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伊 '일대일로 탈퇴' 통보에 中 "가장 환영받는 협력…먹칠 반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7일(현지시간)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이날 밀라노 외곽 피에라 전시장에서 열린 무역 박람회를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일대일로 탈퇴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우리는 중국과의 무역·경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크로드 사업은 기대했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 3일 중국에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한다는 결정을 공식 통보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이후 멜로니 총리가 이 문제에 대해 공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아시아와 유럽·아프리카를 육상철도와 해상(항구)으로 연결해 거대한 경제권을 만든다는 구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으로 2013년 제안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이탈리아는 2019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반발에도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유일하게 참여했으나 지난해 10월 취임한 멜로니 총리가 이를 비판하며 탈퇴를 시사해 왔다. 참가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기대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서 돌아선 배경에는 경제적 이유가 꼽힌다.
이탈리아의 대중국 수출액은 2019년 130억유로(약 18조5천억원)에서 지난해 164억유로(23조3천억원)로 소폭 느는 데 그쳤다. 반면 중국의 대이탈리아 수출액은 같은 기간 317억유로(약 45조원)에서 575억유로(약 81조8천억원)로 크게 증가했다.
일대일로에 불참한 프랑스와 독일의 대중국 수출액이 지난해 각각 230억 유로(약 32조7천억원), 1천70억 유로(약 152조2천억원)를 기록하는 등 이탈리아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회의론은 더욱 커졌다.
더군다나 일대일로 참여 개발도상국 상당수가 '채무의 덫'에 빠졌다는 비판과 미국 견제까지 더해지면서 이탈리아 입장에선 일대일로로 얻을 것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서방의 노력을 계속 외면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탈퇴 통보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대일로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환영받는 국제 협력 플랫폼"이라며 "중국은 일대일로 협력 공동 건설을 먹칠·파괴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하고 진영 대결과 분열 조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2019년 주세페 콘테 총리 시절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이탈리아는 올해 말까지 협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사업 참여 기간이 5년간 자동으로 연장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