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 건정심 소위에 부과 체계 개편안 보고… 소득 50% 반영 산정
- "가입자 간 형평성 제고" vs "근로자 부담 가중 및 시장 위축" 엇갈린 시선
정부가 고소득 일용직 근로자의 건강보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는 일용근로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안'을 보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그동안 취약계층 배려라는 명목 아래 관행적으로 건보료 징수를 면제해 왔으나, 고용 형태의 다변화로 억대 소득을 올리는 일용직이 늘어남에 따라 직장·지역가입자 간 형평성을 맞추고 재정을 안정화하겠다는 취지다.
억대 소득자도 '피부양자'… 무너진 형평성 바로잡는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 일용근로소득 역시 건보료 부과 대상에 해당하지만, 행정 당국은 취약계층의 소득으로 간주해 사실상 부과를 유예해 왔다. 그러나 고숙련 기술직을 중심으로 단기 고용 계약이 늘어나며 상황이 달라졌다.
실제 정부 조사 결과, 2024년 건설 현장에서 일당 60만 원을 받으며 연 1억 4,000만 원의 일용소득을 올린 A씨가 가족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사례가 적발됐다. 연 소득 1억 1,000만 원을 기록한 B씨 역시 지역가입자 최저보험료만 납부하며 혜택을 누렸다. 아울러 국내에서 연간 10조 원에 달하는 일용근로소득을 챙기는 외국인 근로자들마저 건보료 부과를 면제받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복지부는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는 일용근로소득에 대해 해당 소득의 50%를 반영해 건보료를 산정하는 개편안을 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고소득을 올리면서도 무임승차하는 사례를 막고, 성실히 보험료를 납부하는 일반 가입자와의 부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상위 5.2% 타격… 연 2,658억 원 재정 확충 효과
이번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직접적인 징수 대상이 되는 인원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에 신고된 2024년 기준 전체 일용근로소득자 528만 2,568명 가운데 연 2,000만 원을 초과하는 대상자는 전체의 약 5.2%에 해당하는 27만 5,255명 수준이다. 반면 연 소득 2,000만 원 이하인 500만 7,313명(94.8%)은 이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어 기존과 동일하게 면제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직장가입자 5만 5,000명(0.3%)과 지역가입자 17만 세대(1.8%)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그동안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해 오다 소득 기준 초과로 자격이 박탈돼 새롭게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인원만 4만 9,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당국은 이를 통해 연간 약 2,658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형평성 제고" vs "근로 의욕 저하" 엇갈리는 시선
정책 추진을 두고 현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대다수 직장가입자들은 "소득이 있는 곳에 건보료가 있다는 원칙이 비로소 지켜지게 됐다"며 조세 및 부담금 형평성 측면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건설·제조업계와 노동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건설 현장 관계자는 "일용직 노동자의 소득은 날씨나 건설 경기 상황에 따라 극심한 변동성을 띠는데, 단순히 1년간의 소득이 높았다고 해서 상시 소득처럼 간주해 건보료를 떼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실질 가처분 소득 감소에 따른 노동시장 유연성 위축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측은 "아직 부과 기준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건정심 논의 과정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 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건보 재정 안정화를 위한 고육지책… "징수 체계 정교화 필수"
보건의료 및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을 건강보험 누적 적자 우려와 저출생·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재정 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분석한다. 취약계층 보호라는 명분으로 유지되어 온 '일용소득 비과세 관행'은 단기 고액 계약이 빈번한 현재의 노동시장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징수 체계의 정교한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제언이 따른다. 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소득 일용직에 대한 건보료 부과는 제도적 형평성 차원에서 당연한 수순이나, 고용과 소득의 지속성이 떨어지는 일용직의 특수성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 발생 시점과 건보료 부과 시점 간의 시차(Time Lag)로 인해, 정작 일거리가 끊겨 소득이 급감한 시기에 무거운 건보료 고지서를 받게 되는 맹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소득 변동을 적시에 반영할 수 있는 행정적 보완 장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