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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내면의 알을 깨고 나오는 고통, 그 찬란한 자기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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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문학의 거성 헤르만 헤세가 제1차 세계대전의 참화 속에서 자신의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써 내려간 기록이자, 전 세계 청춘들의 영원한 '성장 바이블'로 불리는 소설, <데미안(Demian)>.
내면의 가장 깊숙한 곳, 알을 깨고 나오는 고통과 그 너머의 빛에 대해 이야기.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가 시대의 격랑에 휩쓸린 개인의 실존과 사랑을 장대한 서사시로 그려냈다면, <데미안>은 한 인간의 내면이라는 현미경적 우주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쟁과 평화를 다룬다.
에밀 싱클레어라는 소년이 '두 세계' 사이의 혼란을 딛고 자신의 운명을 찾아가는 여정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묵직한 울림을 준다.
1. 평화로운 낙원의 균열 : '두 세계'의 충돌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유년 시절 느꼈던 두 개의 세계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하나는 부모님의 보호 아래 있는 밝고, 깨끗하고, 도덕적인 '빛의 세계'다. 다른 하나는 하녀들의 무서운 이야기, 술집의 소음, 부랑자들의 거친 삶이 존재하는 어둡고 신비로우며 유혹적인 '어둠의 세계'이다.
싱클레어는 빛의 세계에 속해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담장 너머의 어둠이 주는 생동감에 묘한 동경을 품는다.
이 균열은 아주 사소한 거짓말에서 시작된다. 동네의 거친 소년 프란츠 크로머에게 잘 보이고 싶어 지어낸 "이웃집 과수원에서 사과를 훔쳤다"는 거짓말은 싱클레어의 평온했던 낙원을 순식간에 무너뜨린다.
크로머는 이 거짓말을 빌미로 싱클레어를 협박하고 갈취하기 시작한다.
빛의 세계를 대표하던 모범생 싱클레어는 이제 어둠의 세계의 포로가 되어 밤마다 악몽을 꾸고 부모님의 눈을 피한다.
이는 단순한 소년의 비행이 아니라, 인간이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에 처음으로 의문을 던지고 기성 가치관에서 분리되는 '실존적 고통'의 시작을 상징한다.
2. 구원자 혹은 유혹자 : 막스 데미안의 등장
절망의 늪에 빠진 싱클레어 앞에 나타난 인물이 바로 막스 데미안이다. 그는 또래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성숙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전학생이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고통을 꿰뚫어 보고, 크로머로부터 그를 해방해 준다. 하지만 데미안이 준 것은 단순한 물리적 자유가 아니었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성경 속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전혀 다르게 해석해 들려준다. 카인은 살인자가 아니라, 남들보다 강하고 지적인 '표적'을 가진 자였으며, 약한 자들이 그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카인을 악으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이 파격적인 해석은 싱클레어가 믿어왔던 '빛의 세계'의 질서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묻는다. "우리가 보는 사물들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과 똑같아. 네가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너는 그의 모습 속에 담긴 네 자신의 무언가를 미워하는 거야."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스승이자 친구이며, 동시에 자아의 거울과 같은 존재로 각인된다.
3. 알을 깨는 투쟁 : 아프락사스를 향한 비상
청년이 된 싱클레어는 신학적 고민과 내면의 고독 속에서 방황한다.
그는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를 만나 음악과 신비주의를 접하고, 자신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본능과 이상 사이의 갈등을 목격한다. 이때 싱클레어는 자신의 꿈속에 나타난 매(Mee) 그림을 그려 데미안에게 보낸다.
얼마 후, 데미안으로부터 쪽지 한 장이 도착한다.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이자 인문학적 성찰의 정수가 담긴 문장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여기서 '아프락사스'는 선과 악,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동시에 지닌 신성이다.
인간의 본성은 단순히 선하거나 악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거대한 카오스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아프락사스를 숭배한다는 것은, 내 안의 어두운 욕망조차 '나'의 일부로 인정하고 그것을 창조적 에너지로 승화시키겠다는 실존적 결단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이 문장에서 '알'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주입받은 사회적 규범, 부모의 기대, 그리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적인 도덕률을 의미한다.
많은 이들이 알 속의 따뜻함과 안전함에 안주한다. 하지만 알을 깨지 못한 새는 결국 그 안에서 죽고 만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자신의 어두운 면(그림자)을 억압하기만 하는 사람은 신경증에 걸리거나 타인을 증오하는 방식으로 그 억압을 표출하게 된다.
싱클레어는 이제 부모님이 만든 세계, 사회가 강요하는 도덕이라는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 운명에 직면한다.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은 결국 익숙하고 안전한 세계를 파괴하는 아픔을 수반한다는 통찰이다.
4. 에바 부인과 운명의 합일
싱클레어의 성장은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을 만나며 완성 단계에 접어든다. 에바 부인은 지상에 존재하는 여성이자 동시에 성스러운 어머니, 그리고 연인이라는 복합적인 상징을 지닌 존재이다. 그녀는 싱클레어가 오랫동안 찾아 헤맨 영혼의 안식처이자, 그가 도달해야 할 궁극적인 자아의 원형(Archetype)이다.
에바 부인 곁에서 싱클레어는 비로소 자신의 '표적'을 받아들인다. 그것은 남들과 다르게 살아가야 하는 운명, 즉 대중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오직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의 숙명이다. 하지만 평화로운 명상의 시간도 잠시, 유럽에는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광풍이 불어닥친다.
싱클레어가 에바 부인(데미안의 어머니)을 연모하면서 동시에 신성함을 느끼는 감정의 혼란은, 바로 아프락사스로 향하는 과정에서 겪는 필수적인 진통이다. 내 안의 '악' 혹은 '본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직시하고 내 존재의 용광로 속에서 녹여낼 때, 우리는 비로소 알을 깨고 나와 아프락사스의 광활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5. 전쟁의 참화 속에서 마주한 '나'
전쟁은 개인의 내면적 투쟁이 외부 세계의 파괴적 에너지와 충돌하는 사건이다. 싱클레어와 데미안은 모두 전선으로 나간다. 수많은 이들이 국가와 민족이라는 명분 아래 죽어가는 전장에서, 싱클레어는 부상을 입고 쓰러진다.
어두운 야전 병원, 옆 침상에는 데미안이 누워 있다. 죽음을 앞둔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어린 싱클레어, 내 말을 잘 들어. 나는 떠나야 해. 언젠가 네가 나를 다시 필요로 할 때, 그때는 예전처럼 말을 타고 오거나 기차를 타고 오지 않을 거야. 너는 네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 그러면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남기고 사라진다. 다음 날 아침 깨어난 싱클레어는 거울 속에서 자신을 본다. 그곳에는 더 이상 유약한 소년 싱클레어가 아닌, 자신의 친구이자 스승이며 운명 그 자체인 '데미안'과 닮아 있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마침내 싱클레어는 타인의 도움 없이도 자기 내면의 진실과 대면할 수 있는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마침내 도달한 '나'라는 문장
현대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빛'만을 강조한다. SNS에는 행복하고 화려한 모습만이 전시되고, 우리는 끊임없이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날카로워진다.
헤세가 <데미안>을 통해 우리에게 건네는 제언은 명확하다. "당신을 괴롭히는 그 어두운 생각과 불안을 외면하지 마라. 그것이 바로 당신이 깨야 할 알의 껍질이며, 당신의 이마에 새겨진 카인의 표적이다."
자신의 어둠을 인정하는 사람은 타인을 쉽게 정죄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내면에 악마가 살고 있음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자비와 사랑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프락사스는 우리에게 "온전한 인간이 되라(Be whole, not perfect)"고 속삭입니다.
완벽해지려 애쓰기보다, 자신의 모든 파편을 끌어안아 하나의 완전한 원을 그리라는 뜻입니다.
<데미안>은 단순히 성장기 소년의 방황을 그린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개성화(Individuation)'라는 심리학적 과정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걸작이다.
헤르만 헤세는 칼 융의 심리학을 빌려, 인간이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그림자(Shadow)를 외면하지 말고 그것을 통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금 당신의 마음속에는 어떤 새가 꿈틀거리고 있습니까? 혹시 당신도 크로머와 같은 두려움에 떨거나, 데미안과 같은 해방자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습니까? 기억하십시오. 결국 당신을 구원할 유일한 존재는 당신 내면에 이미 깃들어 있는 '데미안'입니다.
거울을 보십시오. 그 안에서 당신의 '표적'을 확인하는 순간, 당신의 새로운 세계는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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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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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쇼트트랙 3,000m 계주 8년 만의 금빛 탈환, 이탈리아·캐나다 꺾고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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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8년 만에 세계 최강의 자리를 되찾았다.
끈질긴 추격과 완벽한 호흡으로 일궈낸 역전승이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최민정·김길리·심석희·노도희·이소연)은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 04초 014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8년 평창 대회 이후 8년 만의 금메달 탈환이자, 이번 대회 대한민국 쇼트트랙 종목 첫 금메달이다.
레이스 중반 돌발 위기…넘어질 뻔한 최민정의 평정심
경기 초반 흐름은 순탄치 않았다.
1번 주자로 나선 최민정이 초반 선두권을 유지했으나, 결승선 16바퀴를 남기고 위기가 찾아왔다.
2위로 달리던 네덜란드 선수가 코너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뒤따르던 최민정과 접촉이 발생했다.
최민정은 순간적으로 휘청였으나 끝까지 균형을 유지하며 레이스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와 캐나다에 선두 자리를 내주며 3위까지 밀려났다.
선두 그룹과의 격차가 벌어지며 금메달 전선에 먹구름이 끼는 듯했다.
‘심석희 푸시-김길리 추월’…정교한 전술의 승리
반전은 결승선 4바퀴를 남기고 시작됐다. 힘이 강점인 심석희가 4번 주자로서 최민정을 강력하게 밀어주며 가속을 붙였고, 최민정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캐나다를 제치며 2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에이스’ 김길리는 2바퀴를 남기고 승부수를 던졌다. 직선 주로에서 인코스를 파고든 김길리는 개최국 이탈리아의 전설 아리아나 폰타나를 제치고 선두를 탈환했다.
마지막 바퀴까지 폰타나의 거센 추격을 뿌리친 김길리는 0.093초 차이로 금빛 질주를 마무리했다.
최민정, 한국 올림픽 역사를 새로 쓰다
이번 금메달로 최민정은 개인 통산 6번째 올림픽 메달을 확보했다.
이로써 최민정은 사격 진종오, 양궁 김수녕,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과 함께 동·하계 올림픽 한국인 최다 메달 타이기록을 세웠다.
또한 준결승에 출전해 결승 진출에 기여한 이소연(32)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을 누렸다. 경기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선수들은 “서로를 믿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빙상계 관계자들은 이번 우승의 핵심을 '신구 조화'와 '전술적 유연성'으로 꼽았다. 김택수 선수촌장은 "과거의 갈등을 딛고 심석희가 밀고 최민정이 나가는 전술을 완벽히 소화한 것이 승부처였다"며 "가장 힘이 좋은 선수를 후반 배치해 가속도를 극대화한 벤치의 판단이 적중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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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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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평양 5만 세대 주택 건설 ‘완수’… 김주애, 주민 밀착 행보로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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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5년간 정권의 최중대 과업으로 추진해온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주택) 건설 사업을 최종 마무리했다. 16일 열린 준공식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동행했으며, 특히 주애가 일반 주민들을 직접 껴안는 등 이례적인 밀착 행보를 보여 9차 당대회를 앞둔 후계 구도 공식화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화성지구 4단계 준공으로 ‘5년 대계’ 마침표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16일) 평양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준공은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매년 1만 세대, 5년간 총 5만 세대 건설' 계획의 최종 결과물이다.
북한 측은 이번 준공을 포함해 지난 5년간 송신·송화지구와 화성지구 1~4단계를 통해 총 6만 세대에 가까운 주택을 건설하며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준공식 테이프를 끊은 뒤 "인민이 바라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기어이 해야 한다"며 민생 성과를 강조했다.
김주애, 주민과 포옹하며 '인민의 지도자' 이미지 연출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딸 주애의 파격적인 행보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주애는 새로 입주한 평양 시민들과 직접 스킨십을 나누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례적 스킨십 : 고위 간부들과의 도열에서 벗어나 일반 주민, 특히 어린아이와 노인들을 껴안는 모습이 비중 있게 보도됐다.
현장 시찰 동행 : 주애는 단지 내 편의시설인 컴퓨터 오락관과 반려동물 병원 등을 부친과 함께 둘러보며 정책 결정 과정에 관여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주애가 단순한 동행자를 넘어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백두혈통의 '친인민적'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9차 당대회 앞둔 결속… 후계 구도 강화 포석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가 이달 하순 예정된 노동당 제9차 대회를 앞두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축제 분위기 조성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주애의 위상이 강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북한 매체가 주애에 대해 사용하는 호칭과 보도 비중을 토대로 후계자 지정 가능성을 정밀 분석 중이다. 최근 국가정보원은 주애가 일부 시책에 의견을 내는 등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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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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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안락을 버리고 광기 어린 예술을 선택한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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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의 걸작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 그리고 그의 실제 모델인 화가 폴 고갱.
6펜스'가 발밑에 떨어진 세속적인 가치와 동전이라면, '달'은 머리 위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도달할 수 없는 이상과 예술을 뜻한다.
발밑에 떨어진 구리 동전(6펜스, 세속적 가치)을 줍는 대신, 머리 위에서 빛나는 가닿을 수 없는 이상(달, 예술)을 향해 모든 것을 던진 그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자.
소설 속 스트릭랜드의 삶을 이해하려면, 먼저 실제 인물인 폴 고갱(Paul Gauguin)의 삶을 들여다봐야 해.
고갱은 처음부터 화가였던 건 아니었어.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아주 잘나가는 주식 중개인이었지. 덴마크 출신의 아내와 다섯 아이를 둔, 전형적인 중산층의 안락한 삶을 살고 있었어.
하지만 그의 마음속엔 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지. 서른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그는 돌연 결단을 내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마저 뒤로한 채 전업 화가의 길로 들어선 거야.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어. 파리 예술계는 그의 거친 화풍을 외면했고, 그는 극심한 가난과 질병에 시달려야 했지.
결국 그는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곳을 찾아 타히티 섬으로 떠나게 돼. 그곳에서 그는 원시적인 생명력에 매료되었고, 우리가 잘 아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같은 위대한 걸작들을 남기게 되지. 하지만 그 끝은 비극적이었어. 가난과 성병(매독), 그리고 고독 속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거든.
1. 평범함이라는 가면을 벗어던지다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런던의 평범하고도 성공한 주식 중개인이었어. 자상한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 그리고 안정적인 수입까지. 누가 봐도 완벽한 '6펜스'의 삶을 살고 있었지.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아무런 예고 없이 편지 한 장만 남기고 파리로 떠나버려. 사람들은 당연히 '젊은 여자와 눈이 맞았겠지'라며 수군거렸어.
하지만 그를 찾아 파리의 허름한 여인숙에 당착한 화자(나)가 본 풍경은 충격적이었어. 여자는커녕, 그는 다 쓰러져가는 방에서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오직 그림만을 그리고 있었거든.
왜 안정된 삶을 버렸냐는 질문에 그는 무심하게 대답해. "나는 그려야만 한다고 했소. 그리지 않고는 못 견디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이 헤엄을 잘 치든 못 치든 우선 살고 봐야 하는 것과 같단 말이오."
2. 도덕을 비웃는 예술의 광기
그의 예술은 고귀함과는 거리가 멀었어. 오히려 비정하고 잔인했지. 파리에서 만난 마음씨 착한 화가 스트로브는 스트릭랜드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병든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간호해 줘.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은인의 아내인 블랑슈를 유혹하고, 결국 그녀를 자살로 몰아넣으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
이 대목에서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가 떠오르지 않니? 히스클리프의 광기가 '사랑'이라는 집착에서 왔다면, 스트릭랜드의 광기는 '예술'이라는 악마에게 영혼을 저당 잡힌 데서 왔어. 그는 인간적인 정이나 사회적 윤리 따위는 예술이라는 거대한 목적을 위해 기꺼이 땔감으로 써버리는 인물이었지.
3. 타히티, 에덴동산에서 피어난 원시의 걸작
파리조차 좁았던 그는 결국 문명의 끝, 남태평양의 타히티 섬으로 떠나. 그곳에서 그는 원주민 여인 '아타'를 만나 비로소 안식을 찾지. 하지만 그 안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 아니었어. 그는 문명의 때를 벗겨내고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자연의 신비를 캔버스에 담기 위해 스스로를 고립시켜.
마치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노인이 거대한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듯, 스트릭랜드 역시 나병(한센병)이라는 끔찍한 병마와 싸우며 생애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워. 눈이 멀어가는 순간에도 그는 자기 집 벽면에 거대한 벽화를 그려내지. 그것은 인간이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신의 영역에 닿은 듯한 압도적인 걸작이었어.
4. 불꽃이 되어 사라진 위대한 유산
하지만 그는 죽기 직전, 아타에게 유언을 남겨. 자신이 죽으면 그 벽화를 포함한 모든 그림을 불태워달라고 말이야. 그는 세상의 인정이나 명성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어. 그에게 중요한 건 오직 '표현하는 행위' 그 자체였던 거지. 결국 그 위대한 걸작은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그는 황무지 같은 인생을 마감해.
마음을 울리는 찰나들
"나는 그려야만 하오" : 세속적인 이유가 아닌, 생존을 위한 본능으로 예술을 선택한 그의 고백. 이것은 <노인과 바다>의 노인이 바다로 나가는 것과 같은 숙명적인 비장미를 느끼게 해.
나병 속에서 핀 벽화 : 육체가 썩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눈이 먼 채 손끝의 감각으로 그려낸 타히티의 벽화. 인간의 정신력이 육체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는지 보여주는 경이로운 순간이지.
모든 것을 불태운 마지막 : 자신의 역작을 세상에 남기지 않고 태워버린 행위. 이는 예술이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이었음을 증명하는 가장 고독하고도 멋진 마무리야.
소설 속 스트릭랜드 vs 실제 폴 고갱
서머싯 몸은 고갱의 삶을 상당 부분 가져왔지만, 소설적 극적 효과를 위해 몇 가지 변주를 주었어.
가족에 대한 태도 : 실제 고갱은 가족과 완전히 절연한 것은 아니었어. 아내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을 표하기도 했지. 하지만 소설 속 스트릭랜드는 가족을 마치 '남의 일'처럼 완전히 지워버리는 훨씬 더 비정한 인물로 묘사돼.
예술적 동기 : 고갱은 어느 정도 명성과 인정을 갈구했던 화가였지만, 스트릭랜드는 타인의 시선이나 명예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어. 오직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 그 자체에만 매몰된 순수한 광기의 결정체로 그려지지.
죽음의 미학 : 고갱은 타히티에서 고독하게 죽었지만, 스트릭랜드처럼 자신의 유작을 불태우라고 명령하진 않았어. 서머싯 몸은 스트릭랜드가 자신의 벽화를 불태우게 함으로써, 예술이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작가 내면의 완성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지.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걷고 있나요?
이 작품은 우리에게 아주 불편한 질문을 던져. "예술을 위해 도덕을 버려도 되는가?" 사실 스트릭랜드는 현실 세계에 있다면 절대 친구가 되고 싶지 않은 나쁜 놈이야. 하지만 우리는 그를 미워하면서도 묘하게 매료되지. 왜일까?
하지만 서머싯 몸은 그의 비정함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가 추구했던 그 '무언가'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 보여줘. <노인과 바다>에서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라고 외쳤던 것처럼, 스트릭랜드 역시 사회적 인간으로서는 패배했을지언정 한 영혼의 주체로서는 완벽한 승리를 거둔 셈이지.
그는 6펜스(현실)에 고개를 숙이고 사는 우리에게, 가끔은 고개를 들어 달(이상)을 바라보라고 웅변하고 있어. 그 과정이 비록 고통스럽고 파괴적일지라도 그것이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길이라고 말이야.
네 마음속 '달'은 안녕하니?
너도 가끔은 모든 걸 다 팽개치고 오직 내가 하고 싶은 일에만 미쳐보고 싶을 때가 있지?
스트릭랜드처럼 모든 걸 버리고 떠날 수는 없겠지만, 가끔은 그가 보여준 그 뜨거운 열정을 떠올려 봐.
오늘 밤,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봐. "내 주머니 속엔 6펜스만 들어있는 건 아닐까? 내가 잊고 지낸 '달'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창가에 비친 달빛을 보며 네 마음속 깊이 숨겨둔 작은 꿈 하나를 꺼내어 보길 바랄게.
"발밑의 동전을 줍겠니, 아니면 저 먼 달을 보며 걷겠니?
네가 발밑의 동전을 줍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달은 항상 너를 비추고 있다는 걸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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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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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3만 명 시대, 총수입 2.4조 원 돌파… 평균 연봉 7,1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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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를 포함한 1인 미디어 창작자 시장이 연간 수입 2조 4,000억 원을 넘어서며 거대 산업군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상위 1%가 전체 수익의 상당 부분을 독식하는 등 소득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2024년 귀속분 1인 미디어 창작자 수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유튜버는 3만 4,806명이며 이들의 총 수입금액은 2조 4,714억 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수입 4년 새 25.6% 급증… 40대가 최고 소득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유튜버 1인당 평균 수입은 약 7,100만 원 수준이다. 이는 2020년(5,651만 원)과 비교해 4년 만에 25.6% 증가한 수치다.
신고 인원 또한 2020년 9,449명에서 2024년 3만 명대로 올라서며 4년 사이 3.6배가량 폭증했다.
연령별로는 30대와 40대가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30대 유튜버(1만 5,668명)의 총수입은 1조 2,471억 원으로 전체 수입의 절반을 차지했다.
1인당 평균 수입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40대(8,675만 원)였으며, 30대(7,960만 원), 29세 이하(5,435만 원)가 뒤를 이었다.
상위 1% ‘초격차’… 1인당 평균 13억 원 육박
전체적인 시장 규모는 커졌으나 소득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다. 2024년 신고분 기준 상위 1%에 해당하는 348명의 총 수입은 4,501억 원에 달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수입은 12억 9,339만 원으로, 2020년(7억 8,085만 원) 대비 약 70% 가까이 급등했다.
반면 하위 50%인 1만 7,404명의 총수입은 4,286억 원으로, 1인당 평균 수입은 2,463만 원에 그쳤다. 상위 1%와 하위 50%의 평균 수입 격차는 약 52배에 달해, 콘텐츠 시장 내에서도 이른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과열된 수익 경쟁과 과세 사각지대
일각에서는 유튜버들의 수익 구조가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당시 정치 관련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방송으로 수익 경쟁에 열을 올리면서 적정 과세 여부가 사회적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박성훈 의원은 "1인 미디어 창작자들의 수입이 급증하며 산업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수익 은닉이나 탈세 행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자극적인 유해 콘텐츠를 통한 수익 창출에 대해서도 선제적인 관리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 1인 미디어 창작자 신고 기준
본 통계는 주업종 코드를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 또는 '미디어 콘텐츠 창작업'으로 등록하고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함. 법인 사업자 및 코드 미등록 창작자는 제외된 수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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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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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황량한 들판에 휘몰아치는 지독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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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문학사상 가장 강렬하고도 기괴한, 그래서 더 아름다운 에밀리 브론테의 걸작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1847년에 쓰인 이 소설. 그 거친 바람 속으로 들어가 보자.
바람이 머무는 곳, '워더링 하이츠'의 고독
이 작품의 제목인 '워더링 하이츠'는 영국 요크셔의 거친 황무지 꼭대기에 세워진 저택 이름이야. '워더링(Wuthering)'은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때 나는 소리를 뜻하는 방언이지.
일 년 내내 안개가 자욱하고, 휘어진 나무들이 비바람에 몸을 맡기는 이곳은 단순히 배경이 아니야. 주인공들의 가공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상징하지. 문명화된 사회의 예절이나 도덕이 끼어들 틈이 없는, 오직 본능과 열망만이 숨 쉬는 고립된 성소와도 같은 곳이야.
황무지에 새겨진 핏빛 각인,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한 두 영혼의 대서사시
1. 이방인의 침입과 운명적 얽힘 (어린 시절)
요크셔의 황량한 들판 위,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 언쇼 씨는 리버풀 거리에서 죽어가던 부랑아 소년 한 명을 데려와. 검은 머리에 거친 피부를 가진 이 소년에게는 죽은 아들의 이름인 '히스클리프'가 주어지지. 하지만 이 소년의 존재는 저택의 평화를 뒤흔드는 폭풍의 눈이었어.
아들 힌들리는 아버지의 사랑을 뺏어간 히스클리프를 짐승처럼 증오하며 학대하기 시작해.
하지만 딸 캐서린만은 달랐어. 두 아이는 손을 맞잡고 안개가 자욱한 황무지를 누비며 세상에 단둘뿐인 것처럼 서로에게 탐닉해. "너와 나는 같은 흙으로 빚어졌다"고 믿었던 그 시절, 히스클리프에게 캐서린은 유일한 구원이었고, 캐서린에게 히스클리프는 거친 본능 그 자체였어.
하지만 아버지가 죽고 힌들리가 가장이 되자, 히스클리프는 하인보다 못한 처지로 전락하며 매질과 모욕 속에 어둠을 키워가게 돼.
2. 엇갈린 선택과 배신의 밤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날, 이들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사건이 터져. 우연히 부유하고 우아한 저택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를 엿보게 된 캐서린은 그곳의 도련님 에드거 린턴의 친절과 세련된 문명에 매료되고 말아. 진흙투성이에 무식한 히스클리프와 달리, 비단옷을 입고 시를 읊는 에드거는 캐서린에게 동경의 대상이었지.
결국 캐서린은 하녀 넬리에게 속마음을 털어놔. "히스클리프와 결혼하는 건 내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이야. 그래서 난 에드거와 결혼할 거야." 문밖에서 이 말을 훔쳐 듣던 히스클리프는 뒤이어 나온 "하지만 내 영혼이 히스클리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라는 고백은 듣지 못한 채, 피눈물을 흘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려.
그날 밤, 워더링 하이츠에는 지붕이 날아갈 듯한 폭풍우가 몰아치지. 마치 그의 찢겨나간 심장 소리처럼 말이야.
3. 복수의 화신으로 돌아온 히스클리프
3년 뒤, 행방불명되었던 히스클리프가 막대한 부를 쌓은 신사가 되어 돌아와. 하지만 그의 가슴 속엔 사랑 대신 검은 복수심만이 가득했지.
그는 도박으로 타락한 힌들리를 빚더미에 앉혀 워더링 하이츠를 통째로 뺏어버리고, 자신을 무시했던 이들에게 차례로 칼을 겨눠. 심지어 에드거의 여동생 이사벨라를 유혹해 결혼한 뒤, 그녀를 지옥 같은 삶으로 몰아넣으며 린턴 가문을 무너뜨리려 해.
캐서린은 에드거의 아내가 되어 평온한 삶을 사는 듯했지만, 히스클리프의 등장은 그녀의 잠들었던 야성을 깨워버려.
두 사람은 재회하자마자 서로를 할퀴고 비난하면서도,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고통스러운 애증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왜 나를 배신했어? 내 심장을 찢어놓고 어떻게 숨을 쉬고 있었냐"는 히스클리프의 절규 앞에 캐서린은 서서히 미쳐가며 병들어 누워버리고 말지.
4. 죽음을 넘어서는 광기, 그리고 영원한 합일
캐서린의 죽음이 임박한 순간, 히스클리프는 에드거의 눈을 피해 그녀의 침실로 숨어들어. 두 사람은 마지막 포옹을 나누며 서로를 저주하고 축복해.
캐서린이 숨을 거두자 히스클리프는 벽에 머리를 찧으며 울부짖어. "나를 이 지옥에 혼자 두지 마! 유령이 되어 나를 미치게 해도 좋으니 제발 내 곁을 떠나지 마! 너 없는 세상에서 나는 살 수가 없어!"
그로부터 20년, 히스클리프는 살아있는 시체가 되어 복수의 남은 과업들을 완수해 가. 복수는 완성되었지만 그의 영혼은 단 한 순간도 평안하지 못했고 그의 시선은 늘 캐서린의 유령이 떠도는 황무지 너머를 향해 있었어.
마침내 그는 캐서린의 무덤을 파헤쳐 그녀의 관 옆면을 뜯어내고, 자신의 관도 그 옆에 놓이게 유언을 남겨. 흙 속에서라도 그녀와 육체가 섞이길 갈망한 거야.
비바람이 거세게 치던 날, 그는 창문을 열어둔 채 미소 띤 얼굴로 죽음을 맞이해.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캐서린의 곁으로 돌아간 거지. 이제 황무지에는 더 이상 복수의 비명은 들리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폭풍우가 치는 밤이면 두 연인의 유령이 황무지를 함께 달리는 것을 보았다는 전설만이 전해질 뿐이야.
문명이라는 껍데기를 찢고 나온 본능의 비극
<폭풍의 언덕>이 시대를 초월해 고전으로 남은 이유는, 인간 내면에 숨겨진 가장 파괴적이고도 순수한 '본능'을 가감 없이 드러냈기 때문이야. 에드거 린턴의 저택이 상징하는 '문명, 재산, 예의'는 겉보기에 아름답지만,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야생적 결합' 앞에서는 종잇장처럼 무력해지지.
에밀리 브론테는 사랑을 단순히 남녀 간의 애정으로 보지 않았어. 그것은 종교보다 숭고하고, 죽음보다 강력한 '존재의 근원'에 대한 갈망으로 묘사했지. 히스클리프의 악행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지만, 독자들이 그에게 연민을 느끼는 건 우리 역시 가슴 한구석에 그런 원초적인 갈망을 품고 살기 때문일 거야.
사랑이라는 이름의 가장 거대한 에너지
수많은 감독이 이 작품을 영화화했지만, 공통으로 주목하는 건 '문명과 본능의 충돌'이야. 에드거 린턴이 상징하는 품위, 재산, 교양은 캐서린을 유혹했지만, 그녀의 본질인 히스클리프를 채워주진 못했어.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잔인하지만, 독자나 관객은 그를 마냥 미워할 수 없어. 그의 모든 악행은 결국 '캐서린을 향한 결핍'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지. 이 작품은 우리에게 묻고 있어. "우리는 사회적 조건 때문에 내 영혼의 짝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폭풍의 언덕>은 낭만주의의 정점을 보여줘. 사랑이 단순히 달콤한 속삭임이 아니라, 한 인간을 완전히 파괴하거나 혹은 죽음을 넘어서서 결합하게 만드는 '우주적 힘'이라는 사실을 말이야.
가슴을 저미는 네 가지 순간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
캐서린의 이 한마디는 문학사상 가장 강렬한 사랑의 고백이야. 너와 내가 타인이 아니라, 하나의 영혼임을 선언하는 이 문장은 사랑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보여줘.
20년의 기다림, 열린 창문 :
죽기 직전 히스클리프가 창문을 열어둔 건, 밖에서 떠도는 캐서린의 영혼이 들어오길 기다렸기 때문이야. 평생을 증오로 살았던 남자가 마지막 순간에 보여준 그 지독한 순애보에 가슴이 먹먹해지지.
캐서린의 무덤을 파헤친 히스클리프 :
죽은 캐서린의 관을 열어 그녀의 곁에 눕고자 했던 히스클리프의 광기는 소름 끼치도록 절절해. 육체적 결합을 넘어 영혼의 합일을 꿈꾸는 그의 갈망이 느껴지지.
황무지 위를 달리는 두 영혼 :
영화의 마지막, 모든 복수가 끝난 뒤, 폭풍우가 멎은 언덕 위에서 두 사람의 영혼이 자유롭게 노니는 결말. 죽음이 끝이 아니라 비로소 시작된 진정한 결합이라는 점이 이 비극을 위대한 로맨스로 승화시켜.
너도 가끔은 누군가에게 혹은 어떤 일에 미친 듯이 몰입하고 싶을 때가 있지? <폭풍의 언덕>의 주인공들처럼 주변의 시선이나 조건 따위는 다 집어던지고 오직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만 달려가고 싶은 순간 말이야.
세상은 우리에게 적당히 타협하고, 세련되게 사랑하라고 가르치지만, 가끔은 이런 투박하고도 지독한 열정이 우리를 살아있게 한다는 걸 이 소설은 보여주고 있어.
오늘 밤, 창밖의 바람 소리가 유독 거세게 들린다면 가만히 눈을 감고 워더링 하이츠의 그 언덕을 상상해 봐. 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뜨거운 불꽃 하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이 소설을 쓴 에밀리 브론테는 평생 요크셔의 황무지를 떠나지 않고 고독하게 살았다는 사실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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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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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댄스 2.0 습격에 할리우드 ‘패닉’… “저작권 무단 약탈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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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선보인 인공지능(AI) 동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Seedance) 2.0’이 공개 직후 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유례없는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와 직능 단체들은 해당 모델이 저작권을 대규모로 침해했다며 즉각적인 서비스 중단과 법적 절차를 예고하고 나섰다.
“진열장 깨고 탈취한 수준”... 할리우드 전방위 압박
현지시간 14일, 미국 영화협회(MPA)는 공식 성명을 통해 “시댄스 2.0이 단 하루 만에 미국 저작물에 대한 대규모 무단 사용을 자행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MPA는 디즈니, 넷플릭스, 워너브라더스 등 글로벌 콘텐츠 공룡들을 대변하는 단체다.
찰스 리브킨 MPA 회장은 “바이트댄스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수백만 명의 미국인 일자리를 지탱하는 저작권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며 “침해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방조 장치 없이 서비스를 출시한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월트디즈니 컴퍼니는 바이트댄스 측에 중지 요구 서한(Cease-and-Desist)을 발송하며 실력 행사에 나섰다. 디즈니 측 대리인 데이비드 싱어 변호사는 “바이트댄스는 디즈니의 지식재산권(IP)을 진열장을 깨고 탈취해 가듯 도용했다”며 고의적이고 광범위한 침해를 지적했다.
스타워즈·마블 캐릭터 무단 복제… 실사급 영상에 업계 충격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킨 것은 시댄스 2.0의 압도적인 성능이다. 최근 소셜미디어(X)에는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폐건물 옥상에서 격투를 벌이는 15초 분량의 영상이 게시되어 16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영상은 아일랜드 출신 루어리 로빈슨 감독이 단 두 줄의 명령어로 생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가 제출한 증거 자료에는 스파이더맨, 다스베이더, 그로구(아기 요다) 등 자사 핵심 IP가 시댄스 2.0을 통해 정교하게 복제된 사례들이 포함됐다. 단순한 패러디를 넘어 기존 영화의 시각 효과를 완벽히 재현하는 수준에 이르자 현장 종사자들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영화 ‘데드풀’의 각본가 렛 리스는 해당 영상을 본 후 “말하기 싫지만, 우리는 끝난 것 같다”며 “영상이 너무나 전문적이어서 놀랐고, 바로 그 점이 두려운 이유”라고 언급했다.
기술적 진보인가, 저작권 약탈인가
바이트댄스가 출시한 시댄스 2.0은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를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모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7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갖춘 이 모델은 물리적 법칙을 정확히 구현하며, 배경음악과 효과음까지 동시에 생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배우·방송인조합(SAG-AFTRA) 역시 성명을 내고 “시댄스가 조합원들의 목소리와 초상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 동참 의사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간 지식재산권 분쟁으로 번질 것으로 보고 있다.
IT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생성형 AI의 학습 데이터 적법성’에 대한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는 “중국 기업이 미국 저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했을 경우,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복잡한 국제 소송이 예상된다”며 “기술이 법 제도의 속도를 앞지르고 있는 만큼, 글로벌 차원의 AI 콘텐츠 규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으면 콘텐츠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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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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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끝에 낚아올린 인생의 진실,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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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산티아고는 쿠바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평생을 보낸 노인이다. 그의 몸엔 세월의 흔적이 가득해. 목덜미엔 깊은 주름이 패어 있고, 뺨에는 암을 유발하는 태양 빛이 남긴 갈색 반점들이 덮여 있다. 하지만 그의 두 눈만은 달랐어. "바다와 같은 빛깔을 띠었으며, 늘 활기차고 결코 패배를 모르는 눈"을 가졌거든.
한때 그는 팔씨름 대회에서 하루를 꼬박 새우며 거구의 흑인을 이겼던 '챔피언'이었어. 하지만 지금은 84일째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해 마을 사람들로부터 '살라오(Salao, 운이 없는 사람)'라고 불리는 가련한 처지야. 그럼에도 그는 낡은 배의 돛을 꿰매어 올리고, 다시 85일째의 바다로 나아가. 그의 유일한 친구인 소년 마놀린만이 그의 진가를 알아보고 곁을 지키고 있다.
85일째 되는 날, 산티아고는 다른 어부들이 감히 가지 않는 '먼 바다'로 향해 나아가는데,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배보다 더 거대한, 무려 18피트(약 5.5m)에 달하는 청새치와 마주하게 된다.
고기는 미끼를 물었지만 결코 항복하지 않아. 오히려 배를 끌고 바다 깊숙이, 더 멀리 나아가버리지. 노인은 낚싯줄을 등에 짊어지고 온몸으로 버텨. 줄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흐르고, 왼손엔 쥐가 나서 마비가 오며, 허기와 갈증이 환각을 불러일으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아. 노인은 고기를 향해 이렇게 혼잣말을 해.
"고기야, 난 너를 사랑하고 아주 존경한다. 하지만 오늘이 다 가기 전에 널 죽이고야 말겠다." 사흘 밤낮을 이어진 사투 끝에, 노인은 마침내 지칠 대로 지친 고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가슴에 작살을 꽂아. 자신의 한계를 시험한 이 거대한 존재를 잡은 기쁨도 잠시, 비극은 피 냄새와 함께 찾아왔다.
상어 떼의 습격. 노인은 노 끝에 칼을 묶고, 키를 떼어 몽둥이 삼아 휘두르며 필사적으로 저항해. 하지만 상어들은 한 번에 수십 파운드씩 고기의 살점을 뜯어가지. 결국 노인이 항구에 도착했을 때, 배 옆에 매달린 건 오직 거대한 뼈대와 머리뿐이었어.
노인은 뼈만 남은 잔해를 뒤로한 채 자신의 오두막으로 돌아와 쓰러지듯 잠들어. 그리고 소년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시 한 번 '아프리카 해변의 사자 꿈'을 꾸며 이야기는 막을 내려.
이 작품에는 헤밍웨이의 철학이 응축된 명문장들이 많아. 특히 상어의 공격을 받으며 노인이 뇌뱉는 이 말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인한 문장 중 하나로 꼽히지.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 환경이나 육체는 무너질 수 있어도, 굴복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만은 꺾을 수 없다는 선언이야.
"희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 - 아무리 절망적인 순간에도 인간이 끝까지 가져가야 할 마지막 보루를 말해주지.
"나에게는 소년이 있었어야 하는데." - 극한의 고독 속에서 노인이 반복하는 이 말은, 인간이 타인과의 연결을 얼마나 갈구하는지 보여주는 슬픈 독백이야.
결과가 아닌 과정의 가치 : 세상은 뼈만 남은 청새치를 보고 실패라 할지 모르지만, 노인은 그 과정에서 자신을 증명했어. 우리 삶의 가치도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버텼느냐'에 있다는 걸 가르쳐줘.
품격 있는 투쟁 : 노인은 자신을 죽이려는 고기를 증오하지 않아. 오히려 '형제'라 부르며 존경하지. 적을 존중하며 싸우는 것, 그것이 진정한 승자의 품격이라는 거야.
사자 꿈을 멈추지 마라 : 노인은 매번 패배하는 것처럼 보여도 잠들 때면 아프리카의 사자를 꿈꿔. 과거의 찬란했던 힘과 야성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노인이 다시 바다로 나가는 원동력이야.
이 소설의 마지막, 소년 마놀린이 지쳐 잠든 노인의 상처투성이 손을 보고 펑펑 우는 장면에서 나는 매번 무너진다. 세상은 그저 "와, 큰 고기 뼈다"라며 구경하지만, 그 뼈를 가져오기 위해 노인이 흘린 피를 이해하는 건 단 한 사람뿐이지.
우리 인생도 비슷해. 남들에게 보여지는 건 '뼈'뿐일지 몰라도, 내 손바닥의 굳은살과 흉터를 알아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우리는 다시 사자 꿈을 꿀 수 있어.
이 작품은 우리에게 말해줘. 비록 결과물이 뼈만 남은 허무일지라도, 그 바다로 나갔던 당신의 용기는 절대 헛되지 않았다고 말이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상어 떼를 만났나요? 괜찮습니다. 당신의 배에 매달린 것이 비록 뼈뿐이라 할지라도, 작살을 쥐었던 그 손의 감각이 당신을 영원한 챔피언으로 기억하게 할 테니까요."
Would you like me to generate a classic image of Old Man Santiago dreaming of lions on an African beach to accompany this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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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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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부산 돌려차기' 부실 수사 인정 "국가, 피해자에 1,500만 원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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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 수사 책임을 인정하고, 국가가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강력 범죄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미흡한 대응이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점을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법원 "수사기관의 과실로 피해자 고통 가중"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손승우 판사는 13일, 피해자 김 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김 씨에게 1,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건 초기 수사기관이 가해자의 성폭력 범죄 정황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복에 대한 유전자(DNA) 감정 등 기초적인 증거 확보를 지연하거나 소홀히 한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과실로 인해 피해자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까지 불필요한 고통을 겪었으며, 적시에 적절한 사법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판단했다.
성폭력 혐의 뒤늦게 추가... 초기 대응 부실이 쟁점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지난 2022년 5월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다.
초기 수사 당시 경찰과 검찰은 가해자에게 살인미수 혐의만을 적용해 기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의 끈질긴 요구로 진행된 의복 재감정 결과, 가해자의 DNA가 검출되는 등 성폭력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공소장이 강간살인미수로 변경되었고, 가해자는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피해자 김 씨는 국가가 초동 수사 단계에서 성범죄 가능성을 묵과해 증거 확보가 늦어졌다며 지난 2월 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무죄 추정 및 국가 책임의 범위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이 범죄를 인지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상당성(타당성)'을 위반했다고 본 사례다.
법원은 수사관 개인의 고의적인 악의가 없었더라도,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이 늦어졌다면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관련 법령 및 판례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의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범죄심리학과 이교수는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에 강력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성범죄가 의심되는 강력 사건에서 초동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2차 가해를 입히는지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향후 유사 사건에서 수사 매뉴얼의 엄격한 준수와 증거 보존 절차의 전문성이 더욱 요구된다."고 밝혔다.
피해자 김 씨는 판결 직후 "금액보다 국가의 잘못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로 인한 피해자 구제 절차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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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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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스노보더' 최가온 대역전, 밀라노 올림픽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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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노보드의 '신성' 최가온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세계 최강 클로이 김(미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설상 종목 역사상 올림픽 금메달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가온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종 점수 90.25점을 획득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1차 시기부터 안정적인 공중 회전과 높은 점프력을 선보인 최가온은 마지막 시기에서 고난도 기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심판진으로부터 고득점을 이끌어냈다. 특히 그동안 클로이 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공중 1080도 회전을 포함한 연속 기술을 깔끔하게 성공시킨 것이 결정적 승부처가 됐다.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클로이 김은 88.00점에 그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클로이 김은 노련한 경기 운영을 보였으나, 기술의 완성도와 비거리 면에서 최가온의 패기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이날 경기장 기상 조건은 영하 12도의 강추위 속에 초속 3m의 미풍이 불었으나, 최가온은 흔들림 없는 집중력을 유지했다. 현장을 찾은 수천 명의 관중은 10대 소녀의 대담한 연기에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번 금메달은 1948년 동계 올림픽 첫 참가 이후 한국이 스키·스노보드 종목에서 수확한 역대 최고 성적이다. 종전 기록은 2018 평창 대회 당시 이상호가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획득한 은메달이었다. 최가온은 이번 우승으로 '포스트 클로이 김' 시대를 이끌 선두 주자임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최가온은 이미 2023년 X게임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기록했던 90.00점대 점수를 올림픽 결선이라는 중압감 속에서도 재현해내며 '강심장'임을 입증했다.
김석진 대한스키협회의 임원은 "최가온의 강점은 압도적인 체공 시간과 착지의 안정성에 있다. 특히 기술 간 연결 속도가 매우 빨라 가산점을 얻기에 유리한 구조를 갖췄다. 이번 금메달은 우연이 아니라 수년간 체계적인 해외 전지훈련과 고난도 기술 연마가 만들어낸 결과다."
전문가들은 최가온이 독주 체제를 굳히기 위해 부상 방지와 더불어 1260도 등 차세대 고난도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이번 성과를 계기로 국내 설상 종목에 대한 인프라 확충과 저변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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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