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2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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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절망의 땅에서 희망을 쏘다
    한국 현대문학사를 이야기할 때, 조세희의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을 빼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단순히 한 시대의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1970년대 압축 성장의 그늘 아래 신음하던 도시 빈민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시대의 양심이자 문학적 증언이기 때문이다. '난장이'로 상징되는 사회적 약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 세계는, 동화처럼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장과 현실의 지독한 비루함이 충돌하며 독자의 가슴을 서늘하게 파고든다. 철거 계고장 한 장에 무너져 내리는 삶의 터전, 굴뚝과 기계에 종속된 노동의 현실, 그리고 그 절망의 끝에서 아버지가 쏘아 올린 '작은 공' 하나. '난쏘공'은 산업화라는 거대한 톱니바퀴에 갈려 나간 한 가족의 비극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이 과연 모두에게 공평한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영원한 고전이다. 낙원구 행복동, 그곳엔 낙원도 행복도 없었다 1부: 철거 계고장, 날아든 사형선고 소설은 '낙원구 행복동'이라는 지독히 반어적인 이름의 무허가 판자촌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그곳에는 신체적 장애(난장이)로 인해 평생을 사회적 약자로 살아온 아버지와, 그런 남편을 대신해 굳세게 가정을 이끌어 온 어머니, 그리고 장남 영수, 차남 영호, 막내딸 영희, 다섯 식구가 살고 있다. 어느 날, 그들의 집에 붉은 글씨의 '철거 계고장'이 날아든다. 한 달 안에 집을 비우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통보다. 정부의 '도시 정화 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그들의 삶의 뿌리는 송두리째 뽑힐 위기에 처한다. 보상으로 아파트 입주권이 나오지만, 판잣집 주민들에게는 입주할 돈도, 프리미엄을 노리는 투기꾼들로부터 입주권을 지켜낼 힘도 없다. 결국 그들은 평생의 보금자리를 헐값에 넘기고 거리로 나앉아야 할 운명에 처한다. 2부: 흩어지는 가족, 짓밟히는 꿈 아버지와 어머니는 절망하지만, 장남 영수는 공장에 다니며 노동조합 운동에 희망을 걸어보려 한다. 차남 영호는 세상에 대한 분노로 엇나가고, 막내딸 영희는 가족을 위해 어떻게든 입주권을 되찾으려 발버둥 친다. 아버지는 달을 향해 '작은 공'을 쏘아 올리며 무너져 내리는 현실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놓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그가 사는 땅은 그의 꿈을 비웃듯 더욱 가혹해지기만 한다. 영수는 부당한 노동 현실에 맞서 싸우다 결국 공장에서 쫓겨나고, 그의 동료는 사측의 음모에 휘말려 살인자가 된다. 세상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3부: 영희의 희생, 되찾은 종이 한 장 가족의 비극이 절정에 달하는 것은 막내딸 영희의 희생을 통해서다. 그녀는 가족의 입주권을 헐값에 사들인 부동산 투기꾼을 따라 그의 집으로 들어간다. 순결을 잃고 그의 곁에 머물며 기회를 엿보던 영희는, 마침내 금고에서 입주권을 훔쳐 나오는 데 성공한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녀의 손에 남은 것은, 가족의 꿈이 담긴 차가운 종이 한 장뿐이었다. 4부: 굴뚝 위에서 사라진 아버지 그러나 영희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가족은 이미 뿔뿔이 흩어진 뒤였다. 그리고 그녀는 동네 사람들을 통해 아버지의 비극적인 최후를 전해 듣는다. 아버지가 인근 공장의 높은 벽돌 굴뚝 꼭대기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다, 결국 그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작은공' 대신 자기 자신을 쏘아 올렸지만, 그가 도달한 곳은 하늘이 아닌 차가운 굴뚝 바닥이었다. 아버지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땅에 발붙이고 살 수 없었던 시대의 약자들이 꾸었던 덧없는 꿈의 상징으로 남는다. 난장이, 공, 그리고 굴뚝 '난장이'와 '거인'의 세계 소설에서 '난장이'는 단순히 키가 작은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본과 권력이라는 '거인'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제대로 된 몫을 보장받지 못하는 모든 사회적 약자를 상징한다. 그의 가족은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고, 법과 제도는 언제나 가진 자들의 편이다. 작가는 이 '난장이'와 '거인'의 비대칭적인 구도를 통해 1970년대 한국 사회의 계급 모순을 극명하게 고발한다. 희망과 절망의 상징, '작은 공' 아버지가 쏘아 올리는 '작은 공'은 이 소설의 핵심적인 상징이다. 그것은 ①빼앗긴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고 싶은 소망, ②이 부조리한 땅을 벗어나 달나라와 같은 이상향에 도달하고 싶은 꿈, ③그리고 결코 현실에 가닿을 수 없는 약자의 처절한 희망 그 자체다. 공은 하늘로 솟구치지만 이내 땅으로 떨어지듯, 그들의 꿈 역시 번번이 좌절된다. 산업화의 무덤, '벽돌 굴뚝'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오른 '벽돌 굴뚝'은 근대화와 산업화의 상징물이다. 그러나 난장이에게 그곳은 하늘로 가는 통로가 아닌, 자신의 목숨을 앗아간 거대한 무덤이었다. 이는 산업 발전의 성과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희생시키는 비정한 현실을 은유한다. 아름다운 문장, 잔혹한 현실 '난쏘공'이 시대를 넘어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이토록 참혹한 현실을 지극히 아름답고 시적인 문장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작가는 직접적인 분노나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마치 동화를 쓰듯 간결하고 절제된 언어로 인물들의 슬픔을 담아낸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독자들이 감정적인 동요를 넘어, 비극의 본질을 더욱 냉정하고 깊이 있게 성찰하도록 이끈다. 또한, 소설은 난장이 가족 구성원 각자의 시선으로 서술되는 12편의 단편이 묶인 연작(連作) 형식이다. 이 파편화된 이야기들은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며 하나의 거대한 비극을 완성한다. 이러한 독특한 구조는 획일적인 시선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당대 사회의 복잡한 모순과 각 인물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탁월한 문학적 장치다. 2025년, 우리는 다시 '난쏘공'을 읽는다 '난쏘공'이 출간된 지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판자촌은 화려한 아파트 단지로 변했고,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난장이의 세계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 앞에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청년들,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젠트리피케이션),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싸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21세기의 '난장이'들을 발견한다. 그들 역시 저마다의 '작은 공'을 하늘에 쏘아 올리며 더 나은 삶을 꿈꾸고 있다. '난쏘공'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의 논리가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모든 시대, 모든 사회에 유효한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웃의 고통에 눈감지 않겠다는 다짐이자,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이라는 작은 공을 다시 한번 쏘아 올리는 행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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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9-06
  • '무진기행', 안개와 허무 속에서 발견한 현대인의 자화상
    김승옥이 그려낸 1960년대 '감수성의 혁명'... 일상으로부터의 도피, 그 끝에서 마주한 것은 구원이 아닌 부끄러움이었다. 1960년대 한국 문학은 김승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소설 '무진기행'을 읽는 것은, 짙은 안갯속을 홀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경험이다. 그의 문장은 이전 세대의 작가들이 짊어졌던 전쟁의 상흔이나 이념의 무게 대신, 전후(戰後) 근대화의 과정에서 개인이 느끼는 미묘한 허무와 소외, 속물적 욕망과 자기혐오를 감각적인 언어로 포착해냈다. '무진(霧津)', 즉 안개 나루. 이곳은 지도에 없는 허구의 공간이자, 답답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모든 현대인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심리적 도피처다. 주인공 윤희중의 짧은 귀향길을 따라가는 '무진기행'은, 일상이라는 감옥으로부터의 탈출이 얼마나 허망하며, 그 끝에 남는 것이 결국 '부끄러움'뿐임을 통찰한 우리 시대의 영원한 문제작이다. 안개 속으로의 며칠, 한 남자의 여정 1부: 성공이라는 감옥, 서울을 떠나다 소설은 제약회사 전무인 주인공 '나'(윤희중)가 아내의 권유로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고향인 '무진'으로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는 장인의 재력과 아내의 적극적인 처세 덕에 젊은 나이에 상류층으로 편입된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내면은 성공의 안락함 대신, 모든 것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무력감과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에게 서울은 '성공'이라는 이름의 감옥이며, 무진으로의 여정은 그 감옥으로부터의 일시적인 탈출, 즉 '도피'다. 2부: 안개의 도시, 무진에서의 만남 그가 도착한 무진은 명물인 '안개'에 휩싸여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는 모든 것을 모호하게 만들고 현실 감각을 마비시킨다. 그 속에서 그는 과거의 인물들을 만난다. 세무서장이 되어 속물로 변해버린 동창, 그리고 한때 연모했던 후배의 자살 소식은 그에게 무진 역시 더 이상 순수의 공간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그러던 중 그는 모교에서 음악 교사로 일하는 '하인숙'을 만난다. 그녀는 술자리에서 꽤 유명한 노래인 '목포의 눈물'을 부르며 서울로 떠나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그녀의 속물적인 모습과 동시에 어딘가 자신과 닮은 공허함을 발견하고 하룻밤의 사랑을 나눈다. 무진의 안개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현실 도피의 동반자를 발견한 것이다. '나'는 충동적으로 그녀에게 함께 서울로 가자고 제안한다. 3부: 도피의 끝, 아내의 편지 하인숙과 함께 무진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짧은 환상은, 서울의 아내로부터 온 한 통의 전보로 산산조각 난다. "早歸. 急報(조귀. 급보)", 즉 "빨리 돌아오라. 급한 소식이다"라는 단 네 글자. 이 전보는 그에게 무진에서의 일탈이 끝났음을 알리는 '명령'이자, 그가 속한 현실 세계로의 '소환장'이다. 그는 한순간의 망설임 끝에 하인숙을 무진에 남겨두고 서울행 버스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그의 도피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난다. 4부: 무진을 떠나며, 그리고 남겨진 것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그는 하인숙에게 남기고 온 편지를 떠올린다.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당신을 떠난다는, 지독히 위선적이고 변명에 가득 찬 문장이다. 그는 그 편지가 결국 하인숙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그는 이렇게 독백한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의 짧은 여정 끝에 남은 것은 사랑의 성취나 자유의 획득이 아닌, 자신의 비겁함과 속물근성을 확인한 '부끄러움'뿐이었다. 안개, 편지, 그리고 부끄러움 '안개'의 다층적 상징 '무진기행'에서 '안개'는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①주인공의 혼란스러운 내면, ②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 ③일상의 책임과 의무로부터 잠시 숨을 수 있게 해주는 익명성의 공간, ④그리고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허무 그 자체를 상징한다. 사람들은 무진의 안개 속에서 잠시 위안을 얻지만, 안개가 걷히면 결국 냉정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일상으로의 복귀 명령, '편지(전보)' 아내의 전보는 소설의 흐름을 가르는 결정적 장치다. 그것은 주인공을 지배하는 현실 세계의 권력(아내와 장인으로 대표되는)을 상징하며, 개인의 낭만적 일탈이 얼마나 쉽게 현실의 질서 앞에 좌절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짧은 전보 앞에서 그의 모든 결심과 환상은 힘없이 무너진다. 현대인의 실존적 감각, '부끄러움'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은 '무진기행'의 핵심 주제다. 이 부끄러움은 하인숙을 버린 것에 대한 단순한 미안함이 아니다. 그것은 ①현실의 안락함을 포기하지 못하는 자신의 속물근성에 대한 부끄러움, ②진정한 사랑이나 순수한 열정 대신 위선적인 변명으로 자신을 포장한 비겁함에 대한 부끄러움, ③그리고 결국 일상이라는 감옥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무기력한 자신에 대한 실존적 자기혐오다. 1960년대의 이방인, 윤희중과 우리 '무진기행'의 주인공 윤희중은 영웅도, 악인도 아니다. 그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근대화의 길목에 서 있던 1960년대 한국 사회의 지식인들이 겪었던 정신적 방황을 대변한다. 그는 가난했던 과거와 단절하고 싶어 하지만, 속물적인 성공 속에서 끊임없이 공허함을 느끼는 이방인이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단지 1960년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어딘가 다른 곳'을 꿈꾸지만, 결국 책임과 안정이라는 현실의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그의 고뇌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겹쳐진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만의 '무진'을 품고 산다. 그곳으로의 짧은 도피를 꿈꾸지만, 결국 현실로 돌아와 어제의 삶을 반복한다. 김승옥은 바로 그 지점,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에 안주하고 마는 현대인의 보편적인 비겁함과 그로 인한 '부끄러움'의 감정을 놀랍도록 세련되고 감각적인 문체로 포착해냈다. 당신은 당신의 '무진'을 떠났는가 '무진기행'은 발표된 지 6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서늘한 질문을 던진다. 일상에 안주하는 대가로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당신의 '무진'은 어디이며, 그곳으로부터의 도피는 당신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자신의 삶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 일상이라는 궤도를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껴본 적 있는 독자라면, 이 안개 자욱한 도시로의 짧은 여행을 떠나보길 권한다. 그 끝에서 당신은 아마도, 지독한 부끄러움과 함께 자신의 맨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위대한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불편하고도 귀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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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9-06
  • 北 김정은, 中 전승절 80주년 참석 후 귀국…'혈맹 과시' 北中 밀착 가속화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박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6일 새벽 특별열차 편으로 귀국했다. 김 위원장은 방중 기간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피로 맺어진 동맹'을 과시하며 양국 관계가 최고 수준임을 내비쳤다. 이번 방중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맞서 북중이 '반미 연대'의 축을 더욱 공고히 하는 전략적 행보로 분석되며, 동북아의 신냉전 구도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시종일관 '최고 국빈'에 걸맞은 파격적인 예우 속에서 진행됐다. 지난 2일 오후 특별열차로 베이징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급 고위 인사의 영접을 받으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방중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3일 열린 전승절 기념행사였다. 김 위원장은 톈안먼 성루에 올라 시진핑 주석의 바로 옆자리에서 인민해방군의 대규모 열병식을 참관했다. 이는 2015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섰던 바로 그 자리로, 중국이 현재 북한과의 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두 정상은 열병식이 진행되는 내내 밝은 표정으로 담소를 나누며 돈독한 개인적 친분을 과시했다. 열병식 직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의 전략적 협력 강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회담 소식을 신속하게 전하며 "적대세력들의 악랄한 도전과 방해 책동에 맞서 공동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보도, 한미일을 겨냥한 '공동 대응'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후 김 위원장은 4일,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 과학기술단지를 시찰하고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 기업 관계자들의 브리핑을 받았다. 이는 대북 제재 속에서 과학기술을 통한 자력갱생을 강조해 온 북한이 중국의 첨단 기술 협력을 희망하고 있음을 드러낸 행보로 풀이된다. 5일에는 공식 환송 오찬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과 북중 정상의 노골적인 '밀월'에 국제 사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 한미일, "심각한 우려" 한목소리 한국 정부는 즉각 반응을 내놨다.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용인하고 있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을 망각하고 북한 지도자를 초청해 환대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역시 "북한의 불안정 유발 행위를 중국이 묵인하고 지원하는 것은 역내 평화와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일본 정부 또한 "북중 간의 군사적 밀착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한미 양국과 긴밀히 공조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中, "주권 사항" 일축…北은 '성과' 대대적 선전 반면 중국은 이러한 비판을 '내정간섭'으로 일축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주권국가로서 어떤 나라와 교류하고 협력할지 스스로 결정한다"며 "관련 국가들은 제3국을 겨냥한 배타적인 '소그룹' 만들기를 중단하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북한은 귀국과 동시에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총동원해 "조중(북중) 친선 관계의 불패성을 만방에 과시한 역사적 사변"이라며 방중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한미일 3각 안보협력 강화에 대응하는 북중의 '맞불' 성격이 짙다고 분석한다. 북한으로서는 최대 후원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돌파할 동력을 확보하고, 중국은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활용하며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지렛대로 삼으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방중을 계기로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사실상 북한의 '뒷배'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이상, 대북 제재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한반도를 둘러싸고‘[한미일] 대 [북중러]’의 '강 대 강' 대치 구도가 더욱 선명해지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대화와 외교의 공간은 더욱 좁아지는 '신냉전'의 시대가 동북아의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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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2025-09-06
  • 美, 韓기업현장 전격 이민단속…한국인 대거체포 파장
    미국 당국이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이민 단속에 나서 한국인 근로자 40여 명을 불법 취업 혐의로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단속은 미국 내 한국 기업의 생산 시설을 직접 겨냥한 이례적인 사례로, 현지 교민 사회는 물론 관련 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달 25일(미국 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양국 간에 관세와 대미 투자 방안을 놓고 후속 협상이 이어지던 중 이 같은 단속 작전이 실시됐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미 국토안보수사국(HSI)은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실시한 이민 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체포된 근로자들은 대부분 단기 상용(B-1)·관광(B-2) 비자로 미국에 입국해, 공장 설비 설치 등 사실상의 기술 노무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B-1/B-2 비자는 회의 참석, 계약 협상 등 제한적인 상용 활동만 가능하며, 미국 내에서 직접적인 노동 행위를 통해 임금을 받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이번에 단속 대상이 된 공장은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 전기차 배터리 핵심 생산 시설 중 하나로 알려져, 미 행정부의 제조업 부활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온 한국 기업을 상대로 대규모 이민 단속이 벌어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이 알려지자 우리 외교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을 통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체포된 우리 국민들에게 통역 지원 등 필요한 영사 조력을 즉각 제공하고, 미국 당국에 공정한 절차에 따른 조사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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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2025-09-06
  • 쿨리지 효과.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는 이유?
    우리는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갈망하기도 해. 특히 이성 관계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늘 옆에 있던 연인보다 새로운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순간, 혹시 있지 않아? 바로 이 현상을 설명해 주는 심리학적 개념이 있어. 오늘 알아볼 쿨리지 효과야. 쿨리지 효과는 성적으로 왕성한 동물 수컷이 새로운 암컷이 나타났을 때, 기존의 암컷에 대한 흥미를 잃고 새로운 암컷에게 강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말해. 이 현상의 이름은 미국의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의 일화에서 유래했어. 어느 날 쿨리지 대통령 부부가 한 닭 농장을 방문했어. 부인이 농장 주인에게 "이 수탉 한 마리가 이렇게 많은 암탉을 상대하나요?" 하고 물었지. 주인은 "예, 하루에도 수십 번씩 교미를 합니다"라고 답했어. 그러자 부인은 농담 삼아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려주세요"라고 말했어. 이야기를 들은 쿨리지 대통령은 주인에게 물었어. "그런데 그 수탉이 매번 같은 암탉과 하나요?" 주인은 "아닙니다. 매번 새로운 암탉과 합니다"라고 답했지. 쿨리지 대통령은 웃으며 "이 사실은 제 아내에게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고 해. 이 일화처럼, 쿨리지 효과는 새로운 상대가 나타났을 때 성적 흥미가 다시 활성화되는 현상을 의미해. 쿨리지 효과는 왜 나타날까? 쿨리지 효과는 단순히 인간의 바람기를 합리화하는 개념이 아니야. 이는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수컷은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다양한 암컷과 관계를 맺으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암컷을 만났을 때 흥미가 다시 커지는 것은 이러한 번식 본능과 관련이 있지. 뇌과학적으로 보면, 새로운 상대를 만났을 때 뇌에서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이 대량으로 분비되면서 강한 흥분과 쾌감을 느끼게 돼. 쿨리지 효과는 비단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야. 쥐, 양,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 실험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어. 결국 이 효과는 새로운 자극을 통해 번식의 가능성을 높이려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의 일부라고 볼 수 있어. 물론 인간은 이성적 판단과 사회적 규범에 따라 이러한 본능을 통제하며 살아가지만, 우리 내면에 이런 생물학적 본능이 존재한다는 걸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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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9-03
  • 죄수의 딜레마, 배신이냐, 침묵이냐?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인 선택이 모여, 결국 모두에게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아이러니한 상황. 우리는 왜 그룹 과제에서 무임승차를 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며 씁쓸해할까? 이러한 인간 사회의 고질적인 모순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이론이 있다. 바로 게임 이론의 가장 유명한 모델인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다. 1. 두 명의 죄수, 그리고 운명의 선택 '죄수의 딜레마'는 1950년 미국의 랜드 연구소(RAND Corporation) 소속이던 수학자 메릴 플러드(Merrill Flood)와 멜빈 드레셔(Melvin Dresher)가 고안하고, 지도교수였던 앨버트 터커(Albert W. Tucker)가 '죄수'라는 비유를 들어 각색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범죄 조직의 두 공범(A와 B)이 경찰에 체포되었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두 사람의 자백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 검사는 둘을 분리된 취조실에 가두고, 서로 소통할 수 없게 한 뒤 각각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만약 당신은 침묵(동료와 협력)하고, 동료가 당신을 배신(자백)하면: 당신은 10년형, 동료는 석방된다. 만약 당신은 자백(동료를 배신)하고, 동료가 침묵(협력)하면: 당신은 석방, 동료는 10년형을 받는다. 만약 두 사람 모두 자백(서로 배신)하면: 두 사람 모두 5년형을 받는다. 만약 두 사람 모두 침묵(서로 협력)하면: 증거 불충분으로 둘 다 1년형만 받는다. 2.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최악의 결과로 당신이 죄수 A의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성적으로 경우의 수를 따져보자. '만약 동료 B가 침묵(협력)한다면?' 내가 침묵하면 1년형을 받는다. 내가 자백하면 석방된다. 따라서 자백하는 것이 이득이다. '만약 동료 B가 자백(배신)한다면?' 내가 침묵하면 10년형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다. 내가 자백하면 5년형을 받는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자백하는 것이 이득이다. 결론적으로, 동료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나에게는 '자백(배신)'이 언제나 최선의 선택, 즉 '우월 전략(Dominant Strategy)'이 된다. 문제는 상대방인 죄수 B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합리적 사고를 한다는 점이다. 그 역시 동료(A)의 선택과 무관하게 자백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 결과, 두 죄수는 모두 '합리적'으로 서로를 배신하는 선택을 하게 되고, 결국 나란히 5년형을 선고받는다. 둘 다 침묵을 지켜 1년만 복역할 수 있었던 '집단 최선의 결과'를 스스로 걷어차고 '집단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의 합리성이 집단의 비합리성으로 귀결되는 딜레마가 바로 이 이론의 핵심이다. 3. 딜레마는 교도소 담장 안에만 있지 않다 이 딜레마는 단순히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 세계의 수많은 문제들이 죄수의 딜레마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업 간의 가격 경쟁: 두 경쟁사가 있다. 둘 다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협력)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한쪽이 가격을 내려(배신) 고객을 독점하려 하면, 다른 쪽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 결국 끝없는 '치킨 게임'으로 번져 두 기업 모두 수익성이 악화되는(둘 다 5년형) 결과로 이어진다. 국가 간의 군비 경쟁: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상황이 대표적이다. 양국 모두 군축에 합의하면(협력) 막대한 국방비를 절약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몰래 군비를 증강할(배신) 가능성을 우려해, 양국 모두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군사력을 키우는(둘 다 배신) 길을 택했다. 이는 인류 전체를 파멸의 위기로 몰아넣는 비합리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환경 문제: 모든 국가가 탄소 배출을 줄이면(협력)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국가가 자국의 경제 성장을 위해 배출량을 유지하거나 늘리면(배신), 다른 국가들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협력의 대열에서 이탈할 유인이 생긴다. 결국 모두가 기후 변화의 피해자가 되는 공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4. 그렇다면 딜레마를 탈출할 방법은 없는가? 죄수의 딜레마는 인간 사회의 비관적인 측면을 보여주지만, 학자들은 이 딜레마를 극복할 몇 가지 조건 또한 제시한다. 반복되는 게임 (Repeated Game): 단 한 번으로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관계를 맺고 게임을 해야 한다면 '협력'의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에 내가 상대를 배신하면, 다음번에 상대가 반드시 보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계에서는 '신뢰'와 '평판'이 중요한 자산이 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상대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팃포탯(Tit-for-Tat)' 전략이 효과적인 이유다. 소통과 신뢰 (Communication & Trust): 딜레마의 근본 원인은 서로 소통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만약 죄수들이 사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침묵하자"고 굳게 약속하고 서로를 믿을 수 있었다면, 최상의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사회적 관계에서도 투명한 소통과 약속은 배신의 유인을 줄이는 핵심 요소다. 강력한 제3자의 개입 (Third-Party Enforcement): 배신자를 처벌하고 협력의 규칙을 강제하는 외부의 힘이 있다면 딜레마는 쉽게 해결된다. 기업들의 가격 담합을 금지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국가 간의 약속을 감시하는 '국제기구'나 '국제법' 등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5.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가치 죄수의 딜레마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던진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개인의 합리성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 오히려 서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사회일수록, 구성원 모두가 손해를 보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결국 이 딜레마를 푸는 열쇠는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자본에 있다. 단기적인 이익을 위한 배신보다 장기적인 협력을 가치 있게 여기고, 소통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며, 규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모일 때, 우리는 비로소 '모두가 패배하는 게임'에서 벗어나 '모두가 승리하는 게임'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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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9-03
  • 북·중·러 정상, 66년만 베이징서 '반서방 연대' 과시
    중국이 3일 현지시간으로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수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성대하게 개최했다. 시 주석을 중심으로 왼쪽에 김 위원장,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이 선 가운데 한국에서는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중러 정상은 탈냉전 이후 처음으로, 옛 소련시절까지 포함하면 1959년 김일성·마오쩌둥·흐루쇼프 회동 이후 66년 만에 함께 톈안먼 망루에 서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는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맞서는 새로운 '반서방 연대'의 결속을 대내외에 천명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분명히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행사는 오전 9시(현지시간) 리창 국무원 총리의 개막 선언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80발의 예포가 하늘을 가르고, '80'이라는 숫자를 형상화한 헬리콥터 편대가 베이징 상공을 수놓는 등 화려한 볼거리가 이어졌습니다. 톈안먼 망루에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왼쪽에 김 위원장, 오른쪽에 푸틴 대통령이 자리해 열병식 내내 함께 행진을 지켜봤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에서 드론 대응에 특화된 방공 시스템, 첨단 무인 잠수함, 스텔스 전투기 등 자체 개발한 최신 무기들을 대거 선보이며 부강해진 군사력을 과시했습니다. 중국 국방부는 열병식에 전시된 모든 무기가 국내에서 생산되어 실전 배치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열병식에는 북·중·러 정상 외에도 이란, 파키스탄, 미얀마 등 26개국 국가 원수와 정부 수뇌가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 러시아와 관계가 가깝거나 서방과 거리를 두는 국가들로,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에서는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해 김 위원장과의 조우 여부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또한 중국 지도부 인사로는 원자바오 전 총리 등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이 참석했으나, 건강이상설이 제기됐던 후진타오 전 주석과 주룽지 전 총리는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언론들은 이번 열병식을 '반미 연대'의 결속을 과시하는 상징적인 이벤트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북미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시점에서 세 정상의 만남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미국 일극 체제를 넘어선 새로운 국제 질서 구축을 강조해 온 시 주석의 발언과 맞물려, 이번 열병식은 중국이 반서방 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행사를 통해 '북·중·러 대 한미일'이라는 새로운 국제 구도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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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2025-09-03
  • 믿음이 현실을 만든다? 피그말리온과 플라시보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단순한 자기계발서의 문구가 아니다. 심리학과 의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믿음'과 '기대'가 인간의 행동과 신체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와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다. 두 효과 모두 긍정적 기대가 긍정적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유사해 보이지만, 그 작동 원리와 조건에서는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1. 피그말리온 효과란 무엇인가? - 긍정적 기대의 나비효과 피그말리온 효과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했다. 키프로스의 왕이자 조각가였던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아름다운 여인상 '갈라테이아'와 사랑에 빠진다. 그의 간절한 사랑에 감동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고, 피그말리온은 살아 움직이는 갈라테이아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이 신화처럼, 타인의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 실제로 그 기대에 부응하는 행동과 결과를 이끌어내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부른다.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한 형태로, 교육학 및 조직 심리학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1968년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 교수와 초등학교 교장이었던 레노어 제이컵슨(Lenore Jacobson)의 유명한 실험을 통해서다. 연구팀은 한 초등학교에서 무작위로 학생 20%를 선발한 뒤, 교사에게 "이 학생들은 지능과 학업 성취 잠재력이 매우 높은 학생들"이라는 거짓 정보를 전달했다. 8개월 후,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명단에 포함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실제로 성적이 큰 폭으로 향상되었던 것이다. 교사들은 잠재력이 높다고 '믿었던' 학생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더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냈고, 더 높은 수준의 질문을 던졌으며, 더 많은 칭찬과 지지를 보냈다. 이러한 긍정적 상호작용이 학생들의 자신감과 학습 동기를 자극했고, 결국 뛰어난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피그말리온 효과가 타인(교사)의 기대가 대상(학생)에게 전달되어 행동 변화를 유발하는 사회적·관계적 메커니즘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2. 플라시보 효과란 무엇인가? - '가짜 약'의 놀라운 힘 플라시보 효과는 의학 분야에서 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아무런 약효 성분이 없는 가짜 약(僞藥, placebo)을 진짜 약이라고 믿고 복용했을 때, 실제로 환자의 증상이 완화되거나 치료되는 효과를 말한다. 라틴어로 '마음에 들도록 하다'라는 뜻을 가진 'placebo'에서 유래했다. 예를 들어, 두통 환자에게 비타민이나 설탕으로 만든 알약을 진통제라고 속여서 투여하면, 상당수의 환자가 실제로 통증이 가라앉는다고 느낀다. 이는 단순히 심리적인 착각을 넘어, 뇌에서 통증을 억제하는 엔도르핀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실제로 분비되는 등 신체적 변화를 동반한다. 플라시보 효과의 핵심은 '자기 자신'의 믿음과 기대다. "이 약이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는 환자 스스로의 강력한 믿음이 뇌의 특정 부위를 활성화시켜 신체에 실질적인 치유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서는 플라시보 효과를 통제하기 위해, 진짜 약을 투여하는 그룹과 가짜 약을 투여하는 그룹을 비교하여 약의 실제 효능을 검증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친다. 이는 플라시보가 개인의 내면적 믿음이 신체 생리 작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생물학적 메커니즘임을 시사한다. 3. 공통점: '기대'와 '믿음'이라는 강력한 엔진 피그말리온 효과와 플라시보 효과의 가장 큰 공통점은 '긍정적 기대'와 '믿음'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피그말리온 효과: 타인이 나에게 거는 '기대'가 나의 잠재력을 깨운다. 플라시보 효과: 나 스스로가 약(혹은 치료법)에 거는 '믿음'이 나의 몸을 치유한다. 두 현상 모두 "그렇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결국 "그렇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자기충족적 예언의 속성을 공유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요인이 측정 가능한 현실의 변화(성적 향상, 증상 완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마음의 힘'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 할 수 있다. 4. 결정적 차이점: 기대의 '주체'와 '대상'은 다르다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두 효과는 그 힘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를 향하는지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기대의 방향성'**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외부에서 내부로' 향한다. 즉, 타인의 기대가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인(對人) 관계적' 현상이다. 반면, 플라시보 효과는 '내부에서 신체로' 향한다. 즉, 자기 자신의 믿음이 자신의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자기(自己) 지향적' 현상이다. 예를 들어, 슬럼프에 빠진 운동선수에게 감독이 "나는 너의 잠재력을 믿는다. 넌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끊임없이 격려하여 선수가 실제로 기량을 회복했다면 이는 피그말리온 효과다. 하지만 그 선수가 "이 목걸이를 하면 힘이 솟는다"고 굳게 믿고 경기장에 나섰을 때 실제로 더 나은 성과를 냈다면, 이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로 볼 수 있다. 결론: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피그말리온 효과와 플라시보 효과는 단순한 심리학 용어를 넘어, 우리의 일상과 관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지혜를 제공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우리에게 타인을 향한 긍정적 시선과 따뜻한 격려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팀을 이끄는 리더라면, 자신의 기대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항상 기억해야 한다. 불신과 비난 대신 믿음과 지지를 보낼 때, 상대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우리에게 타인을 향한 긍정적 시선과 따뜻한 격려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팀을 이끄는 리더라면, 자신의 기대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항상 기억해야 한다. 불신과 비난 대신 믿음과 지지를 보낼 때, 상대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플라시보 효과는 우리 자신을 향한 긍정적 믿음의 힘을 말해준다.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을 때 "나는 할 수 있다"고 믿는 자기 확신, 몸이 아플 때 "곧 나을 것"이라고 믿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실제로 우리의 뇌와 신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결국 두 효과는 서로 다른 길을 통해 '믿음이 현실을 창조한다'는 하나의 진실로 모인다. 타인을 향한 따뜻한 기대를 품고,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키워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심리학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더 나은 나 자신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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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9-02
  • '한복' 민주 vs '상복' 국힘…국회 개회식 복장까지 대치양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일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 각각 한복과 상복을 입고 참석해 극명하게 갈린 정국 인식을 복장으로도 드러냈다.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에 따라 한복을 입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은색 정장에 '근조(謹弔) 의회 민주주의' 리본을 달고 개회식에 참석했다. 본회의장은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은 민주당 의원들과 검은 상복을 입은 국민의힘 의원들로 양분됐다. 협치의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양극화한 여야의 대치 구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평이 나왔다. 민주당과 대조적으로 검은 상복을 착용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본회의장에 나왔다. 최근 자당이 추천한 인권위원 선출안 부결, '방송 3법'과 노란봉투법 처리 등에 항의하는 뜻을 내보이고자 상복을 입기로 했다. 우 의장의 개회사 이후 대정부질문 관련 국무총리·국무위원 및 정부위원 출석요구 안건 등이 상정된 후 본회의가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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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9-01
  • '차이리(彩礼)', 중국 청년들을 결혼 앞에서 울리는 '하늘 높은' 신붓값
    "차와 집은 기본이고, 차이리(彩礼) 18만 8천 위안(약 3,500만 원), 그리고 '삼금(三金)'까지… 아들 장가보내려다 집안 기둥뿌리가 뽑히게 생겼습니다." 최근 중국의 한 농촌 지역에 사는 50대 부모가 언론에 토로한 한탄이다. 아들의 결혼을 위해 평생 모은 돈을 털고도 모자라 '차이리 대출'까지 알아보고 있다는 이들의 이야기는, 비단 이 가족만의 특별한 사연이 아니다. 지금 중국 대륙에서는 '차이리'라 불리는 결혼 지참금 관습이 수많은 청년과 그 부모들을 깊은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본래 신부를 키워준 처가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던 아름다운 전통이, 이제는 결혼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자 사회적 문제로 변질된 것이다. 오늘일보에서는 중국 청년들의 가장 큰 현실적 고민이 된 차이리 현상을 통해, 급변하는 중국 사회의 명암을 들여다본다. 차이리의 역사는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중국에서는 신랑 측이 신부 측에 비단, 가축, 예물 등을 보내 정혼의 신표로 삼고, 귀한 딸을 내어주는 것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이는 신랑의 경제적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딸이 시집가서 고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중요한 의식이었다. 즉, 그 시작은 '거래'가 아닌 '정성과 예의'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에서 차이리의 의미는 완전히 변질되었다. 특히 일부 농촌 지역과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차이리 액수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하늘 높은 가격의 차이리'라는 뜻의 '톈자차이리(天价彩礼)'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지역에 따라 편차는 크지만, 허난성, 장시성 등 일부 지역에서는 우리 돈으로 1억 원에 달하는 차이리를 요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평균적으로 작게는 3천만원부터 많겠는 4억원까지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도시의 아파트, 자동차, 그리고 '삼금(三金)'이라 불리는 금목걸이, 금팔찌, 금반지 세트는 별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 한 번에 30년 가난이 시작된다(婚一次, 穷三十年)"는 자조 섞인 말이 유행할 정도다. 아름다운 전통이 어떻게 젊은 세대를 짓누르는 괴물이 되었을까?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구조적 원인을 지목한다. 첫 번째는 심각한 성비 불균형이다. 1979년부터 30년 넘게 이어진 '한 자녀 정책'과 남아선호사상이 결합하면서,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남초 현상이 심각한 나라가 되었다. 현재 중국의 미혼 남성은 미혼 여성보다 약 3,000만 명 이상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신붓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신부 측의 협상력을 극단적으로 높여 차이리 액수를 끌어올리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 특유의 '체면(面子, 몐쯔) 문화'와 과시적 소비 풍조다. "내 딸이 남의 딸보다 못한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신부 측 부모의 체면과, "이 정도는 해줄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신랑 측의 체면이 맞물리면서 차이리 경쟁에 불이 붙었다. 여기에 SNS의 발달로 남들의 결혼 준비 과정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비교 심리'가 더해져 차이리의 인플레이션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랑보다 돈? 결혼을 막는 사회 문제로 과도한 차이리는 수많은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이 결혼 자체를 기피하거나 포기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천문학적인 차이리를 감당할 수 없어 결혼을 미루거나 결국 헤어지는 커플들이 속출하고 있다. 결혼 과정이 신랑 측과 신부 측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차이리 액수를 흥정하는 과정에서 양가의 자존심 대결로 비화되어 결국 파혼에 이르고, 결혼 후에도 시댁이 무리해서 마련한 차이리 때문에 부부 관계가 삐걱거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결혼은 사랑이 아닌 조건과 돈의 결합'이라는 냉소적인 인식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중앙정부는 수년 전부터 '결혼 풍속 개혁'을 외치며 과도한 차이리와 사치스러운 결혼 문화를 '사회적 병폐'로 규정하고, 각 지방 정부에 이를 개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일부 지방에서는 '차이리 상한액'을 권고하거나, 간소한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에게 보조금을 주는 등의 정책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수천 년간 이어진 관습이자, 지극히 사적인 가족 간의 약속을 정부가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실효성은 미미하다는 비판이 많다. 중국의 차이리 문제는 비단 강 건너 불구경만은 아니다. 한국 사회 역시 예물과 예단, 집 장만 문제 등 결혼을 둘러싼 경제적 부담과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혼이 당사자들의 사랑만으로는 완성되기 어려운 현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 세대의 경제력과 체면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차이리 현상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룬 사회가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욕망 사이에서 어떤 혼란을 겪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가족을 중시하는 전통이, 체면과 과시욕이라는 현대적 욕망과 만나 기형적으로 변질된 것이다. '얼마짜리' 차이리가 오갔는지가 한 사람의 가치를 대변하는 척도가 되어버린 현실. 이는 우리에게 '결혼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한번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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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만사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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