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여 개국 3,000여 개 기업 참가, 韓 기업도 K-푸드·첨단기술 대거 선보여
5일, 중국 최대 규모의 수입 전문 박람회인 '제8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가 상하이 국가컨벤션센터(NECC)에서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전 세계적인 경제 성장 둔화와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중국이 '세계의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고수준 대외 개방' 의지를 재천명하는 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는 150여 개국 3,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했으며, 한국 기업들도 대규모 국가관을 꾸려 14억 중국 내수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CIIE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8년 직접 제안하고 출범시킨 행사로, 중국의 대외 개방 의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정책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개막식 기조연설에 나선 리창 국무원 총리는 "중국의 문은 닫히지 않고 계속해서 더 크게 열릴 것"이라며, "중국은 '고품질 발전'을 추진하며 더 많은 고품질의 해외 상품과 서비스가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시도에 맞서, 중국이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이자 매력적인 소비 시장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리 총리는 특히 "중국은 제도적 개방을 꾸준히 확대하고, 시장 접근성을 높이며,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며 외국 기업들을 위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비즈니스 환경 조성을 약속했다.
이번 제8회 CIIE의 총 전시면적은 약 36만 제곱미터에 달하며, 150여 개 국가 및 지역에서 3,000개가 넘는 기업이 참가해 역대급 규모를 유지했다.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기술 장비' 및 '의료기기·의약보건' 전시관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장비,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등 첨단 기술이 대거 소개되었으며,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저탄소·친환경 기술 및 에너지 솔루션도 별도 구역으로 마련되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자동차 전시관에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최신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또한, '소비재' 및 '식품·농산물' 관 역시 각국의 특색을 담은 신제품들로 붐볐다.
한국은 이번 박람회에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주관으로 100여 개사, 지자체 및 개별 참가 기업을 포함해 총 150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KOTRA는 '한국 국가관'을 별도로 마련하여 식품, 뷰티, 소비재 분야의 유망 중소·중견기업 제품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특히 냉동김밥, 간편식 떡볶이, 기능성 음료 등 'K-푸드'와 중소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뷰티 제품들이 중국 바이어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대기업 중에서는 삼성, 현대차, SK 등이 부스를 마련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친환경 모빌리티, 배터리 소재 등 자사의 주력 기술력을 선보이며 중국 내 파트너십 확대에 나섰다.
KOTRA 관계자는 "CIIE는 중국의 최신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핵심 바이어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라며, "단순한 상품 수출을 넘어 기술 협력과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국 내수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CIIE가 중국의 '쌍순환(Dual Circulation)' 발전 전략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쌍순환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경제를 순환시키되, 국제 무역(수입)을 통해 고품질의 상품과 기술을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CIIE를 통해 내수 소비를 촉진하고 산업 고도화를 꾀하는 동시에, '중국 없이는 글로벌 경제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박람회의 화려한 규모와 별개로, 중국 내 자국 기업 우대 정책, 불투명한 규제 환경 등은 여전히 외국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CIIE가 실질적인 '공정한 경쟁의 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제도 개선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박람회는 오는 11월 10일까지 6일간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