인하거나 허용하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취안핑의 선례가 있는 만큼, 한·중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면서도 국제 인권 규범을 준수해야 하는 정부의 후속 대처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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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보트로 태안 밀입국 시도 중국인, '톈안먼' 인권운동가 둥광핑으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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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 세운 불가능의 제국, 베네치아 1,000년의 생존 전략
- 아드리아해의 끝자락, 갯벌 위에 촘촘히 박힌 수백만 개의 나무 말뚝 위에 세워진 도시. 베네치아를 처음 마주하는 이들은 누구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경탄한다. 하지만 30년 넘게 인문학의 궤적을 쫓아온 기자의 베네치아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생존의 요새'이자, 개인의 카리스마보다 조직의 시스템을 신봉했던 독특한 공동체의 결정체다. 오늘날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국가의 역할은 무엇이며, 지속 가능한 공동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시오노 나나미가 쓴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다시 펼쳐야 한다. 『로마인 이야기』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저자는 왜 로마라는 거대한 제국 이후, 이 작은 섬나라에 매료되었는가. 그것은 베네치아가 로마의 멸망 이후 유럽이 혼돈에 빠졌던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 유일하게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몸소 보여준 나라이기 때문이다. 1. 저자 및 집필 배경 : 시오노 나나미, 지중해의 숨결을 기록하다 시오노 나나미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역사 작가로, 30년 넘게 이탈리아에 거주하며 지중해 문명사를 천착해 왔다. 그녀의 서술 방식은 건조한 사료의 나열이 아니다. 마치 현장에 있었던 종군기자처럼, 혹은 인물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소설가처럼 역사를 재구성한다. 『바다의 도시 이야기』는 그녀가 『로마인 이야기』를 집필하기 전, 베네치아라는 매혹적인 공화국에 쏟아부은 애정의 결과물이다. 5세기경 이민족의 침입을 피해 갯벌로 숨어든 난민들이 어떻게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하고, 나폴레옹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1,000년 동안 공화국 체제를 유지했는지를 다룬다. 저자는 베네치아인들이 가진 특유의 '실용주의'에 주목한다. 종교보다 국익을, 명분보다 실리를 앞세웠던 그들의 선택은 현대 자본주의와 국제 정치의 원형을 보여준다. 2. 전체 상세 줄거리 : 척박한 갯벌에서 지중해의 여왕으로 이 책의 서사는 5세기 중반, 아틸라의 훈족이 이탈리아 북부를 유린하던 시기부터 시작된다. 공포에 질린 본토 주민들은 아무것도 없는 늪지대 '라군(Lagoon)'으로 도망쳤다. 땅도 없고 자원도 없는 곳. 하지만 베네치아인들은 그 절망을 기회로 바꿨다. 그들에게는 바다라는 무한한 영토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 베네치아는 동로마 제국의 변방에 불과했으나, 828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성 마르코의 유해를 훔쳐(그들의 표현으로는 '모셔') 오면서 종교적 권위를 획득한다. 이때부터 날개 달린 사자는 베네치아의 상징이 되었고, 공화국은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한다. 11세기, 베네치아는 아드리아해의 해적들을 소탕하며 제해권을 장악한다. 이후 1202년, 제4차 십자군 전쟁은 베네치아 역사상 가장 논쟁적이면서도 결정적인 장면이다. 90세의 눈먼 도제(Doge) 엔리코 단돌로는 십자군을 설득해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다. 이 사건으로 베네치아는 지중해 전역에 거점을 확보한 거대 무역 제국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번영의 뒤에는 항상 위기가 도사리고 있었다. 숙적 제노바와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 전 유럽을 휩쓴 흑사병, 그리고 동방에서 떠오르는 거대한 위협인 오스만 투르크와의 대결이 그것이다. 베네치아는 이 모든 난관을 특유의 외교술과 해군력으로 버텨낸다. 대항해 시대가 열리고 무역의 중심이 대서양으로 옮겨가면서 베네치아의 쇠락은 시작된다. 향신료 무역의 독점이 깨지고,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들이 등장하면서 작은 공화국은 설 자리를 잃어간다. 그럼에도 베네치아는 18세기 말까지 그 우아함과 시스템을 유지했으나, 결국 1797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군대 앞에 무릎을 꿇으며 1,100년의 역사를 마감한다. 3. 주요 사건의 재구성 : 결정적 순간들이 만든 역사 책에서 다루는 주요 사건들은 베네치아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한다. 첫째, '성 마르코 유해 탈취 사건'이다. 이는 단순한 도굴이 아니라, 베네치아가 정신적 독립을 선포한 정치적 행위였다. 베네치아는 이를 통해 교황청이나 신성로마제국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위상을 확립했다. 둘째, '교황과 황제의 화해 중재(1177년)'다. 신성로마제국의 프리드리히 바르바로사 황제와 교황 알렉산데르 3세 사이의 갈등을 베네치아에서 중재하며, 공화국은 국제 정치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공고히 했다. 셋째, '레판토 해전(1571년)'이다. 오스만 제국에 맞서 기독교 연합군을 이끌었던 베네치아는 비록 승리 이후 실리적인 면에서 많은 것을 잃었으나, 서구 문명의 방패 역할을 수행했음을 증명했다. 4. 주요 인물 및 상징 분석 : 시스템 속에 녹아든 개인 베네치아 역사의 주인공은 한 명의 위대한 영웅이 아니다. 하지만 그 시스템을 상징하는 인물들은 존재한다. 엔리코 단돌로(Enrico Dandolo) : 90세의 고령에 눈까지 멀었으나 지중해의 판도를 바꾼 제4차 십자군을 진두지휘한 인물. 그는 베네치아인의 강인함과 실용적 야망을 상징한다. 도제(Doge) : 베네치아의 국가원수. 하지만 그는 왕이 아니었다. 그는 '최고의 공무원'이었으며, 모든 권력은 평의회에 의해 감시받았다. 도제라는 자리는 개인의 영광이 아닌, 시스템의 부속품으로서 존재했다. 사자(Lion of St. Mark) : 한 손에는 성경을 들고, 다른 발로는 바다와 육지를 딛고 있는 날개 달린 사자. 이는 평화로울 때는 자애롭지만, 전쟁터에서는 잔혹한 베네치아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5. 핵심 장면과 명대사 : 철학적 논쟁의 지점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베네치아 정부가 교황의 파문(Excommunication) 조치에 맞서는 대목이다. 교황이 베네치아 전체를 파문하자, 베네치아인들은 "우리는 우선 베네치아인이고, 그다음이 기독교인이다"라고 선언하며 교회 종을 울리고 평소처럼 미사를 집행했다. 여기서 발생하는 철학적 논쟁은 '신념과 실익의 우선순위'다. 베네치아인들에게 국가의 생존은 그 어떤 종교적 가치보다 앞섰다. 이는 중세적 가치관을 깨뜨리는 근대적 시민의식의 단초를 보여준다. 6. 인문학적 주제 및 핵심 메시지 : 시스템의 힘 시오노 나나미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은 '개인의 천재성을 믿지 말고, 집단의 지혜를 담은 시스템을 믿으라'는 것이다. 베네치아는 독재자가 나오지 못하도록 겹겹의 감시망을 만들었다. '10인 위원회'는 국가 안보를 위해 강력한 권한을 휘둘렀지만, 그들 역시 정해진 임기가 지나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갔다. 베네치아는 '영웅'이 없었기에 1,000년을 버텼다. 한 명의 천재가 국가를 구하는 구조는 그 천재가 사라지면 무너지지만, 평범한 이들이 규칙을 지키며 운영하는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다는 통찰이다. 7. 창작 비화와 풍성한 읽을거리 베네치아는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 같은 국가였다. 베네치아 정부가 선단을 직접 건조하고, 시민들은 그 배의 화물칸을 주식처럼 분양받아 무역에 참여했다. 이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원형이 되었다. 또한, 베네치아의 유리 공예(무라노 섬)가 왜 그토록 유명해졌는지에 대한 비화도 흥미롭다.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장인들을 섬에 격리시켰던 베네치아 정부의 냉혹한 산업 스파이 방지책은 현대의 첨단 기술 경쟁을 연상시킨다. 8. 현대적 질문과 사회 현상 연결 : 우리 시대의 베네치아 현대 독자들에게 베네치아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흔히 강력한 리더십을 갈구한다. 하지만 베네치아는 리더십보다 '팔로워십'과 '상호 감시'가 어떻게 번영을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베네치아는 인간의 탐욕을 억제하는 대신 그 탐욕을 시스템 내부로 끌어들여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치환했다. "모두가 부유해지면 누구도 국가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는 오늘날의 소득 불평등 문제나 공정성 논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9. 1,000년의 파도가 남긴 통찰 나폴레옹은 베네치아를 멸망시키며 "나는 아틸라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베네치아가 남긴 유산은 나폴레옹의 제국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았다. 현대의 수많은 국제법, 해상법, 그리고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원리가 베네치아에서 싹텄기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덮으며 우리는 자문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어떤 말뚝을 박아 미래라는 도시를 세우고 있는가? 개인의 욕망이 시스템을 압도하는 시대, 베네치아가 보여준 '공동체적 이성'은 우리가 되찾아야 할 가장 품격 있는 지혜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변화'를 말하지만, 베네치아는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준다. 당신의 조직, 혹은 당신의 삶이라는 공화국은 지금 어떤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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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 세운 불가능의 제국, 베네치아 1,000년의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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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도 않았다
- "지중해는 로마의 호수였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이 진부해 보이는 격언이 오늘날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제국이 명멸해간 인류사에서 로마는 단순한 국가를 넘어 하나의 '현상'이었고, 서구 문명의 유전자를 결정지은 '설계도'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는 자국 우선주의와 혐오의 정치를 목격하며, 우리는 다시금 로마를 떠올린다. 민족과 종교, 인종의 벽을 허물고 1,000년의 번영을 구가했던 그들의 '개방성'은 어디에서 기인했는가.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 『로마인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 기록을 넘어,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공존의 시스템'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30여 년 전 출간이 시작된 이래 여전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거대한 서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본다. 1. 저자의 생애와 집필 배경 : 15년의 고독한 추적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일본이 낳은 독보적인 역사 작가다. 1937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가쿠슈인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매료되어 1963년 무작정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이후 반세기 넘게 피렌체와 로마에 거주하며 철저한 이방인의 시각으로 서양사를 재해석해 왔다. 『로마인 이야기』는 그가 1992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한 권씩, 총 15년에 걸쳐 완성한 필생의 역작이다. 당시 일본 사회는 버블 경제의 붕괴 이후 새로운 국가 모델을 갈구하고 있었고, 시오노는 그 해답을 로마의 리더십에서 찾고자 했다. 그는 정통 역사학자가 아니라는 비판 속에서도 사료(史料)를 바탕으로 한 상상력과 특유의 직관을 결합해, 박제된 역사가 아닌 '살아 숨 쉬는 로마인'들을 복원해 냈다. 2. 전체 상세 줄거리: 7개의 언덕에서 천년 제국까지 이 방대한 서사는 로마의 건국 신화에서 시작하여 서로마 제국의 멸망까지 약 1,200년의 세월을 관통한다. 제1부 : 공화정의 서막과 시련 (1~3권) 트로이의 후예 아이네아스로부터 이어진 로물루스가 팔라티노 언덕에 로마를 세운 기원전 753년, 로마는 보잘것없는 도시에 불과했다. 초기 왕정을 거쳐 공화정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로마는 귀족과 평민의 갈등을 '법'이라는 시스템으로 승화시킨다. 이후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한 로마는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과 운명적인 '포에니 전쟁'을 벌인다. 한니발의 천재적인 전술에 멸망 직전까지 몰렸던 로마는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등장과 '끈질긴 연대'를 통해 결국 지중해의 주인이 된다. 제2부 :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제국의 기틀 (4~6권) 공화정 말기, 로마는 비대해진 영토를 관리하지 못해 혼란에 빠진다. 이때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인물이 바로 율리우스 카이사르다. 시오노가 가장 애정을 쏟은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루비콘강'을 건너며 낡은 공화정을 허물고 제정(帝政)의 기틀을 닦는다. 그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는 짧은 문장처럼 명쾌한 결단력으로 로마를 재설계한다. 카이사르 사후, 그의 후계자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는 교묘한 정치력을 발휘해 '팍스 로마나(로마의 평화)' 시대를 연다. 제3부 : 제국의 번영과 오현제 시대 (7~10권) 아우구스투스 이후 티베리우스, 클라우디우스 등 초기 황제들은 카이사르가 설계한 시스템을 공고히 한다. 네로의 치세 등 굴곡이 있었으나, 하드리아누스와 트라야누스로 대표되는 '오현제(五賢帝) 시대'에 이르러 로마는 최대 판도를 형성하며 전성기를 구가한다. 도로나 수도교 같은 인프라가 속주 구석구석까지 뻗어나가고, 로마 시민권은 피부색과 출신에 상관없이 능력 있는 자들에게 부여되었다. 제4부 : 쇠락과 종말 (11~15권) 영원할 것 같던 제국에도 그림자가 드리운다. 게르만족의 침입과 전염병, 그리고 경제적 불황이 겹치며 로마는 활력을 잃는다. 기독교의 공인과 국교화는 로마적 가치관(다신교적 관용)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콘스탄티누스가 수도를 옮기고 제국이 동서로 분열된 끝에, 476년 서로마 제국은 용병대장 오도아케르에 의해 공식적으로 역사 속에서 퇴장한다. 3. 서사 구조와 주요 사건 분석 : 시스템이 만든 기적 이 작품의 핵심은 로마가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거대 제국을 유지했는가에 대한 '분석적 서사'에 있다. 저자는 로마의 승리 요인을 다음과 같은 주요 사건들을 통해 조명한다. 첫째, '성벽의 확장'이다. 다른 고대 국가들이 정복한 민족을 노예로 삼거나 몰살한 것과 달리, 로마는 패자를 자신들의 시스템 안으로 흡수했다. 사비니 여인 유괴 사건 직후 사비니인들과 연합한 사례는 로마적 '동화 정책'의 원형을 보여준다. 둘째, '법과 인프라의 구축'이다. 저자는 12표법의 제정과 로마 가도의 건설을 단순한 토목 공사가 아닌 '사회 통합의 하드웨어'로 규정한다. 물자뿐만 아니라 정보와 사람이 흐르는 길은 제국의 혈관이 되었다. 셋째, '공화정에서 제정으로의 전환'이다. 시오노는 이를 민주주의의 후퇴가 아닌, 비대해진 조직을 관리하기 위한 필연적인 '효율적 경영 체제'로의 전환으로 해석한다. 카이사르가 원로원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속주민의 권익을 보호하려 했던 행보가 그 정점이다. 4. 주요 인물 성격 및 상징성 분석 율리우스 카이사르 : '만능의 천재'이자 '관용의 화신' 저자가 묘사하는 카이사르는 로마인의 이상향이다. 그는 지성, 문장력, 군사적 재능, 정치적 통찰을 모두 겸비했다. 특히 그의 '클레멘티아(관용)'는 적까지 아군으로 포용하는 강력한 정치적 무기였다. 시오노는 그를 "모든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대로 보는 인간들 사이에서, 보고 싶지 않은 현실까지 직시한 인물"로 평가한다. 한니발 바르카 : '고독한 천재'와 로마의 스승 로마를 가장 두려움에 떨게 했던 적장 한니발은 아이러니하게도 로마를 가장 성장시킨 인물이다. 칸나에 전투에서의 대패는 로마인들에게 조직적 저항과 인내를 가르쳤다. 그는 개인의 천재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로마라는 '시스템의 힘'을 이길 수 없음을 증명하는 역설적 상징이다. 아우구스투스 : '인내하는 설계자' 카이사르가 파괴와 창조의 천재였다면, 아우구스투스는 그 창조물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의 천재였다. 저자는 그를 화려하진 않지만 철저히 실용적이고 인내심 깊은 경영자로 묘사하며, 진정한 통치자가 갖춰야 할 '지속 가능성'의 덕목을 투영한다. 5. 핵심 장면과 명대사 : 철학적 논쟁의 대목 장면 : 루비콘강 앞에서 (기원전 49년) 카이사르는 군대를 해산하고 홀로 로마로 돌아오라는 원로원의 명령을 거부한다. 강가에서 그는 잠시 망설이다 외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Alea iacta est)." 이 장면은 단순한 반란의 시작이 아니다. 저자는 이를 '법의 자구(字句)'와 '제국의 실익' 사이에서 결단을 내린 정치적 결단으로 묘사한다. 낡은 형식을 지키느냐, 실질적인 변화를 선택하느냐는 오늘날의 리더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철학적 질문이다. 명대사 :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현실만을 본다."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에 등장하는 이 문장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인식론적 핵심이다. 시오노는 로마인들이 종교적 광신이나 이념적 편향에 빠지지 않고, 사물을 객관적으로 직시하는 '이성'을 가졌기에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6. 인문학적 주제와 핵심 메시지 : '개방성'과 '책임' 『로마인 이야기』가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개방을 통한 공존'이다. 저자는 로마인이 그리스인보다 지성이 떨어지고, 카르타고인보다 경제력이 약하며, 게르만족보다 체력이 열등했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승리한 이유는 "타인의 장점을 수용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에 있었다고 강조한다. 이는 현대의 '다문화주의'와 '융합'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또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원형인 로마 귀족들의 솔선수범과 세금 납부 정신은, 리더의 권위가 특권이 아닌 책임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결국 제국은 시스템이 살아있을 때 번영했고, 시스템이 소수 기득권의 도구로 전락했을 때 몰락했다. 7. 창작 비화와 에피소드 : 문학적 논란과 열광 사이 시오노 나나미는 이 시리즈를 쓰는 15년 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매일 일정량의 원고를 써 내려갔다. "내 아들은 15명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각 권에 대한 애정이 깊다. 흥미로운 점은 학계의 반응이다. 정통 역사학자들은 그가 카이사르를 지나치게 영웅시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화정을 비판적으로 본다며 '역사 왜곡'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독자들은 열광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기업인들 사이에서 '경영 지침서'로 통하며 로마 붐을 일으켰다. 역사적 팩트 위에 문학적 숨결을 불어넣은 그의 필력은 딱딱한 사료를 한 편의 대하드라마로 탈바꿈시켰다. 8. 현대적 시사점과 질문 : 우리 안의 로마는 안녕한가 오늘날 우리는 다시금 '장벽'의 시대를 살고 있다. 국가 간의 무역 장벽, 계층 간의 심리적 장벽, 그리고 혐오라는 이름의 사회적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 집단(In-group)을 보호하고 타자(Out-group)를 배척하려 한다. 하지만 로마는 이 본능을 이겨내고 '로마 시민'이라는 더 큰 범주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의 시스템은 서로 다른 가치를 포용할 수 있는가?", "우리 시대의 리더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가, 아니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가?"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도 않았다 시오노 나나미가 15권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으며 전하고자 한 것은 제국에 대한 향수가 아니다. 그것은 '지성'과 '이성'을 가진 인간들이 모여 만든 '합리적 공동체'에 대한 희망이다. 로마의 가도는 무너졌지만, 그들이 남긴 공존의 지혜는 여전히 우리 발밑에 흐르고 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그 운율은 닮아 있다고 했다. 『로마인 이야기』의 책장을 덮으며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2,000년 전의 화석이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의 설계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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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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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 희망은 길들여지지 않는다
- 현대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과연 온전한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가. 매일 반복되는 일상, 보이지 않는 규범, 그리고 어쩌면 스스로 만들어낸 두려움이라는 감옥 속에 갇혀 '길들여진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1994년 작 <쇼생크 탈출>은 겉으로는 억울하게 수감된 한 남자의 극적인 탈옥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 심연에는 인간의 자유 의지와 실존, 그리고 절대 꺼지지 않는 희망에 대한 가장 철학적이고도 눈물겨운 찬가가 자리하고 있다. 개봉 후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는 이 걸작을 통해, 인간 존엄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거닐어보고자 한다. 1. 창조자와 시대의 조우 : 공포의 제왕이 빚어낸 따뜻한 휴머니즘 이 영화의 원작은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공포의 제왕'으로 불리는 스티븐 킹의 사계절 연작 소설 중 봄 편에 해당하는 중편 소설 『리타 헤이워스와 쇼생크 탈출』이다. 초자연적인 공포나 기괴한 스릴러에 천착하던 스티븐 킹이 가장 이질적이고도 인간적인 서사를 풀어낸 이 작품은, 1990년대라는 세기말적 전환기를 앞두고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손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당시 1990년대 초반 할리우드는 화려한 특수효과와 자극적인 액션 블록버스터가 극장가를 점령하던 시기였다. 다라본트 감독은 이러한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원작이 가진 문학적 깊이와 인간 심리의 세밀한 묘사를 영상으로 옮기는 데 집중했다. 인간을 억압하는 교도소라는 극한의 공간적 배경은, 역설적으로 인간이 가진 자유에 대한 갈망을 가장 순수하게 부각할 수 있는 완벽한 캔버스였다. 다라본트는 특유의 우직하고 고전적인 연출 방식을 통해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미국 사회상과 교도소 내의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재현해 냈다. 2. 거대한 절망 앞에서의 고요한 반란 : <쇼생크 탈출> 영화의 서사는 1947년, 성공한 젊은 은행 부지점장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 분)이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으며 시작된다. 그가 수감된 곳은 메인주 최악의 교도소인 '쇼생크'다. 첫날 밤, 공포에 질려 울부짖던 신입 죄수가 간수장 바이런 해들리에게 무자비하게 구타당해 사망하는 사건을 통해 영화는 쇼생크가 인간의 존엄성이 철저히 말살된 공간임을 각인시킨다. 앤디는 첫 한 달 동안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으며 고요히 상황을 관찰한다. 이윽고 그는 교도소 내에서 무엇이든 구해줄 수 있는 밀수업자 레드(모건 프리먼 분)에게 접근하여 암석 조각용 작은 망치(Rock hammer)를 주문한다. 레드는 이 나약해 보이는 백인 인텔리 청년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앤디의 눈빛에 깃든 형언할 수 없는 내면의 단단함을 발견하고 묘한 호기심을 느낀다. 두 사람의 평생에 걸친 깊은 우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사건의 전환점 : 지붕 위의 맥주] 교도소 생활의 변곡점은 1949년 봄, 야외 지붕 보수 작업(타르 칠) 중에 찾아온다. 앤디는 간수장 해들리가 세금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고, 자신의 금융 지식을 활용해 절세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나선다. 목숨을 건 이 대담한 제안의 대가는 오직 동료 죄수들을 위한 '시원한 맥주 세 병'이었다. 봄 햇살 아래 지붕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죄수들의 모습과, 그들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 앤디의 표정은 이 영화가 지향하는 인간성 회복의 첫 번째 징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앤디는 간수들의 세금 신고와 교도소장 노튼의 검은돈을 세탁해 주는 교도소 내 유일무이한 회계사로 자리 잡는다. [지식과 연대의 공간 : 도서관 건립] 앤디는 주 정부에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는 끈질긴 인내 끝에 예산을 받아내어, 낡고 초라했던 교도소 도서관을 뉴잉글랜드 최고의 교도소 도서관으로 탈바꿈시킨다. 이 도서관은 죄수들에게 학문을 가르치고 검정고시를 돕는 지적 연대의 장이 된다. 물리적 구속 속에서도 정신의 자유를 확장해 나가는 앤디의 조용한 혁명이었다. [절망과 각성 : 토미의 죽음] 1965년, 로큰롤을 사랑하는 젊은 좀도둑 토미가 쇼생크에 수감된다. 앤디는 토미에게 글을 가르치며 그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던 중 토미는 과거 자신이 있던 다른 교도소에서 만난 진짜 살인범이 앤디의 아내와 정부를 죽였음을 자랑삼아 떠벌렸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앤디에게 19년 만에 무죄를 입증할 결정적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비자금 세탁을 도맡아 하는 앤디를 잃고 싶지 않았던 노튼 소장은 토미를 탈옥으로 위장해 무참히 암살해 버리고, 앤디를 독방에 가둔다. [구원의 밤 : 기적과도 같은 탈출] 한 달간의 독방 감금 후, 앤디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레드에게 멕시코의 작은 해안 마을 '지와타네호(Zihuatanejo)'를 언급하며, 만약 출소하게 된다면 벅스턴의 특정 참나무 아래에 묻어둔 상자를 찾아달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긴다. 레드는 앤디가 자살하려는 것이라 직감하고 불안에 떨며 밤을 지새운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앤디의 감방은 텅 비어 있었다. 노튼 소장이 분노하여 벽에 걸린 라켈 웰치의 포스터에 돌을 던지는 순간, 포스터 뒤에 뚫려 있는 거대한 구멍이 드러난다. 앤디는 무려 20년 동안, 레드가 구해준 작은 조각 망치로 매일 밤 벽을 파냈고, 흙을 바지 주머니에 담아 운동장에 버려왔던 것이다. 앤디는 폭우가 쏟아지던 밤, 500야드(약 460미터)에 달하는 똥물로 가득 찬 하수관을 기어서 통과한 끝에 자유의 몸이 된다. 천둥 번개가 치는 강물 속에서 상의를 찢어버리고 두 팔을 벌려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그의 모습은 영화사상 가장 경이로운 해방의 순간이다. 앤디는 자신이 창조한 가상의 인물 '랜들 스티븐스'의 신분으로 은행에 예치해 둔 노튼 소장의 비자금을 모두 인출하고, 소장의 비리를 언론에 폭로한다. 결국 해들리는 체포되고 노튼 소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시간이 흘러 40년 만에 가석방된 레드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을 고민하던 중 앤디와의 약속을 떠올린다. 벅스턴의 참나무 아래에서 앤디가 남긴 편지와 여비를 발견한 레드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국경을 넘어 지와타네호로 향한다. 푸른 태평양 바다 앞에서 보트를 수리하던 앤디와 레드가 뜨겁게 포옹하며 영화는 짙은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3. 상징과 은유, 그리고 입체적 인물 분석 영화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을 통해 인간이 시스템과 권력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해부한다. 앤디 듀프레인 (이성적 자유와 희망의 화신) : 앤디는 결코 감정에 휘둘리거나 소리 내어 분노하지 않는다. 그는 외부의 물리적 억압이 결코 닿을 수 없는 자신만의 내면적 요새(음악, 지식, 희망)를 굳건히 지켜내는 인물이다. 그가 매일 밤 벽을 파낸 행위는 단순한 탈옥을 넘어, 부조리한 운명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실존주의적 투쟁이다. 특히 영화 전반에 걸쳐 앤디와 '물'은 깊은 상징적 연관을 맺는다. 하수관의 오물(고통과 억압)을 통과한 후 강물(세례와 정화)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 마침내 지와타네호의 푸른 바다(절대적 자유)에 도달하는 서사는 기독교적 구원의 메타포를 차용하고 있다. 레드 (제도화된 인간과 두려움의 극복) : 레드는 교도소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며, 그 안에서는 권력을 쥐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교도소 밖의 삶을 두려워하는 인물이다. 이는 오랜 시간 통제된 환경에 노출되어 무기력에 학습된 현대인의 초상과 닿아 있다. 앤디가 '희망'을 상징한다면 레드는 '현실'을 상징한다. 영화의 진정한 주제는 앤디의 탈옥 자체가 아니라, 앤디의 희망이 전염되어 결국 레드라는 한 인간의 영혼을 절망으로부터 구원해 내는 과정(Redemption)에 있다. 워든 노튼 소장 (위선과 부패한 시스템) : 노튼 소장은 겉으로는 성경을 인용하며 규율을 강조하지만, 뒤로는 살인과 착취를 일삼는 위선적 권력의 결정체다. 그가 앤디의 감방을 수색할 때, 탈옥에 사용될 망치가 숨겨진 성경책을 들고서 "구원은 이 안에 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최고의 블랙 코미디이자 아이러니다. 부패한 제도는 개인을 철저히 억압하지만, 결국 그 오만함 때문에 진실을 보지 못하고 파멸한다는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4. 시대를 관통하는 명장면과 철학적 논쟁 이 작품에는 단순히 영화적 수사를 넘어 인문학적 토론의 장으로 기능하는 명장면들이 포진해 있다. [모차르트의 선율과 탈경계적 연대]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는 앤디가 간수들을 따돌리고 방송실 문을 잠근 채,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 이중창(Sull'aria)'을 교도소 전역에 스피커로 틀어놓는 대목이다. 황량한 교도소 마당에 이탈리아어 아리아가 울려 퍼질 때, 모든 죄수와 간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우러러본다. 레드는 내레이션을 통해 고백한다. "그 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얼 부르는지 나는 지금도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 그 목소리는 이 회색빛 공간의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올랐다. 아주 짧은 순간, 쇼생크의 모든 사람들은 자유를 느꼈다." 이 장면은 예술이 가진 초월성을 증명한다. 계급과 죄의 유무를 떠나, 아름다움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지며 정신적 억압이 해제되는 경이로운 철학적 순간이다. [바쁘게 살 것인가, 바쁘게 죽을 것인가] 독방에서 나온 앤디가 레드와 나누는 대화는 영화의 핵심 철학을 관통한다. 앤디는 절망에 빠진 듯 보이지만, 이내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선택은 단순해요. 바쁘게 살 것인가, 아니면 바쁘게 죽을 것인가(Get busy living, or get busy dying)." 여기서 '죽음'은 물리적 생명의 단절이 아니라 희망을 포기한 채 시스템에 순응하는 무기력한 삶(제도화)을 의미한다. 앤디의 이 대사는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말한 '주체적 결단'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비록 원치 않는 환경(쇼생크)에 내던져졌을지라도, 그 안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는 오롯이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서늘하고도 준엄한 선언이다. 5. 작품이 남긴 핵심 메시지 :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의 비극과 희망의 가치 이 영화가 다루는 가장 중요한 심리학적, 사회학적 개념은 '제도화'이다. 영화 속 노기수인 브룩스는 50년 만에 가석방되어 사회로 나가지만, 변화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다 결국 목을 매어 자살하고 만다. 레드는 이를 두고 이렇게 묘사한다. "이 벽이라는 게 참 웃기지. 처음엔 미워하다가, 나중엔 익숙해지고, 결국엔 그것에 의지하게 되거든." 현대 심리학의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을 이토록 완벽하게 묘사한 문장이 또 있을까. 작가와 감독은 독자와 관객에게 준엄하게 묻고 있다. '당신은 브룩스처럼 익숙한 절망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앤디처럼 20년을 파내려 가는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희망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결국 <쇼생크 탈출>이 전달하고자 하는 궁극의 메시지는 "희망은 좋은 것이고, 좋은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앤디의 편지 글귀에 응축되어 있다. 6. 창작 비화 : 흥행 참패에서 전설이 되기까지 걸작의 탄생 뒤에는 흥미로운 비화가 숨어있다. 1994년 개봉 당시 이 영화는 박스오피스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쇼생크'라는 발음하기 어려운 제목, 액션이 전무한 142분의 러닝타임, 그리고 하필이면 그해 극장가에 <포레스트 검프>와 <펄프 픽션>이라는 역대급 경쟁작들이 함께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톰 행크스는 <포레스트 검프>에 출연하기 위해 앤디 역을 고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디오 대여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기적이 일어났다. 입소문을 탄 영화는 역사상 가장 많이 대여된 비디오 중 하나가 되었고, 현재까지도 세계 최대 영화 사이트 IMDB에서 관객 평점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또한 다라본트 감독은 신인 시절 스티븐 킹의 단편을 영화화하며 인연을 맺었는데, 킹은 다라본트의 재능을 믿고 단돈 5,000달러에 원작 판권을 넘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수표를 액자에 넣어 다시 다라본트에게 선물했다는 훈훈한 일화도 전해진다. 7. 현대 독자를 향한 시의성 있는 질문 : 우리의 '쇼생크'는 어디인가 2026년 오늘날, 고도화된 기술과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물리적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지 않지만, 다른 형태의 '쇼생크'에 갇혀 있을지 모른다. 스마트폰과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필터 버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이라는 감옥, 경제적 생존을 위해 영혼을 갉아먹는 일상의 굴레가 바로 그것이다. 심리학의 '쿨리지 효과'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만을 좇으며 진정한 내면의 안식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앤디가 지붕 위에서 마셨던 맥주 한 병의 여유와 도서관을 세우기 위해 매주 편지를 썼던 인내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이곳은 변하지 않는다'며 구조적 모순에 길들여지고 마는 것은 아닐까. 영화는 우리에게 내면의 '조각 망치'를 찾아 쥐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나를 둘러싼 절망의 벽을 파내라고 독려한다. 지와타네호, 내 마음속의 푸른 바다를 향하여 상영관의 불이 켜지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앤디와 레드가 재회하던 태평양의 푸른 물결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지와타네호'는 지도상에 존재하는 멕시코의 휴양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간직해야 할 '희망의 성소'다. 삶이 부조리하고 세상이 우리를 억압할 때, 마음속 깊은 곳에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음악을 틀어놓고 자신만의 지와타네호를 꿈꾸는 자는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다. 오늘 밤, 당신의 바지 주머니 속에는 절망의 벽을 부순 흙먼지가 만져지는가. 당신이 진정으로 '바쁘게 살기'를 선택했다면, 그 작은 흙먼지들이 모여 결국 기적의 탈출구를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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