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암에서
김경숙
갈래길 초입에 앉은 운수암
오래 묵은 정적 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맑은 얼굴의 노승
고요히 찻물 끓이며
저 산 구름을 불러들인다.
다기에 안긴 녹빛 구름
두 손에 받쳐 드니
아찔한 번뇌 無心한 향내 되어 흘러간다.
허한 마음 틈새로 번져오는 차의 향
갈래길에 두고 온 가없는 속연
빈 다기에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