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깜짝 개방' 틈타 오데사호 출항... HD현대오일뱅크 원유 수급 '숨통'
- 3월 '이글 밸로어호' 이후 두 달 만의 입항, 에너지 안보 불확실성 속 '천금' 같은 물량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봉쇄됐던 호르무즈 해협을 극적으로 빠져나온 원유운반선이 국내에 입항한다. 20일 정유업계 및 관련 부처에 따르면, 1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적재한 수에즈막스급(Suezmax) 유조선 '오데사호'가 오는 5월 8일 충남 대산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3월 20일 '이글 밸로어호' 입항 이후 두 달 만에 재개되는 호르무즈발 원유 공급이다.
이란 군부 '일시 개방' 틈탄 긴박한 탈출
오데사호는 이란이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합의에 맞춰 지난 17일 호르무즈 해협을 잠시 개방한 사이 현장을 빠져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해협 인근은 재봉쇄를 예고한 이란 군부의 경계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으나, 오데사호는 개방 직후 전속력으로 공해상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실제로 이란 군부는 오데사호가 빠져나온 지 하루 만인 18일, 해협을 다시 전면 봉쇄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협 내에 묶여있던 선박 중 기회를 포착한 극소수의 선박만이 통과에 성공했다"며 "현재 해협은 다시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 상태"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HD현대오일뱅크 직도입 물량... 긴급 도입분과는 별개
이번에 입항하는 원유 100만 배럴은 HD현대오일뱅크가 기존 계약에 따라 도입하는 물량이다. 이는 정부 특사단이 중동 산유국과의 협상을 통해 확보한 '긴급 도입 물량'과는 별개의 민간 계약분으로 확인됐다.
100만 배럴은 국내 일일 원유 소비량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로, 전쟁 장기화로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던 국내 정유업계에는 가뭄의 단비가 될 전망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오데사호가 도착하는 즉시 대산 공장에 원유를 하역하고 정제 공정에 투입할 방침이다.
전쟁 발발 후 두 번째 '생존 선박' 기록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국내에 들어오는 선박은 지난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사례인 '이글 밸로어호'는 전쟁 시작 당일 해협을 통과하고 있던 중 전력을 다해 봉쇄망을 벗어나 지난 3월 20일 대산항에 도착한 바 있다.
오데사호 역시 이글 밸로어호와 동일한 목적지인 대산항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선박 모두 최악의 물류 고립 상황에서 한국 에너지 안보의 '생명선'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오데사호의 입항이 국내 원유 수급 불안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호르무즈 해협의 재봉쇄가 단 하루 만에 이뤄졌다는 점은 중동 정세의 휘발성이 극도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데사호와 같은 극적인 사례에 의존하기보다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라인이나 아랍에미리트(UAE) 육상 파이프라인을 활용한 대체 공급망 확보가 시급하다."고 얘기했다.
정부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대비해 비축유 방출 검토 및 산유국과의 직접 협상을 통한 우회로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데사호는 현재 인도양을 지나 순항 중이며, 기상 상황에 큰 변수가 없는 한 예정된 날짜에 입항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