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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다카이치, 첫 중일 정상회담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0월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약 30분간 첫 중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첫 중일 정상 간 대면이며, 지난해 11월 페루 APEC 회담 이후 1년 만의 중일 정상회담이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중일 양국은 일의대수(一衣帯水)의 이웃으로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발전이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합한다”며 “중일 4대 정치 문건의 원칙을 바탕으로 전략적 호혜관계를 수호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자”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은 일본에게 중요한 이웃국가”라며 “양국은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책임을 지고 있으며, 전략적 호혜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해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양국 간 다양한 과제가 있지만 이해와 협력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은 APEC 정상회의 일정 중 비공식 회담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양국 정상은 회담 전 악수를 나눴으나 다소 무표정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직후 자신의 SNS에 시 주석과 인사를 나누는 사진을 게시하며 회담 사실을 알렸다. 중일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외교적 소통의 물꼬를 텄지만, 향후 실질적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과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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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다카이치, 첫 중일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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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대통령, 한국 핵추진잠수함 보유 전격 승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공식 승인했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결정으로, 양국 간 군사동맹 강화와 조선업 협력 확대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9일 APEC을 계기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히며 이틀 내내 정국을 넘어 말 그대로 온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군 당국은 배수량 5천t급 이상 핵잠수함을 2030년대 중반 이후에 4척 이상 건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군 이래 최대 무기 도입 사업이 될 핵추진 잠수함 개발 및 건조를 위한 범정부 사업단이 구성될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핵추진 잠수함 사업을 위해 국방부와 외교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사업단 구성이 검토되고 있다. 5천t급 이상 핵잠수함 1척 건조 비용만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돼 4∼6척을 확보하려면 건조 비용만 12조∼18조원 이상 소요된다. 개발 비용을 합하면 총사업비는 2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KF-21 사업의 총사업비는 16조5천억원이다. 핵잠수함은 잠항 능력과 속도에서 월등한 능력을 갖춰 디젤 잠수함에 비해 훨씬 넓은 해역에서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핵잠수함은 4척 이상 보유하면 한반도 주변 해역은 물론 원양에서도 작전이 가능한 셈이다. 현재 핵잠수함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만 보유하고 있으며, 호주는 미국의 기술지원을 받아 2030년께 핵잠수함을 보유할 예정이다. 한국이 2030년대 중반 이후 핵잠수함을 건조하게 되면 8번째 핵잠수함 보유국이 될 전망이다. 이번 결정으로 동북아 안보 지형은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즉각 "심각한 핵확산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외교부는 이미 "미국이 AUKUS에 이어 아시아판 나토(NATO)를 구축해 중국을 포위하려 한다"며 "이는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위험한 도발"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온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한중 관계는 물론, 미중 간의 패권 경쟁 역시 핵추진잠수함 문제를 둘러싸고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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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대통령, 한국 핵추진잠수함 보유 전격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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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2025년 통합 우승 쾌거… 2년 만에 'V4'
- LG 트윈스가 2025년 KBO리그의 '절대 강자'로 우뚝 섰다.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2년 만에 왕좌에 복귀했다. LG는 3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5차전 한화 이글스와 원정 경기에서 4-1로 이겼다. LG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것은 1990년과 1994년, 2023년에 이어 올해가 네 번째다. 1999년 우승 이후 26년 만에 한국시리즈 패권 탈환에 도전한 한화는 2006년 이후 19년 만에 다시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쳤다. 이날 7이닝 1실점으로 역투를 펼쳐 5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앤더스 톨허스트는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LG 팬들이 최고"라고 외쳤다. 염경엽 감독은 "LG 우승 감독 염경엽"이라는 말로 관중 환호를 유도한 뒤 "어려울 때마다 뜨거운 응원을 해주신 LG 팬들이 오늘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김현수는 "이런 말 정말 잘 안 하는데, 고생 많았던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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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2025년 통합 우승 쾌거… 2년 만에 '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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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5개월여 만에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
- 북한이 22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으며, 우리 군은 이를 즉각 탐지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도발은 지난 5월 하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 이후 약 5개월여 만이다. 그간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도, 순항미사일 발사 등은 감행했으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는 자제해 왔다. 현재 군 당국은 발사체의 비행거리, 고도, 속도 등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다. 합참은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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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5개월여 만에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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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점포 절도범' 누명 쓴 초등생... 사진 공개한 업주, 결국 피소
- 최근 한 무인점포에서 절도범으로 오인되어 얼굴 사진이 공개됐던 초등학생의 어머니가 점주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사실이 21일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학생은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났으나, 점주 측이 사과나 보상 조치 없이 사진 게재를 강행한 데 따른 법적 대응이다. 미성년자인 아동의 사진을 무단으로 공개한 행위를 두고 아동 인권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건은 지난 9월 경기도 지역의 한 무인점포에서 발생했다. 업주 A씨는 초등학생 B군이 물건값을 계산하지 않고 매장을 나갔다며, B군의 얼굴이 선명하게 찍힌 CCTV 캡처 사진을 매장 내부에 게시했다. A씨는 사진과 함께 '절도범', '부모님은 연락 달라'는 취지의 경고 문구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진은 매장을 방문한 다른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B군의 어머니 C씨는 "아이가 물건을 고르다 깜빡하고 그냥 나온 것일 뿐, 고의성이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경찰에 즉각 신고했다. A군은 지난달 11일 학원 수업을 마치고 인근 무인점포에서 8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고 가게에 적힌 계좌로 800원을 송금했다. '받는 분에게 표기란'에 자신의 이름과 상품명까지 적었다. 경찰은 관련 CCTV 영상과 B군의 진술 등을 토대로 조사에 착수했으며, B군의 행동에 절도의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혐의없음'으로 내사 종결 처리했다. 하지만 C씨 측은 B군이 혐의를 벗었음에도 불구하고 업주 A씨가 사진을 즉각 철거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도 별다른 사과나 정신적 피해 보상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C씨는 지난 20일 업주 A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MOM(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C씨는 고소장을 통해 "경찰의 무혐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범죄자 취급하며 사진을 공개해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줬다"며 "명백한 인권 침해이자 2차 가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범죄 혐의가 있더라도 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특히 대상이 미성년자일 경우, 아동의 초상권을 침해하고 정서적 학대를 가한 행위로 판단되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이 접수된 만큼 관련 법리에 따라 업주 A씨의 혐의점을 엄정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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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점포 절도범' 누명 쓴 초등생... 사진 공개한 업주, 결국 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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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상 첫 여성 총리 탄생… '강경 우익' 다카이치 사나에 선출
- 일본 헌정 사상 1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 총재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64)가 어제(21일) 열린 임시국회 총리 지명 선거에서 제104대 총리로 공식 선출됐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적 후계자로 꼽히는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 등장은, 일본 사회의 급격한 우경화와 더불어 한일관계를 비롯한 동북아 외교 지형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자공 연립' 붕괴와 '자-유 연립'의 탄생 다카이치 총리의 선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지난 10월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했으나, 26년간 이어져 온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 정권(자공 연립)이 붕괴하는 위기를 맞았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가 지난 7월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1년 만에 사임한 뒤, 연정 파트너였던 공명당이 이탈을 선언하면서 자민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총리 지명 선거를 앞두고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日本維新の会)'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고 새로운 연립 정권을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 유신회는 이번 연정 협상에서 평화헌법 9조 개정 논의, 방위력 강화, 방위장비 수출 완화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일본의 군사적 재무장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중의원(하원)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465석 중 237표를 확보해 총리로 선출됐다. '여자 아베', 강경 우익 성향… 내각도 '우클릭'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핵심 측근이자 대표적인 '아베 키즈'로 불린다. 그는 아베 전 총리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의 계승을 공언해왔으며,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 초강경 성향을 보여왔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매년 강행해왔으며,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등 역사 수정주의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일부 반대파 의원들은 그에게 '탈레반 다카이치'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다카이치 총리 자신은 부부 별성(別姓) 제도 도입 반대, 동성 결혼 반대 등 젠더 평등 의제에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한일관계 '시계 제로'… 트럼프 방일·APEC 등 외교 시험대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과 동시에 험난한 외교 시험대에 오른다. 당장 내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일정이 예정되어 있으며, 이후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정상회의와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특히 경주 APEC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한일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 매파(China Hawk)'로 불릴 만큼 대중 강경론자이며, 한일 역사 문제에 대해서도 완고한 입장을 고수해왔다는 점에서 양국 관계는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저녁 새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총재 선거 라이벌이었던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를 방위상에,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를 외무상에 임명했다. 또한 재무상에는 가타야마 사츠키(片山さつき)를 임명해 일본 최초의 여성 재무상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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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상 첫 여성 총리 탄생… '강경 우익' 다카이치 사나에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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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역·경기 12곳 '3중 규제' ...15억 넘는집 대출 4억, 25억 초과는 2억
- 정부가 들끓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예상을 뛰어넘는 초강력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울시 25개 구 전역과 과천, 분당 등 경기도 12개 핵심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에 묶는 '3중 규제'를 전격 시행한다고 15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16일부터 즉각 효력이 발생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는 주택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상상 이상의 고강도 대책"이라며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공급 대책 부재에 따른 부작용과 '거래 절벽'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기획 기사: 10·16 부동산 대책, 시장을 얼어붙게 할 극약 처방인가 1. 배경: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정부의 절박함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6·27 대출 규제, 9·7 공급 대책 등 두 차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은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특히 '한강 벨트'로 불리는 지역과 경기 남부권의 일부 단지에서는 비이성적인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며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까지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 분기 대비 4.5% 상승했으며, 이는 지난 2021년 부동산 급등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러한 시장 과열이 서민과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꿈을 앗아가는 것은 물론, 자산 격차를 심화시켜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정부는 더 이상 시장 자율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판단하에, 수요를 강력하게 억제하는 이번 '10·16 부동산 대책'을 내놓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국민의 주거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투기 수요를 근절하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검토했다"고 밝히며 정책 추진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2. '3중 규제'의 그물망: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이번 대책의 핵심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에 묶어 전방위적인 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해당 지역은 사실상 주택 거래에 있어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게 된다. 규제 대상 지역: 서울특별시: 25개 구 전역 경기도 (12곳): 과천시, 광명시, 성남시(분당구, 수정구, 중원구), 수원시(영통구, 장안구, 팔달구), 안양시(동안구), 용인시(수지구), 의왕시, 하남시 주요 규제 내용: 강화된 대출 규제: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현행 70%에서 40%로 대폭 축소된다. 특히 수도권 내 15억 원 초과 주택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가격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15억~25억 원 주택은 최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해져 고가 주택에 대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갭투자' 원천 봉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10월 20일 발효)은 이번 대책의 가장 강력한 카드로 꼽힌다. 해당 구역에서 주택을 매수할 경우, 구매자는 2년간 의무적으로 실거주해야 한다. 이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실거주 의무를 위반할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 등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 세금 중과 및 요건 강화: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가 중과된다.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역시 기존 '2년 보유'에서 '2년 보유 및 2년 거주'로 강화되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를 억제한다. 청약 및 거래 제한: 세대주만 청약이 가능하도록 자격이 제한되며, 수도권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도 3년으로 늘어난다. 또한,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의 지위 양도 역시 제한되어 정비사업을 통한 투기 수요 유입을 막는다. 3. 시장 반응 및 전문가 분석: "일단 멈춤"…향후 전망은? 정부의 고강도 대책 발표 직후 부동산 시장은 즉각적인 관망세로 돌아섰다. 매수 문의가 뚝 끊기고, 일부 지역에서는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긍정적 전망: 다수의 전문가는 이번 대책이 단기적인 시장 안정에는 분명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평가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전역과 수도권 핵심지를 한꺼번에 규제지역으로 묶어 과거 '핀셋 규제'의 부작용으로 지적됐던 '풍선 효과'를 차단한 것이 주효할 것"이라며, "투기 수요가 위축되고 시장이 전반적인 숨 고르기 장세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면서 비정상적으로 과열됐던 시장이 냉각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려 및 한계: 반면, 수요 억제에만 치중된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시장이 기대했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나 신규 택지 지정 등 획기적인 공급 확대 방안이 빠졌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4천조 원을 넘어선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한, 규제만으로 집값 상승 압력을 장기간 억누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매매 시장이 막히면서 수요가 전세 시장으로 몰려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거래 절벽'에 대한 우려가 크다. 대출이 막히고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의 '갈아타기'마저 어려워져 시장의 건전한 순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급 시그널 없이는 백약이 무효"…장기적 안정화는 미지수 정부의 10·16 부동산 대책은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과열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극약 처방'임이 분명하다. 단기적으로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고 가격 상승세를 억제하는 효과는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 억제와 더불어 양질의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명확한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들이 "지금 '영끌'해서 집을 사지 않아도, 몇 년 뒤 합리적인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신뢰와 기대를 갖게 될 때, 비로소 부동산 시장은 안정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책으로 시간을 번 정부가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을 얼마나 신속하게 마련하느냐가 이번 정부 부동산 정책의 성패를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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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역·경기 12곳 '3중 규제' ...15억 넘는집 대출 4억, 25억 초과는 2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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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發 비극, 청년들 노리는 검은 손길
- 최근 캄보디아가 한국인 청년들을 겨냥한 강력범죄의 온상으로 급부상하며 충격을 주고 있다. '고수익 보장'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속아 현지로 향했던 이들이 취업사기는 물론, 감금, 폭행,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끔찍한 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아름다운 앙코르와트로 기억되던 '기회의 땅'이 어쩌다 한국인에게 '범죄의 늪'이 되었을까. 1. 비극의 서막: '월 천만 원'의 유혹 사건의 발단은 대부분 소셜미디어(SNS)에 무분별하게 퍼지는 '고수익 해외 취업' 광고에서 시작된다. '항공권·숙식 제공', '간단한 업무로 월 1000만 원 보장' 등 현실성 없는 조건을 내걸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20~30대 청년들을 유인하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중국계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온라인 도박, 보이스피싱 등 불법 사업체에 고용된다. 막상 캄보디아에 도착하면 조직원들에게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외딴곳에 감금된 채 강제 노동에 시달린다. 할당된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무자비한 폭행과 고문이 뒤따른다. 지난 8월, 캄보디아 깜폿주의 한 숙소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이러한 범죄의 참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A씨 역시 고수익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로 향했다가 범죄조직에 감금돼 고문을 당하다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의 용의자들은 모두 중국인으로 밝혀져 현지 중국계 범죄조직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2. 끔찍한 실상: 감금, 고문, 그리고 죽음 피해자들은 철저한 감시 속에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채 생활한다. 탈출을 시도하다 발각되면 더욱 가혹한 폭력에 시달리거나 다른 조직에 팔려나가는 인신매매의 희생자가 되기도 한다. 일부 피해자들은 가족에게 연락해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최근에는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 범죄 의심 인물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온라인 채널까지 등장했다. 이곳에는 숨진 A씨가 강제로 마약을 투약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가 폭증하자, 정부의 더딘 대응에 답답함을 느낀 이들이 '자경단' 성격의 활동에 나선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감금 피해 신고 건수는 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는 330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공식적인 통계일 뿐,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3. 현재 상황과 양국 정부의 대응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한국 정부는 캄보디아에 대한 여행경보 상향 조정을 검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는 현지 공관을 통해 피해자 구출 및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캄보디아 당국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와 범인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한국인 피의자 60여 명에 대한 국내 송환도 추진 중이다. 캄보디아 정부 또한 훈 마넷 총리의 지시로 온라인 사기 조직 소탕을 위한 대대적인 단속에 착수했다. 최근 프놈펜 등지에서 중국인을 포함한 수백 명의 범죄조직원들이 체포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현지 경찰의 부패 문제와 범죄조직의 뿌리 깊은 유착 관계는 근본적인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양국은 1997년 수교 이래 꾸준히 우호적인 관계를 발전시켜왔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양국 관계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잇따른 강력 범죄 소식에 한국 내에서는 캄보디아 여행 취소 사태가 잇따르는 등 반(反)캄보디아 감정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국 언론과 여론은 이번 사태를 집중 조명하며 정부의 미온적인 초기 대응을 비판하고, 재외국민 보호 시스템의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고수익 해외취업 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이번 사건이 국가 이미지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광 산업이 주요 수입원인 캄보디아로서는 '범죄 국가'라는 오명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캄보디아만의 문제가 아닌,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된 초국가적 범죄라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주변국과의 긴밀한 사법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국제 범죄조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수익'이라는 미끼에 현혹되지 않는 청년들의 현명한 판단이다. 정부와 사회는 청년들에게 안전한 해외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해외에서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즉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더욱 촘촘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울리는 비극의 경고음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 사회 전체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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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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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發 비극, 청년들 노리는 검은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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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2년 만에 휴전 전격 합의…인질 석방·군 철수 개시
- 2023년 10월 7일 시작되어 2년간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마침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현지 시각 8일, 양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 아래 휴전 1단계 안에 전격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하마스는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군대를 단계적으로 철수하며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풀어주게 된다. 2년간 지속된 교전으로 황폐해진 가자지구에 평화의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타결된 1단계 휴전안의 핵심은 인질 및 수감자 교환과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다. 합의에 따르면, 하마스는 72시간 내에 생존해 있는 이스라엘 인질 약 20명을 포함한 모든 억류 인원을 석방한다. 그 대가로 이스라엘은 자국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약 2,000명을 석방하기로 했다. 또한,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지상 작전을 펼쳐온 이스라엘군은 합의된 특정 경계선까지 1차적으로 철수하게 된다.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도 즉각 중단된다. 이번 협상은 이집트와 카타르가 중재자 역할을 맡아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가자 평화 구상'을 바탕으로 급물살을 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강력하고 지속적이며 영구적인 평화를 향한 첫 단계"라며 합의 사실을 알리고, "모든 인질이 곧 석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합의를 "국가적 승리"이자 "역사적 성취"라고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마스 측 역시 합의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중재국들이 이스라엘의 합의 이행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하며, 양측의 성실한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영구적인 평화로 가기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하마스의 무장 해제 문제, 전쟁으로 초토화된 가자지구의 재건 및 향후 통치 방식 등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2단계 협상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1단계 합의의 성공적인 이행 여부가 향후 중동 평화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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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2년 만에 휴전 전격 합의…인질 석방·군 철수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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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증후군, 적과의 동침인가 생존을 위한 비극적 유대인가
-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은행에 무장 강도가 침입했다. 6일간 이어진 인질극이 끝났을 때, 세계는 충격적인 장면에 주목했다. 인질들이 경찰이 아닌 인질범을 두둔하고, 심지어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을 거부하며 그들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이 기이한 심리적 현상에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단순한 범죄 사건을 넘어, 극한의 공포 속에서 피어나는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비극적 유대는 오늘날 가정, 직장 등 다양한 사회 관계 속에서도 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본 기획 기사에서는 스톡홀름 증후군의 개념과 발생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세계를 놀라게 한 주요 사례들을 통해 그 실체를 파헤치며, 우리 사회에 던지는 함의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1. 스톡홀름 증후군의 탄생: 노르말름스토리 은행 강도 사건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용어는 1973년 8월 23일, 스웨덴 스톡홀름 노르말름스토리(Norrmalmstorg) 광장의 크레디트반켄(Kreditbanken) 은행에서 발생한 강도 인질 사건에서 유래했다. 범인 얀에리크 올손(Jan-Erik Olsson)은 은행 직원 4명을 인질로 잡고, 동료인 클라르크 올로프손(Clark Olofsson)의 석방과 거액의 현금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6일간의 대치 기간 동안 인질들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오직 인질범들에게만 의존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 놓였다. 놀라운 일은 인질극이 끝난 후에 벌어졌다. 구출된 인질 중 한 명인 크리스틴 엔마르크(Kristin Enmark)는 당시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인질범들이 우리를 해치지 않았으며, 오히려 우리를 보호해주었다. 나는 경찰이 더 두렵다"고 말하며 인질범들을 옹호했다. 다른 인질들 역시 석방 후 인질범들과 포옹을 나누고, 재판에서 그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부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였다. 이 사건을 분석한 정신과 의사 닐스 베예로트(Nils Bejerot)는 이러한 현상을 '노르말름스토리 증후군'이라 불렀고, 이는 곧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공식적인 정신 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일종으로 분류되며 극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복합적인 심리 반응으로 이해된다. 2. 왜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연민을 느끼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현상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스톡홀름 증후군이 생존을 위한 무의식적인 '방어기제'이자 '생존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발생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생존에 대한 위협과 통제: 인질범은 인질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인질은 생존에 대한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가해자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그의 요구와 감정에 극도로 민감해진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의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게 되고 점차 동화된다. 외부로부터의 완벽한 고립: 인질극 상황에서 피해자는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다. 유일하게 소통하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은 역설적으로 가해자뿐이다. 이러한 고립은 가해자의 관점과 논리를 비판 없이 수용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해자가 베푸는 사소한 친절: 가해자가 물을 주거나, 화장실에 가게 해주거나, 잠시 밧줄을 풀어주는 등의 사소한 행동은 인질에게 큰 친절과 인간적인 배려로 왜곡되어 인식될 수 있다. '나를 죽일 수도 있는 사람이 나에게 호의를 베풀었다'는 사실이 강력한 긍정적 감정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믿음: 저항하거나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피해자는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려는 심리적 기제를 발동시킨다. 가해자와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믿게 된다. 이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피해자는 가해자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외부의 구조 시도(경찰의 진압 등)를 오히려 자신과 가해자 모두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는 심리적 역전 현상을 보이게 된다. 3. 현실 속의 스톡홀름 증후군 스톡홀름 증후군은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례들이 존재한다. 패티 허스트(Patty Hearst) 사건 (1974): 미국 언론 재벌의 손녀였던 패티 허스트는 급진 좌파 무장 단체 '공생해방군(SLA)'에 납치되었다. 그녀는 납치 두 달 후, 스스로를 '타니아'라 칭하며 납치범들과 함께 은행 강도에 가담하는 영상이 공개되어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체포 후 재판에서 변호인단은 그녀가 스톡홀름 증후군을 겪었다고 변호했지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스톡홀름 증후군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나타샤 캄푸쉬(Natascha Kampusch) 사건 (2006): 1998년, 10살의 나이로 등굣길에 납치된 오스트리아 소녀 나타샤 캄푸쉬는 8년 반 동안 작은 지하실에 감금되어 학대를 당했다. 2006년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지만, 그녀는 범인 볼프강 프리클로필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비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훗날 자서전에서 "그는 내 삶의 일부였다"고 회고하며,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형성된 복잡하고 모순적인 감정의 실체를 보여주었다. 4. 사회적 함의: 인질 사건을 넘어 일상으로 스톡홀름 증후군은 더 이상 인질극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가정 폭력, 아동 학대, 데이트 폭력, 직장 내 괴롭힘, 광신적 종교 집단 등 권력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폐쇄적인 관계 속에서 유사한 심리적 기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정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인 배우자를 떠나지 못하고 "그래도 저 사람이 나쁜 사람만은 아니다"라고 변호하거나,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을 당한 자녀가 학대하는 부모를 감싸는 모습은 **'일상화된 스톡홀름 증후군'**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폭력과 간헐적인 다정함이 반복되는 '학대의 순환' 구조는 피해자의 심리를 지배하고, 가해자에게 벗어날 수 없다는 무력감과 비이성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피해자들을 향해 "왜 벗어나지 못했는가?"라는 섣부른 비난을 던지기 전에, 그들이 처한 상황의 특수성과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칠 수밖에 없었던 복잡한 내면의 심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피해자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깊은 트라우마의 신호이자 사회적 이해와 전문적인 치유가 필요한 영역이다. 결론적으로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간의 생존 본능이 얼마나 처절하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정신이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현실을 왜곡하고 재구성하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 증거다. 이는 우리에게 피해자의 목소리를 더욱 신중하게 경청하고, 그들의 상처를 섣불리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무거운 사회적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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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증후군, 적과의 동침인가 생존을 위한 비극적 유대인가


